[기사 보강 : 30일 오후 2시 20분]
 
등록 안 된 손기정의 메달... 그러면 누가 첫 메달?

손기정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아도 양정모를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양정모는 해방 이후 조국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준 레슬링 선수다. 한국인이었으나 일본 국적으로 출전한 손기정은 국민들 가슴 속에 '대한민국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각인돼 있지만, 대한체육회가 집계하는 메달리스트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올림픽 공식 기록에도 손기정은 손기테이(일본)로 명시돼 있다.

1976년 새해 첫날 <동아일보>에 "민스크 대회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꼭 따내겠다"며 결의를 다진 양정모는 7개월 뒤 몬트리올에서 한국체육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겼다. 1980 모스크바 올림픽에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해 미국, 일본, 중국 등 66개국이 올림픽에 불참했고 한국 선수도 출전하지 않았다.

1984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는 참가국이 140개로 늘어났는데도 한국 선수들은 금메달 6개를 목에 걸었다. 레슬링(2), 유도(2), 양궁(1), 복싱(1)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핸드볼, 농구 등에서 처음으로 은메달을 땄다.

그리고 1988년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렸다. 국민들 성원을 등에 업은 선수들은 금 12, 은 10, 동 11, 합계 33개로 종합 4위를 기록했다. 메달 종목도 다양해졌다. 양궁(3), 레슬링(2), 복싱(2), 유도(2), 탁구(2), 핸드볼(1)에서 금메달이 나왔다. 김수녕(양궁), 유남규·현정화(탁구) 등 스포츠 스타도 탄생했다. 수많은 국민들이 올림픽을 직접 보고 잊지 못할 기억들을 간직했다.

지금까지 금메달 93개... 하계 70, 동계 23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은 56년 만에 한국에 마라톤 금메달을 안겨준 '황영조 올림픽'으로 유명하다. 마라톤 외에도 양궁(2), 레슬링(2), 유도(1), 핸드볼(1) 등이 금메달을 획득하며 꾸준한 선전을 이어갔고, 사격(2), 배드민턴(2), 역도(1) 종목에서도 새로운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로스앤젤레스 이후 1996 애틀랜타 올림픽까지 한국은 4회 연속 종합순위 10위 이내에 올라 국가의 위상을 높였다.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베이징까지 최근 7개 올림픽 중 은메달은 가장 많은 15개를 땄으나 금메달은 가장 적은 7개밖에 따지 못해 결승전 경기를 지켜보던 국민들을 유난히 안타깝게 했다.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종주국인 한국이 3체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자존심을 지켰다. 양궁 남·여 단체전과 여자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따 태권도와 양궁이 한국의 메달박스가 됐다. 펜싱에서 첫 금메달이 나왔고 레슬링에서 심권호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 2012 런던올림픽 메달.
ⓒ 2012 런던올림픽 조직위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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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안겨주는 종목은 비슷했다. 양궁(3), 태권도(2)에 이어 레슬링, 배드민턴, 유도, 탁구에서 금메달 하나씩이 나왔다. 유남규·현정화에 이어 14년 만에 유승민이 탁구에서 우승했고, 문대성이 돌려차기 한방으로 국민적 영웅이 된 것도 이때였다.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에 교수, 국회의원까지 됐지만 표절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은 한국이 한 대회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획득한 대회다. 13개로 종합 7위 성적을 거뒀다. 예상치 못한 종목에서 금메달이 쏟아졌다. 주인공은 한국의 마린보이 박태환과 야구 대표팀이었다. 체구 큰 서양 선수들이 석권하던 수영에서 메달이 나온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그는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어 동계 올림픽의 김연아와 함께 인기 광고모델이 됐다. 야구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정식종목에서 퇴출당해 의미있는 금메달로 남게 됐다.

동계 금메달 23개 중 19개가 쇼트트랙

하계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 수는 사격의 진종오, 양궁 여자 단체팀을 포함해 지금까지 70개다. 그러면 동계 올림픽에서 올린 한국의 성적은 어느 정도일까? 제1회 동계 올림픽은 1924년 프랑스 사모니에서 열렸고, 한국은 5회 스위스 생모리츠 올림픽부터 출전하기 시작했다. 28개국 669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 한국 선수는 3명이었고 메달보다는 출전에 의의를 두었다. 1984 사라예보 올림픽까지 한국은 단 하나 메달도 따지 못했다.

그러다 1988 캘거리(캐나다) 올림픽에 동계 대회 사상 최대인 28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당시 컬링과 자유형스키, 쇼트트랙은 시범종목이었다. 메달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김기훈이 쇼트트랙 15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함으로써 한국이 동계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따는 순간이었다. 이어 3000m에 출전한 이준호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트트랙이 한국에게 금 캐는 노다지가 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쇼트트랙이 정식종목이 된 1992 알베르빌(프랑스) 올림픽에서 한국은 쇼트트랙 1000m에서 김기훈, 5000m 계주에서 남자팀이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동계 올림픽이 하계 올림픽과 같은 해에 열리던 전통에서 벗어나 1994년에 열린 릴레함메르 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여자 계주팀도 정상에 올랐다. 김기훈이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고 남·녀 500m도 한국 선수가 석권했다. 금메달 4개가 추가됐다. 1998 나가노(일본) 올림픽에서는 한국 쇼트트랙의 전설 김동성이 활약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남·녀 1000m에서 나란히 우승했고, 여자 계주팀이 금메달을 따 빙상 국가로 입지를 굳혀갔다.

국민들에게 '분노의 올림픽'으로 기억되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미국) 올림픽에서는 2개의 금메달(쇼트트랙 여자 1500m, 여자 계주)을 획득했다. 김동성이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과 편파판정으로 실격 처리돼 금메달을 빼앗겼다. 당시 국민들은 금메달을 빼앗긴 김동성에게 명예 금메달을 제작해 선물하기도 했다. 2006 토리노(이탈리아) 올림픽에서는 새로운 쇼트트랙 영웅이 탄생했다. 안현수와 진선유는 개인 1000m와 1500m를 포함해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따 대회 3관왕을 차지했다.

지난 대회까지 동계 올림픽 금메달은 모두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2010 밴쿠버(캐나다) 올림픽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전환한 지 7개월 만에 올림픽에 출전한 이승훈이 10,000m에서 깜짝 금메달을 딴 것이다. 단짝 모태범과 이상화도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91번째 금메달을 안겨준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 ⓒ 플리커
쇼트트랙 금메달 행진도 이어졌다. 이정수가 1000m, 1500m 종목을 석권했다. 그리고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세계 신기록 점수를 올리며 국민들에게 금메달을 안겨주었다. 피겨 종목에 출전한 지 42년 만의 일이었다. 2010년 2월 26일, 김연아가 획득한 금메달은 한국체육사상 91번째 올림픽 금메달이다.

100번째 애국가, 런던에서 울려 퍼질까

2012 런던 올림픽에는 245명의 우리 선수가 출전했다. 한국선수단은 10-10, 곧 금메달 10개, 종합순위 10위 내 진입을 목표로 세웠다. 4년 전 베이징 올림픽(금 13, 종합 7위)과 비교해 달성 가능한 목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92번째 금메달 주인공은 사격의 진종오가 됐다. 그는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기분 좋은 신호탄을 날렸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박태환과 남현희는 29일 새벽 결승 문턱에서 좌절해 밤새 뜬눈으로 지켜본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여자 펜싱 플뢰레의 남현희는 베이징 올림픽 결승에서 종료 4초를 남겨놓고 기습 찌르기를 허용해 역전패한 악몽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국민 남동생 박태환은 자유형 400m에서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자유형 200m·1500m가 남아있어 메달 색깔을 바꿀 공산이 크다. 그는 세계신기록을 목표로 런던 올림픽을 준비했다.
 
29일 새벽, 미국과 4강전을 펼친 양궁 남자팀은 5점 차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하루 뒤(30일), 여자팀이 일본을 15점 차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단체 결승전에 진출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결승에서 중국을 만나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여자팀. 이번 결승 상대도 중국이었다. 결과는 4년 전과 같았다. 한국 승. 1점 차로 아슬아슬하게 중국을 따돌린 한국 여자 양궁팀은 또 하나의 금메달을 추가했다. 양궁에서 나온 17번째, 런던올림픽 두 번째 금메달이었다.
 
▲ 2012 런던올림픽에서 100번째 금메달을 안겨줄 후보들.
ⓒ 2012 런던올림픽 조직위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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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양궁(남·녀 개인), 유도(왕기춘·김재범), 역도(장미란·사재혁), 배드민턴(이용대-정재성), 체조(양학선), 레슬링(정지현), 핸드볼(여자팀), 복싱(신종훈), 태권도(이대훈·황경선) 등이 금메달에 근접해 있다. 폐막식 전날 열리는 태권도에서 백번째 금메달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번 올림픽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앞으로 일곱번째, 곧 백번째 메달의 주인공이 누가 되느냐는 것이다. 그는 양정모에 이어 한국 체육사에 남게 된다. 최악의 경우 다음 동계 올림픽으로 주인공 탄생이 미뤄질 수도 있다.


by heyuna 2012. 7. 3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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