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김연아(22‧고려대)는 대학 졸업을 위한 필수 요건인 교생실습을 마쳤다. 4주간의 교생실습은 끝났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8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진선여고에서 교생실습을 시작한 김연아는 일반 사범대생들과 다른 ‘교생실습 신고식’을 치렀다. ‘피겨 여왕’의 교생실습 소식에 실습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이에 김연아 측은 '실습 첫날 공개강의를 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수십 개의 언론사가 김연아 ‘선생님’의 모습을 담기 위해 학교로 몰렸다. 김연아는 자신의 주종목인 피겨스케이팅 이론 강의를 2학년 11반 제자뿐 아니라 카메라 즉, 국민 앞에서 진행했다. 김연아 소속사는 20분간 공개한 수업을 끝으로 이후 교생실습은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혹시나 피해를 입을지 모르는 진선여고 학생들을 위한 조치였다. 

한 번의 공개강의 이후 언론 노출이 적어서였을까.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50) 교수는 지난 22일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에 출연해 "(김연아 선수가) 교생실습을 성실하게 간 것은 아니고요, 교생실습을 한 번 갔다고 쇼를 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한 거겠죠"라고 말했다.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쇼’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한 황 교수의 발언에  논란이 불거졌다. 포털 사이트와 SNS(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김연아 교생실습에 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논란은 진선여고 학생들이 올리는 인증샷을 근거로 한 ‘김연아는 교생실습에 충실하게 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쪽과 대학생활도, 교생실습도 제대로 하지 않고 스포츠스타의 특혜만 누리고 있다는 쪽으로 나뉘어 계속됐다.  

25일, 같은 프로그램 전화인터뷰를 통해 진선여고 한 교사는 “‘(학교로) 김연아 선수가 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와 같은 질문을 해온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김연아 선수는 매일매일 잘 나오고 있으니 정확하게 확인된 사실만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지만 논란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쇼 발언’이 있은 지 1주일 후인 29일, 다시 라디오에 출연한 황 교수는 진행자 김미화가 “오늘은 생방송에 나오기 싫었을 것 같다”고 입을 떼자, “왜요, 뭔 일 있었어요?”라고 능청을 떨었다. 이어 김 씨가 “지난주에 논란이 있었잖아요, 교수님 방송 때문에”라고 되짚자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질문을 하시는지 모르겠는데, 혹시 김연아 양과 관련된(거요)? 저는 김연아를 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하는데요. 제가 이야기 하려고 한 것은 대학이 스포츠스타를 너무 대충 교육을 시키는 게 문제가 있다는 거였지, 김연아를 공격하다니요? 그럼 (저) 백 만 안티 팬 생겨요”라고 답했다.

“(교수님의 발언이 김연아에게) 마음의 상처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김 씨의 말에 “아,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이 있대요? 그런 분들은 제가 달을 보라고 손가락질 했는데, 그 손가락을 본인들에게 하는 삿대질로 생각하셨군요. 그분들에게는 제가 진짜 죄송하다고 해야겠네요”라며 “그런 분들에게는 제가 쓴 <한국인의 심리코드>를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네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죄송하다는 말에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았고 웃으며 자신의 책을 홍보하는 황 교수의 태도에 방송 후 논란이 재점화했다. 

네티즌들 사이 찬반 공방은 계속 됐고, ‘쇼 발언’으로 선수의 명예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김연아 측은 22일 방송 이후 일주일 간 황 교수의 사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황 교수는 반응이 없었고, 이후 방송에서도 “김연아에 대해 얘기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 문제를 짚고 넘어가려고 한 것”이라며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연아 측은 5월 30일, 황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지난 6일 저녁 방송한 SBS <한밤의 TV연예>는 김연아 선수와 황상민 교수가 팽팽히 대치 중인 이번 사건을 소개했다. 제작진은 김연아의 고소 대리인인 법무법인 지안의 이상훈 변호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김연아의 입장에 대해 질문했다.

“선수의 기본 입장은 그렇습니다, 참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요. 분명한 허위 사실까지 선수가 인내를 해야 하느냐, 그 부분에 대해서 (김연아 선수가) 조금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2일 쇼 발언 이후 일주일 간 황 교수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반응이 없자 30일 황 교수를 고소한 김연아는, 고소 이후에도 황 교수의 사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연아도 법정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이 변호사는 말했다.

“황 교수님이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 부분에 대해 사과의 의사표시를 하신다면, 선수 측은 언제든지 고소를 취하할 계획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황 교수는 어떤 입장일까. (고소 당한) 기사를 봤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이게 무슨 기사에요? 무슨 말도 안 되는 기사가…. 이게 진짜 사실이에요?"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그는 “사실 나는 김연아에 대해 얘기한 것은 아니었어요. 대한민국 교육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이런 식으로 김연아에 대한 이야기로 만들어서 나를 고소한다면 나는 진짜 김연아를 아끼는 마음에서 더 이야기를 해줄 수 밖에 없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연아 측은 황 교수가 사실이 아닌 부분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한 부분이 선수의 명예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법적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스포츠스타에 대한 특혜와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 대해 지적한 것이지 김연아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은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 현실을 꼬집으며 예로 든 것이 ‘김연아’의 교생실습이었고, 김연아 관련 발언에 선수의 명예를 훼손시킬 수 있는 허위 사실이 명백히 들어가있다고 김 선수 측은 주장했다. ‘교생실습을 한 번 가놓고 쇼를 하고 있다’는 황 교수의 주장은 진선여고 교사와 학생들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허위임이 이미 밝혀진 바 있고 검찰 수사과정에서 황 교수의 발언이 허위사실인지, 이로 인해 김연아의 명예가 어느 정도 훼손 됐는지가 확실히 입증될 것이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 국위 선양한 김연아, 일년 뒤 열린 2011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전통민요 아리랑에 맞춰 연기한 후 시상대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 김연아. 이후 김연아는 국가대표 피겨선수에서 일반 대학생으로 돌아왔다. 과 동기들과 강의를 듣고, 졸업시험을 치르는 등 대학 생활을 이어갔고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교생실습에 나갔다. 

“앞으로 교생실습 하면서 더 노력하고, 좋은 교생 선생님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생실습 첫 날, 김연아)

“연아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온다는 소식 듣고 꿈도 꿨어요” –문성은 학생
“연아 선생님이 우리 학교 명예를 높여주신 것 같아요” –김두리 학생
“이과 반 친구들은 연아 선생님이랑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고 전화번호도 교환했는데, 저는 문과 반이어서 그러지 못했거든요. 많이 아쉬워요” –박혜진 학생
“TV에서만 보던 사람이 우리 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한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설렜는데 막상 수업 듣고 나니 친근한 마음으로 변했어요” –김홍주 학생

학생들은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자신의 학교 교생 선생님이 된 것에 감사하고 자랑스러워했다. 김 선수에게도 이번 교생실습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예상치 못한 법정 싸움으로 큰 상처로 남게 될까. 많은 사람들이 사범대 학생과 심리학 교수의 공방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by heyuna 2012. 6. 7. 11:25

김연아 비방 일색 칼럼 연재, 누가 진짜 '바보' 인가 


얼음 위에서 담대한 모습을 보여줘 '대인배 김슨생'이란 별명을 얻은 김연아(22) 선수. 김연아가 진짜 교생 '선생님'이 된 지도 어느덧 2주일이 지났다.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4학년인 김연아는 4주간의 교직 이수과정을 마쳐야 졸업이 가능한데, 교생실습 과정의 절반을 이미 마친 셈이다. 


'피겨 여왕'의 교생실습 소식에 실습 과정에 들어가기 전부터 방송사, 인터넷 신문 가릴 것 없이 언론사들의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 리스트인 이승훈(24), 모태범(23), 이상화(23)가 올림픽이 끝나자 마자 교생실습에 나섰고 '마린보이' 박태환(23)도 작년 교생실습을 마쳤다. 스포츠 스타들이 교생실습을 할 때마다 언론은 큰 관심을 보였고, 김연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진선여자고등학교에서 교생 실습을 시작한 김연아. 김연아 소속사 올댓스포츠는 학교측과 협의해 교생실습 첫날, 공개 수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첫날 취재진을 모아놓고 공개 수업을 하면 이후 취재진들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8일 오전 9시 40분, 진선여고 회당기념관 내 1층 교육정보화 도서관은 2학년 11반 학생들과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김연아는 자신이 신는 스케이트화를 들고, 종종 점프 자세를 취하며 제자들과 카메라 앞에서 '피겨스케이팅 이론'에 대해 강의했다. 



이후 언론사의 취재는 제한됐지만 진선여고 학생들에 의해 김연아 선생님 목격담은 이어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트위터, 페이스북 등)를 통해 진선여고 내 김연아 모습이 속속히 올라온 것이다. 체육시간에 학생들과 배드민턴 치는 모습, 스승의 날을 기념해 제자들과 지도 선생님과 함께 찍은 사진 등도 포착됐다. 학생들의 인증은 이어졌지만 언론사들의 팩트(사실)에 기반한 기사들이 나오지 않아서일까. 김연아 교생실습과 관련한 논란의 글 하나가 인터넷에서 또다시 화제가 됐다. 


동아대 생활체육학과 정희준 교수는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춤추며 맥주 마시는 선생님, 우리 김연아 선생님! (5.14)' '아이유와 김연아, 누가 진짜 '바보'인가? (5.21)'란 칼럼을 게재했다. 14일 출판된 칼럼에는 '김연아는 국가대표 은퇴나 프로 전향에 대해 의견 표명은 하지 않으면서 국가대표 이미지를 이용해 광고 섭외에 유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연아가 학교 출석도 하지 잘 하지 않은 걸로 아는데, 교생실습은 제대로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공인 김연아는 (맥주 광고를 찍기 전에)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고민을 했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21일자 칼럼에서 정 교수는 학업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김연아가 교생실습까지 나가게 됐고, 교생실습 중에도 자신의 강의 시간을 채우고 일찍 퇴근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교생실습 첫날 진행한 공개 강의도 김연아의 소속사가 돈벌이의 기회로 삼은 마케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국민이 좋아한다고 해서 4년간의 대학 생활을 대충하고 졸업장을 거머쥘 자격까지 얻은 것은 아니'라며 '유명 운동선수를 학생으로 입학시켜 홍보의 도구로 여기는 대학이 많아졌고 이를 위한 편법적, 탈법적 특혜가 아무렇지 않게 관행화 됐다'며 김연아가 '편법적 특혜'를 누리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비쳤다. 


의견을 관철하고자 할 때 그에 맞는 합당한 논리와 근거가 있어야 함에도 정 교수의 주장은 포털사이트 악플러(상대방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비방하는 사람)들의 댓글들을 모아놓은 데 그치지 않았다. 정 교수는 '김연아는 1,2학년 때 학교를 1년에 한 번 남짓 '방문'했고 그의 매니지먼트 회사인 올댓스포츠는 그의 등교를 보도 자료 뿌려가며 마케팅 기회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2009년 고려대학교에 입학한 김연아는 당시 IB스포츠 소속이었다. 밴쿠버 올림픽을 치를 때까지 김연아는 IB스포츠 소속 선수였고, 올댓스포츠는 2010년 4월 설립됐다. '등교용 보도자료'를 뿌려가며 마케팅 기회로 활용했다 하더라도 그 주체는 올댓스포츠가 아닌 IB스포츠라는 얘기다. 


또한 대학 입학을 고민하던 당시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려면 1년 정도 대학 생활을 하기 어려울텐데 이런 점을 이해해주는 대학이면 좋겠다'며 선수 생활에 대한 지원을 대학 선택의 최우선 조건으로 꼽은 바 있다. 이에 고려대는 "김연아가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올림픽을 비롯한 선수로서 활동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지원하고 훈련장소로 아이스링크를 제공하는 등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일 년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훈련하는 김연아를 위해 고려대가 사전 배려를 약속한 것이다. 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김연아는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이어가며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훈련으로 불가피하게 출석하지 못한 것을 제외하고는 학업을 충실하게 이행한 것이다. 


정 교수는 "출석일수를 제대로 채우지 않은 학생이 졸업장을 따게 된다면 학칙 위반이고 형평성 문제이며 졸속 학위 수여에 더해 편법에 의한 학위 남발"이라며 "대부분의 대학은 한 학기 출석의 3분의 2를 채우지 못하면 무조건 F학점을 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정 교수가 김연아의 출석 일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비난했다는 데 있다. 고려대학교 <일반학생에 대한 학생선수 자격심사 시행내규> 규정을 보면 '국내외의 중요한 훈련 및 경기 참가를 위하여 부득이하게 수업을 참여할 수 없는 경우 체육위원회 규정 제18조에 의하여 출석인정요청서를 제출하여 출석인정을 요청할 수 있다. (제5조 3항. 2010.7.1 제정)'고 명시 돼 있다. 만약 정 교수의 지적대로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한다면 김연아는 F학점을 받을 것이고 내년 2월에 졸업 못하고 말 일이다. 설령 학생 자신의 부족으로 F학점을 받는다고 해서 이를 비난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가. 학생의 등록금을 대어 주는 부모가 아니고서는. 


14일 작성한 칼럼 '춤추며 맥주 마시는 선생님, 우리 김연아 선생님!' 에 대해 비난, 비방을 넘어 욕설이 가득한 댓글을 받았다는 정 교수는 '하여튼 건드리면 다치는 게 국가주의에 기반을 둔 팬덤'이라고 반응했다. 논란의 글을 읽은 사람들은 '국위선양한 김연아의 작은 잘못을 들추어내서' 비난한 것이 아니라 논리가 부족한 글로 김연아의 명예를 훼손하고 비방한 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정 교수는 착각하지 않길 바란다. 



by heyuna 2012. 5. 21. 23:19

국가대표 김연아에게 거는 과도한 ‘태클’

아이스 쇼, 교생실습 전후에 불거진 맥주 광고 논란


'피겨 여왕의 남장'과 올림픽 챔피언, 세계선수권 우승자들이 참가해 화제를 모은 'E1 올댓스케이트 스프링 2012'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4일부터 사흘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특설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김연아의 아이스 쇼는 등장부터 여느 공연과 달랐다. 선수들은 이벤트를 통해 미리 선발된 일반인과 동반 입장했다. 세계적인 선수와 손을 잡고 얼음 위에 오른 팬들은 선수를 따라서 스파이럴을 선보이는 등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이들과 함께 3만 여 관중들도 '피겨낙원'에 입장했다.

 

세계적인 선수들만 서는 무대라고 인식됐던 아이스 쇼. 김연아는 국내 피겨 꿈나무들도 '피겨 낙원'으로 초대했다. 2012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남녀 시니어 싱글 부문 우승자 김진서(16·오륜중)와 김해진(여·15·과천중), 올해 여대생이 된 곽민정(19·이화여대)도 함께 무대에 올랐다. 선수로 참가하지 못한 피겨꿈나무들을 위해 김연아는 초대권을 제공했고, 꿈나무들은 아이스 쇼를 관람하며 '나도 언젠가 저 무대에 서겠다'는 꿈을 키웠다. 


          ▲ 'E1 올댓스케이트 스프링 2012'을 찾은 피겨 선수들. (왼쪽부터) 조경아, 이호정, 김하은 선수. ⓒ 정혜정


김연아의 아이스 쇼는 선수들만 즐기는 축제가 아니다. 아이스 쇼가 열리기 한 달 전부터 팬들은 기부 이벤트를 기획했다. 스타의 선행을 함께하자는 의미에서 '쌀 화환 기부 이벤트'를 진행한 김연아의 팬들도 이번 아이스 쇼의 주인공이었다. 이벤트 운영진은 진행 기간 동안 모인 400만 원의 모금액으로 쌀 1.2톤을 구매했다.

 

이 쌀은 아이스 쇼 기간에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정문 앞에 진열해뒀다가 지난 11일 경기도 구리시청(700kg)과 서울 신길동에 위치한 살레시오 수녀원(500kg)에 전달됐다. 일반인도 함께하는 쇼, 팬들의 기부 이벤트. 김연아의 아이스 쇼는 갈라 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 때문인지 선수와 팬들은 매해 봄, 여름 두 차례 열리는 아이스 쇼를 사계절 내내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스케이터와 팬뿐 아니라 '연아의 아이스 쇼'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또 있다. '올댓스케이트 섬머 2010' 이후 지금까지 아이스 쇼 기간 전후의 포털 사이트와 언론은, 김연아를 비방하는 기사들로 채워져 왔다. 감성 연기로 기립박수를 받은 현장과 달리 포털 사이트 메인에는 점프하다 기우뚱한 '위기의 연아' 사진이 걸렸고, 환하게 미소 짓는 모습 대신 찡그린 표정을 한 선수의 얼굴이 '명당'에 자리잡았다. 이번 아이스 쇼에서도 같은 행태는 반복됐고, 아이스 쇼는 끝났지만 주제를 바꾼 비방 기사는 이어졌다. 아이스 쇼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교생실습에 매진하고 있는 김연아에게 갑자기 '맥주광고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 김연아 선수가 출연한 맥주 광고의 한 장면.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동아대 생활체육학과 정희준 교수는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춤추며 맥주 마시는 선생님, 우리 김연아 선생님!"이란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김연아가 '국가대표 은퇴나 프로 전향에 대해 의견 표명은 하지 않으면서 국가 대표 이미지를 이용해 광고 섭외에 유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연아가 학교 출석도 잘 하지 않은 걸로 아는데, 교생실습은 제대로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공인 김연아는 (맥주 광고를 찍기 전에)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고민을 했어야 한다' 는 등의 내용을 담은 글을 적었다. 일부 언론들은 이에 대한 갑론을박을 담은 내용들로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2006년 시니어 선수로 데뷔한 뒤부터 2011년 4월 열린 세계피겨선수권 대회까지, 끊임없는 부상에도 한 시즌도 쉬지 않고 대회에 출전해온 김연아가 '휴식'을 선언한지 1년이 됐다. 과연 정 교수의 주장대로 김연아는 선수생활 은퇴에 대한 입장을 보류한 채 국가대표 이미지만을 이용하고 있는 것일까.

 

김연아는 지난해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큰 기여를 했다. 뿐만 아니라 유니세프, 동계유스올림픽, 평창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한국을 널리 알리고 피겨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선수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을 최대한으로 해내고 있다. 2007년 첫 CF를 찍은 김연아는 CF로 얻은 수익 중 1200만 원을 피겨 꿈나무들에게 장학금으로 지원한 이후 지금까지 매년 소년소녀 가장을 비롯한 청소년들과 스포츠 유망주를 후원하고 있다. 이쯤이면 스포츠 스타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감'을 기대 이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닐까. 


'학교 출석도 잘 하지 않은 걸로 안다'며 정 교수가 지적한 불성실한 태도도 전후 사정을 파악 못한 일방적인 비방에 불과하다. 2009년 체육특기자로 고려대에 입학한 김연아는 대학진학을 고민하던 2008년,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려면 1년 정도 대학 생활을 하기 어려울텐데 이런 점을 이해해주는 대학이면 좋겠다"며 선수 생활에 대한 지원을 대학 선택의 최우선 조건으로 꼽았다.

 

고려대는 "김연아가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올림픽을 비롯한 선수로서 활동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지원하고, 훈련장소로 아이스링크를 제공하는 등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생활, 올림픽을 대비한 훈련 환경이라 판단한 김연아는 고려대를 선택했다. 김연아는 "앞으로 선수생활 중 있을 많은 어려움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대학이라고 생각했다"고 지원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2011 세계피겨선수권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김연아는 지난해 4월 학교로 돌아갔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학교에서 연아를 보니 사인 받고 싶었지만 연아의 일상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멀리서만 지켜봤다' '학생들 사이에 둘러싸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등의 '연아 등교 인증 후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국내에 머무를 때 꾸준히 출석한 김연아가 어느새 졸업반이 됐다.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4학년인 김연아는 4주간의 교직 이수과정을 마쳐야 졸업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김연아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진선여자고등학교에서 교생실습을 시작했다. 스승의 날, 김연아의 공식홈페이지에 2-11반 제자들과 김연아 그리고 지도 교사가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교생 선생님으로 출근한 지 이제 막 1주일이 지났지만 진선여고 학생들의 후기와 김연아가 학생들에게 작성한 싸인 등은 '자주 결근해도 김연아이기 때문에 교사 자격증이 그냥 나가는 것 아니냐'는 정 교수의 생각이 불필요한 기우임을 증명하기 충분한 듯 하다.  


               ▲ 교생실습 중인 김연아 선수가 제자들, 지도 교사와 함께 찍은 사진. ⓒ 김연아 선수 공식홈페이지       

 

'어리고 순수한' 김연아가 맥주 광고를 찍는 것이 청소년들에게 음주문화를 조장한다는 것은 청소년의 판단력을 무시하는 발언이고, 국가대표인 김연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난에 동의하지 않는다. 김연아를 '순수한 국민 여동생'으로 규정한 것은 선수 자신이 아닌 언론과 대중이었다. 23살의 나이, 교생실습을 할 정도로 훌쩍 커버린 김연아를 마냥 어린 아이로 보고 맥주 광고를 찍은 것에 비난하는 행동, 기부활동과 선행에 앞장 설 때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당연한 일을 했다고 여기고 논쟁거리도 아닌 사항을 굳이 문제화시켜서 확대 재생산하는 언론들. 박지성, 홍명보, 추성훈 등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주류 광고를 찍었지만 유독 '김연아의 맥주'에만 유난이다. 국가대표로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3위 내에 입상해 국위 선양한 김연아에게 박수는커녕 유난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현실에 씁쓸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by heyuna 2012. 5. 1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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