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펜싱 최초로 단체 메달을 획득한 플뢰레 선수들(정길옥 오하나 전희숙 남현희).
ⓒ 2012 런던올림픽 조직위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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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한여름, 밤의 열기가 낮보다 뜨겁다. 열대야에 올림픽 열기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오후 5시 반에 시작한 유도는 자정이 돼야 최종 승자가 가려진다. 박태환이 물살을 가르는 모습은 한국 시각으로 오전 3시에 감상할 수 있다. 다음 날 아침이면 밤새 열린 경기 결과와 출전한 선수들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인기검색어에 올라 있고 온·오프라인 막론하고 많은 국민들이 올림픽에 빠져 있다.

 

런던올림픽 개막 일주일째, 메달 레이스는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오심과 부상으로 강자들이 탈락하고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선수들이 메달을 따니 TV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이쯤에서 메달 획득 상황을 점검해보면, 원래 예측은 단순한 기대 수준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예상치 못한 결과... 하루는 웃고 하루는 울고


실격과 번복이라는 올림픽사에 남을 사건의 희생양이 된 박태환이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펜싱 대표팀 맏언니 남현희는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발렌티나 베잘리(이탈리아)에 역전패당해 4위로 개인전을 마쳤고 최병철은 세 번째 올림픽 출전에서 12년간 끊긴 남자 펜싱에 메달을 안겼다.

 

정진선이 개인 에페에서 동메달을 추가했고, 숨어 있던 미녀검객 김지연이 비수를 날려 여자 최초로 펜싱 금메달을 노획했다. 플뢰레 여자 단체전에서 하나의 동메달이 추가됐다. 펜싱 단체전에서 메달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궁 남자 단체팀의 올림픽 4연패 기록은 좌절됐고, 여자 단체팀은 7연패 위업을 이뤘다.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양궁 단체전이 도입된 이래 한 차례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여자 단체와 더불어 여자 개인전 금메달도 늘 우리 차지였는데 그 기록이 베이징에서 깨졌다. 당시 중국에 석패해 은메달에 머물러야 했던 여자 개인전에서는 막내 기보배가 연금술사처럼 은을 금으로 바꿔놓았다. 50m 권총이 주종목인 진종오는 먼저 10m 공기권총에서 금빛 신호탄을 쐈다. 한국의 런던올림픽 첫 메달이었다. 김장미는 여자 사격 선수 중 첫 금메달 저격수였다.

 

▲ 양궁 여자 개인전 금메달 리스트 기보배 선수. 단체전에 이어 올림픽 2관왕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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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판정으로 아쉬움을 남긴 경기도 있었다. 유도 66kg급에 출전한 조준호는 심판위원장이 개입한 판정 번복으로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고, 왕기춘은 부상으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4위에 머물러야 했다. 노메달 위기에 빠진 유도팀을 구한 건 김재범이었다. 4년 전 자신에게 은메달을 안긴 올레 비쇼프(독일)를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그는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쳐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금메달은 사나이도 울렸다. 유도 90kg에 출전한 송대남이 금메달을 확정 짓고 감독 품에 안겨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인상 2차 시기 도중 오른쪽 팔꿈치가 뒤로 젖혀지는 부상을 당해 기권한 사재혁은 올림픽 2연패 꿈을 이루지 못했다.

 

대회 7일째 금메달 7개, 은메달 2개, 동메달 5개로 중국, 미국에 이어 종합 3위에 오른 한국은 '10-10 (금메달 10개, 종합순위 10위 내 진입)'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가고 있다.


몸풀기 끝난 선수단, 본격 메달 사냥 나선다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았다. 200m 결승전을 치르고 이틀간 체력을 끌어올린 박태환이 오늘 오후 7시, 자유형 1500m 예선에 출전한다. 1500m가 주종목이었던 박태환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단거리에 주력했다. 마음을 비우고 출전하는 1500m에서 판정 번복의 상처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까? 결승전은 5일 오전 3시 30분에 열린다.


스페인(세계랭킹 16위)과 덴마크(6위)를 이기고 강호 노르웨이(5위)와 비긴 여자 핸드볼팀(8위)은 3일 오후 7시 15분 프랑스(11위), 5일 오후 5시 30분 스웨덴(19위)과 예선전을 치른다. 죽음의 조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국팀의 무패 행진이 결승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여자 펜싱 에페 단체전 8강 시합은 4일 오후 6시 30분에 시작된다. '끝나지 않는 1초'에 억울한 패배를 당한 신아람이 마음을 가다듬고 단체전에서 메달을 따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가봉전을 무승부로 마치고 조2위로 본선 진출을 확정한 남자 축구팀은 5일 오전 3시 30분 개최국 영국과 8강전을 치른다. 홍명보호의 마지막 여정이 해피엔딩으로 장식될 수 있을지 국민들 관심이 뜨겁다.

 

▲ 지난 3일 런던 코퍼 박스(Copper Box)에서 열린 조별리그 경기에서 한국과 덴마크가 맞붙었다. 결과는 25-24, 한국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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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황금휴일' 될까... 박태환·장미란·이용대 등 도전


한국인에게 런던올림픽 하이라이트는 일요일이 될 듯하다. 박태환, 진종오, 이용대, 장미란이 올림픽 2연패에 나선다. 오전 3시 30분, 박태환의 1500m 자유형 결승을 시작으로 오후 5시 50m 권총에 진종오가 출전한다. 오후 9시, 이용대·정재성이 배드민턴 남자 복식 결승전에 출전해 금빛 스매싱을 선보일 예정이다.


장미란이 출전하는 역도 75kg 이상급 결승전은 오후 11시 30분에 열린다. 4년 전 적수가 없어 세계신기록 경신을 목표로 출전했던 것과 달리 이번 대회에는 저우루루(중국)와 타티아나 카시리나(러시아) 등 만만치 않은 선수들이 장미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메달 욕심보다는 자신이 목표한 기록을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 연습했다는 장미란은 경기가 끝나고 목표 달성 여부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지현은 베이징 올림픽의 노메달 아픔을 잊지 않았다.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정지현은 명예로운 마무리를 위해 절치부심했다. 6일 오후 9시,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에서 정지현의 설욕전이 시작된다.


같은 날 오후 11시 41분, 한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위해 양학선이 도약한다. 양학선은 자신의 이름을 딴 신기술 'Yang Hak Seon(양1)'을 뛰지 않고도 예선 2위로 결선행을 확정지었다.

 

'양1'은 도마를 짚은 뒤 공중에서 3바퀴(1080도)를 도는 기술로 국제체조연맹(FIG) 채점 규정집에 오른 기술 중 가장 난도가 높다. 2011 코리아컵 국제체조대회에서 처음 선보인 이 기술(7.4점)이 올림픽 무대에서 성공하면 금메달은 물론이고 체조사에도 한 획을 그을 전망이다.

 

'태권도 훈남' 이대훈은 8일 오후 5시 15분, 58kg 이하급 예선에 출전한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63kg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이대훈이 올림픽에서 좋은 활약을 하면 제2의 이용대, 또 한 명의 올림픽 스타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결승은 9일 오전 6시 30분에 열린다.

 

▲ 태권도 경기가 열리는 엑셀 런던 경기장(ExCeL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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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체조·복싱... 메달로 제2의 전성기 준비


1992 바르셀로나 이후 16년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한 한국의 리듬체조는 4년 전 신수지의 베이징올림픽 출전 자체가 하나의 성과로 평가받았다. 이번 올림픽에서 손연재는 신수지가 세운 본선 12위 기록을 뛰어 넘어 개인결선에 진출하겠다는 각오다. 손연재의 연기는 9, 10일 이틀간 오후 8시에 펼쳐진다. 예선에서 개인종합 10위 이내에 들면 손연재는 11일 오후 9시 30분 결승 무대에 서게 된다.


학창 시절 '트러블 메이커'였던 신종훈은 대회 마지막 날 열리는 복싱 라이트플라이급(49kg 이하)에 출전해 대형 사고를 칠 전망이다. 24년 만에 복싱 금메달을 안겨줄 기대주 신종훈은 지옥훈련조차 감사한 마음으로 이겨냈다. 천진한 얼굴 뒤에 금빛 주먹을 숨기고 있는 신종훈은 세계 랭킹 1위의 실력을 올림픽 무대에서 유감 없이 뽐낼 예정이다.

 

대회 마지막 금메달은 태권도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12일 오전 6시 15분에 열리는 여자 67kg 결승에 이인종, 남자 80kg 결승에 차동민이 출전해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켜낼 것으로 보인다.

 

메달권 종목만 챙겨봐도 하루가 바쁘다. 런던의 하루는 더 바쁘다. 관심에서는 약간 비껴있지만 근대5종, 배구, 사이클, 요트, 육상, 조정, 탁구, 트라이애슬론, 하키 등 총 22개 종목 245명의 한국 선수가 각개약진을 하고 있다. 그들이 어느 선까지 진출할지 아무도 모른다. 국민들도 선수 못지 않은 설렘과 희열 또는 안타까움으로 한여름 밤을 지새운다. 이 무더운 밤 어느 구름이 또 시원한 비를 내려줄까?

by heyuna 2012. 8. 3. 23:53

4년보다 길었던 4시간이었다. 자유형 400m 예선에 출전해 조 1위(3:46.68)로 터치패드를 찍었으나 박태환의 이름은 전광판 가장 아래에 있었다. 박태환 이름 옆에는 기록 대신 DSQ(Disqualified)가 적혀있었다. 실격된 것이다. 부정 출발로 인한 실격, 하지만 다음 조 경기가 끝날 때까지 중계진은 명확한 이유를 말하지 못했다. 예선 경기 모두가 끝나고 리플레이 화면을 돌려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4시간이 흘렀다.

"스타트 장면을 50번도 넘게 돌려봤지만 박태환은 실격이 아니다"는 마이클 볼 코치는 국제수영연맹(FINA)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국민들은 '박태환의 실격처리는 잘못된 판정'이라는 BBC•CNN 등 외신들을 퍼날랐고 올림픽에서 판정이 번복된 사례를 찾아서 공유하기도 했다.

결승을 앞둔 5시간 전, 국제수영연맹으로부터 공식 입장이 전달됐다. 실격 처리가 번복됐고 결승 진출이 확정됐다. 예선 전체 기록 4위를 기록한 박태환은 결승에서 6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국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실격에서 은메달까지, 롤러코스터 같았던 박태환의 하루

29일 새벽 3시50분(한국 시각), 결승 경기를 위해 박태환이 경기장에 입장했다. 총성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고 박태환은 시작부터 스퍼트를 올렸다. 초반부터 1위 자리를 차지한 박태환은 300m까지 선두 자리를 지켰다. 300m를 턴 한 후 쑨양이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350m 지점은 쑨양이 0.90초 앞서 턴했다. 마지막 50m, 박태환이 전력 질주 했지만 기록은 3:42.06, 쑨양에 1.52초 뒤진 기록으로 골인했다. 

▲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가 시상대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2012 런던올림픽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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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신기록을 목표로 출전한 올림픽이었다. 런던에 입성하고 첫 훈련 때도 느낌이 좋았다. 페이스 조절 성공으로 예선도 조 1위로 통과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실격 처리에 박태환의 몸이 반응했다.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다. 억울한 상황. 박태환의 근육은 수축했고 결승에서 제 기량을 모두 발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차지한 세계 2위, 그래서 박태환의 은메달이 더 아쉽게 다가왔다.

역전 찌르기 앞에 다시 무릎 꿇은 남현희

박태환의 결승 경기가 펼쳐지기 40분 전, 펜싱 경기장에 남현희가 등장했다. 남현희는 4년 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종료 4초를 남겨놓고 발렌티나 베잘리(이탈리아)에게 역전 찌르기를 허용해 통한의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펜싱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던 그는 런던에서 정상에 오르기 위해 전보다 더 열심히 훈련하기로 마음을 다 잡았다. 그리고 4년 뒤, 런던에서 베잘리를 다시 만났다. 하지만 결승전이 아닌 3-4위 전이었다. 

남현희는 이번에도 고군분투했다. 열세에 놓였다. 1라운드 2-2, 2라운드를 2-4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3라운드가 시작되자 남현희가 달라졌다. 쉴새 없이 발을 움직였고 베잘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시도한 공격마다 득점으로 연결했다. 3라운드에만 8점을 뽑아냈다. 승리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경기가 끝날 줄 알았다. 

▲ 2008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을 마친 후 포옹하고 있는 남현희 선수와 발렌티나 베잘리 선수.
ⓒ 2012 런던올림픽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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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베잘리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12-8로 남현희가 앞서고 있던 경기 종료 12초 전, 베잘리가 1점을 뽑아냈다. 다시 경기가 재개됐고 9초를 남기고 베잘리가 1점을 추가했다. 5초 전, 물러서는 남현희를 향해 공격을 퍼 부은 베잘리가 다시 한 점을 획득했다. 12-11, 5초만 버티면 됐다. 하지만 또 다시 공격을 시도한 베잘리, 1초를 남겨 놓고 12-12 동점 상황. 경기는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1분 안에 남현희가 공격을 성공 시켜야 하는 상황, 하지만 득점 인정 센서는 베잘리 쪽에 들어왔다. 또 다시 역전패 당한 남현희는 결국 베잘리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노메달에 머물러야 했다. 

종료 1분 전, 부상으로 실려나간 김온아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행복한 결말을 꿈꾸며 런던에 입성한 여자 핸드볼 대표팀. 경기 첫째 날, 스페인과 조별리그 1차전 경기를 펼쳤다. 스페인의 랭킹(16위)은 한국(8위)보다 낮지만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은 강호를 상대로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았고 한 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무난하게 끝날 것 같았던 경기. 1분 16초를 남기고 26-31로 앞서던 상황, 강재원 감독 얼굴이 어두워졌다. 대표팀 에이스 김온아가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나간 것이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20년 만에 찾아온 올림픽 금메달의 꿈.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히든카드 김온아의 활약은 필수적이었다. 무릎 인대 파열로 남은 경기 출장이 불확실해진 김온아, 핸드볼팀은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도 큰 숙제를 떠안게 됐다. 

▲ 김온아 선수(등번호 3번)가 스페인 선수를 방어하고 있다.
ⓒ 2012 런던올림픽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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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남현희의 금메달로 기분 좋은 첫 날을 보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변이 속출했던 하루였다. 그러나 올림픽 첫 금메달은 예상 종목에서 나왔다. 2012 런던올림픽 첫 금메달의 주인공은 진종오였다. 남자 10m 공기권총에 출전한 진종오는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10m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0m 권총이 주종목인 진종오는 5일 밤 8시 30분, 올림픽 2연패, 2관왕에 도전한다. 

오늘 저녁 5시 7분, 배드민턴 혼합 복식 예선에 이용대-하정은이 출전하고 6시 35분, 박태환이 자유형 200m 예선전에 나서 또 하나의 역사를 써나갈 예정이다. 오후 8시 15분, 김장미•박민진이 여자 10m 공기권총에 출전하고, 밤 10시에는 조준호가 유도 남자 66kg, 김경옥이 여자 52kg급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새벽 1시 15분,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이 스위스와 조별리그 2차전 경기를 펼친다. 구본길 선수가 출전하는 남자 개인 사브르 결승은 2시에 열리고, 새벽 3시 36분 자유형 200m 준결승이 펼쳐질 예정이다. 

by heyuna 2012. 7. 29. 18:50

▲ SBS <별을 쏘다>에 출연한 역도 장미란·사재혁 선수가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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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사람들에게는 4년마다 돌아오는 즐거움이지만 선수들에게는 인생을 좌우하는 단 한 번의 기회다. 제30회 런던올림픽이 한국 시각, 28일 오전 5시에 개막한다. 203개국에서 출전한 1만500명 선수들이 종목별로 오직 한 명만 오를 수 있는 영광의 자리를 향해 17일간 치열한 승부를 펼친다. 태릉선수촌에서 결전의 땅, 런던으로 이동한 한국 선수단 245명은 수영, 양궁, 역도, 체조, 축구 등 22개 종목에 출전할 준비를 마쳤다.  

 

동계올림픽은 설상 종목의 비활성화로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등 주로 빙상 종목을 중계방송하지만, 하계올림픽은 배드민턴, 수영, 탁구, 펜싱, 레슬링 등 여러 종목이 인기를 끌고 스타 선수도 많은 편이다. 너무 중계할 게 많아서 소외되는 종목이 생길 판이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전보다 다양한 종목의 경기를 안방에서 즐길 수 있게 됐다. 

지난 3월 KBS, MBC, SBS 방송3사는 '기존 중복 편성을 피하고 순차 방송을 실시해 시청자의 보편적 시청권과 채널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한다'는 내용의 올림픽 중계방송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방송3사는 주요 12개 종목(수영, 양궁, 배드민턴, 태권도, 역도, 체조, 펜싱, 복싱, 유도, 사격, 탁구, 레슬링)을 순차 방송하되, 한국 대표팀이나 선수가 출전하는 결승전과 3-4위전, 준결승, 시상식 등에 대해서는 2사 생방송, 1사 지연 중계 형태의 합동방송을 하기로 했다. KBS는 양궁, 체조, 탁구, 펜싱, MBC는 수영, 역도, 배드민턴, 복싱, SBS는 태권도, 유도, 레슬링, 사격을 맡아 중계한다.  

순차 방송 관련 합의는 순조롭게 끝났다. 이후 각 방송사는 런던올림픽 영광의 순간을 생동감 있게 전해줄 해설위원과 캐스터를 확정하고 시청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그들만의 올림픽'을 시작했다. 

방송 3사, 중복편성 피하고 순차방송 약속

 

▲ KBS에서 방영하는 <런던으로 가는 길>의 한 장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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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런던올림픽 방송단은 이용수(축구), 신진식(배구), 이원희(유도), 김택수(탁구), 여홍철(기계체조)을 비롯한 14명의 해설위원과 조우종, 이지애, 엄지인 아나운서(현지 메인 MC)와 한석준, 오정연, 오언종, 김보민 아나운서(국내 중계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됐다.

MBC는 허정무(축구), 현정화(탁구), 방수현(배드민턴), 김수녕(양궁) 등 스타군단을 해설위원으로 영입했다.
 
해설위원 명성에 견주어 진행자의 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오상진, 허일후, 문지애, 나경은 등 간판 아나운서들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을 때 MBC는 프리랜서 김성주, 4년 전 음주방송으로 퇴사한 임경진 아나운서 등을 중계진 명단에 올렸다. 또 기상캐스터 출신 방송인 박은지, MBC스포츠플러스 김민아 아나운서 등이 MC와 캐스터로 활약할 예정이다.  
 

SBS는 차범근·박문성(축구), 노민상(수영), 장재근(육상), 임오경(핸드볼) 등 18종목 19명의 해설위원과 배기완, 배성재, 김환, 박은경, 박선영 등 16명의 아나운서를 런던올림픽 중계프로그램 캐스터나 MC로 선정했다. 

방송3사의 런던 올림픽 준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각 사 홈페이지에는 '2012 런던올림픽' 특집 페이지가 마련됐고, 경기일정부터 특집프로그램 소개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담았다. 

SBS는 지난 16일 역도 선수 장미란·사재혁 편을 시작으로 <런던 2012 특집다큐-별을 쏘다>를 방영했다. 인내와 노력으로 도약에 나설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담은 <별을 쏘다>는 남현희(펜싱, 17일), 신종훈(복싱, 18일), 양학선(체조, 19일), 이용대·정대성(배드민턴, 23일), 왕기춘·김재범(유도, 24일), 손연재(체조, 25일), 차동민(태권도, 27일), 박태환(수영, 28일) 순으로 방송된다. '영원한 마린보이, 박태환 편'에 앞서 28일 자정, <런던 2012 특집 올림픽 선수단 필승 콘서트 We Are The Champion>도 방송할 예정이다. 

KBS 2TV는 외주업체에서 제작한 <런던으로 가는 길>을 8부작에 걸쳐 방송한다. 선수에서 태극전사로 거듭나는 현장을 담은 이 프로그램은 26일 현재 7부작까지 방영된 상태다.
 
1부 '한 여름밤의 꿈' 편에서는 여름 태양보다 뜨거운 레슬링, 사격, 태권도, 육상 선수의 훈련 모습이 공개됐고, 2~7부에서는 메달권 종목인 체조(양학선), 펜싱(남현희), 탁구(유승민), 리듬체조(손연재) 등 선수들의 올림픽 준비 과정을 밀착 취재했다. KBS 2TV는 <다시 보는 베이징올림픽 영광의 순간들>도 방영 중이다. 
 
중계진 400여 명 파견... 시청률 경쟁 시작

 

▲ 런던올림픽 특집 페이지를 마련한 방송 3사(위에서부터 KBS, MBC, SBS)
ⓒ 방송사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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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에서는 22일 <올림픽 사이언스>가 방송됐고, <런던드림>(24~27일), <런던으로 간 대한민국 전사들>(26일)<위대한 도전 1948-2012>(27일), <런던의 재탄생>(27일) 등 올림픽 특집 다큐멘터리가 방영을 앞두고 있다.
 
KBS는 "1TV, 2TV 두 개 채널을 활용해 메달권 경기가 아닌 비인기 종목까지 아우르는 공영방송다운 편성을 보여줄 예정이며, 일일 약 1000분의 생중계와 400분의 하이라이트를 전격 편성해 대한민국 선수단 전 경기를 중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174일 장기 파업 여파로 뒤늦게 올림픽 제작에 합류한 MBC는 2012 런던올림픽 축구 본선 B그룹 상대팀 분석(멕시코 23일, 스위스 25일, 가봉 26일)과 <한류문화 런던을 사로잡다>(25일), <아이돌 올림픽>(1부 25일, 2부 26일), <베이징 올림픽 감동의 순간들>(27일)을 방영할 계획이다. 

KBS 114명, MBC 111명, SBS 170명이 런던올림픽 방송을 위해 현지로 떠났다. 담당 종목 배분과 해설위원 영입, 특집 프로그램 제작까지. 런던올림픽을 이틀 앞둔 현재 KBS, MBC, SBS가 출전하는 23번째 종목 '시청률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by heyuna 2012. 7. 26. 11:14

올림픽 D-7, 영국인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TV리뷰] EBS <다큐 10+> '런던 2012, 올림픽을 준비하는 사람들' 편
12.07.21 10:15ㅣ최종 업데이트 12.07.21 10:17ㅣ정혜정(hey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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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올림픽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결전의 땅 런던으로 속속 도착한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고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도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70억 세계인, 지구촌 스포츠 축제'로 불리는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번 올림픽을 세계 인구 48억 명이 텔레비전을 통해 시청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개막에 앞서 EBS <다큐 10+>은 런던올림픽 특집 프로그램(3부작-19일, 25일, 26일 방송)을 제작했다. 19일 밤, 1부 '런던 2012, 올림픽을 준비하는 사람들' 편이 방송됐다.

  
▲ 런던올림픽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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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2012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런던이 확정되자 영국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직위원회는 2012 런던올림픽을 스포츠축제를 넘어 거리를 좁히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문화 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수많은 예술가와 엔지니어, 건축가 등이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동참했다. 영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뒷받침 됐다. 


런던올림픽의 자랑은 '도시 그 자체'라고 판단한 조직위원회는 런던의 왕립 공원 중 하나인 그리니치 파크(Greenwich Park)에서 승마 경기를, 하이드 파크(Hyde Park)에서 트라이애슬론(수영·사이클·마라톤) 경기를 펼치고, 양궁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켓 경기장인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 (Lord's Cricket Ground)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 비치발리볼 경기가 펼쳐질 호스 가즈 퍼레이드(Horse Guards Par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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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5년 여왕 친위대 훈련 장소로 만들어진 호스 가즈 퍼레이드(Horse Guards Parade)에서는 비치발리볼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건축가 제프 키스는 "처음부터 경기장으로 점 찍은 곳"이라며 "적당한 경기 종목을 선정하는 게 문제였지만, (합의를 통해) 비치발리볼을 선택했고 모두가 흥미를 보였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생일 행사가 펼쳐지는 곳에서 비키니를 입은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게 됐다. 전통을 존중하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는 영국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쿨'한 경기장 선정이다. 

텅 빈 공장과 산업 폐기물이 가득했던 런던 동부 지역은 스포츠 도시로 거듭났다. 동부에서도 가장 낙후된 스트랫포드(Stratford)에 올림픽 스타디움과 올림픽 기념 조형물 '오빗 타워(Orbit Tower)'가 들어섰다.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은 이번 올림픽이 영국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릴 기회라 생각했다. 엑스포처럼 랜드마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런던시는 건축가, 조각가, 토목 기술자 등을 모아놓고 "상징적 의미가 있는 탑을 만들라"고 요구했다. 

  
▲ 올림픽 스타디움 옆에 세워진 런던 올림픽 랜드마크 오빗 타워(Orbit T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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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빗 타워 개발팀은 유연하고 다양한 사고를 받아들이는 영국,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면서도 안정을 잃지 않는 21세기 영국을 보여주고 싶었다. 100m의 조형물은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다. 뒤틀리며 교차하는 구조로 설계된 오빗 타워는 불안하면서 안정적인 느낌을 주기 충분했다. 

'고바이다 깨어나다' 프로젝트도 개막 당일 세계인의 시선을 집중시킬 히든카드 중 하나다. 전설 속 인물인 고바이다는 백성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알몸으로 말을 탄 채마을을 돈 영주 부인이다. 고다이바 인형은 영국 최대 모형제작업체가 제작했다.
 
10m의 큰 키, 55개의 부분이 연결된 인형은 통제 시스템의 제어를 받는다. 인형은 자전거 수레에 실려 코벤트리 마을에서 런던으로 운반된 뒤 런던 시내에 도착하면 자전거에서 내려 혼자 걸을 예정이다. 프로젝트 참가자는 "인형이 땅에 발을 딛는 순간 영국인의 새 기술력을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개막 전 인기 행사인 성화 봉송에 쓰는 성화봉 또한 주최측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이번 런던올림픽 봉송 주자는 축구선수 디디에 드로그바(코트디부아르), 힙합그룹 블랙아이드피스 리더 윌 아이 엠(미국), 차범근, 이승기 등을 포함해 총 8천 명에 이른다. 디자이너는 8천 개의 구멍을 뚫어 성화봉에 봉송주자를 담았다고 전했다. 

  
▲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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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메달이다. 올림픽에서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은 선수들에게,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받는 것은 평생 잊지 못할 일이다. 선수 생활의 정점 같은 순간, 그런 이유로 메달은 견고하고 아름답게 제작되어야 한다.
 
런던올림픽 메달은 영국 남서부 지방 웨일스(Wales)에 위치한 영국 왕립 조폐국에서 상엄한 경계를 받으며 제작됐다. 제작자는 "구상대로 나온 결과물에 만족한다. 까다로운 작업이었지만 우린 해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시상식에서 메달만큼 중요한 것이 국가다. 런던 필하모니 관혁악단은 '비틀즈의 거리'로 유명한 애비 로드(Abbey Road)에서 참가국 203개국의 국가를 편곡하고 녹음했다. 국가를 관현악곡으로 편곡해 녹음한 것을 각 나라로 보내 허락 받는 작업을 거쳤다. 허락 받지 못한 국가는 재편곡, 녹음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현재 독일, 에콰도르, 우간다 등 참가국의 절반 가량이 허락했고 개최국인 영국의 허락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 한국 기준 7월 28일 오전 5시, 2012 런던올림픽이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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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영국인은 올림픽을 재계약의 기회로 삼고 있다. 후손들이 뿌듯해 할 올림픽을 만들기 위해서 온 나라가 분주하다. 전 국민의 힘을 모아야만 성공적인 국제 대회 개최가 가능한 법. 준비를 마친 6천 만 영국인이 7월 28일, 2012 런던올림픽 개막만을 기다리고 있다.

by heyuna 2012. 7. 2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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