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못 간 죄? 집념으로 만든 '무도스타일'
[TV리뷰] MBC <무한도전> ‘약속한 대로, 두 번째 이야기’
12.09.16 11:00ㅣ최종 업데이트 12.09.16 11:00ㅣ정혜정(heyuna)
태그무한도전강남스타일 

시작은 이게 아니었다. 지난 8월 18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말하는 대로'에서 결정된 정형돈의 대국민 약속은 '노홍철, 데프콘과 함께 유재석과 하하가 원할 때, 원하는 분장을 하고 중국 만리장성에서 제일 좋아하는 자장면을 먹는다'였다. 만리장성까지 가서 자장면만 먹고 온다면 조금은 밋밋했을 것이다. 멤버들은 깨알 같은 요소들을 만들기 위해 제작회의에 들어갔다. '어떤 분장을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던 차, 유재석이 요즘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가수 싸이(Psy)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패러디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  무한도전 멤버들이 회의 중,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 한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 MBC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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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벌칙자 정준하는 '8월 안에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에서 애봉이 가발을 쓰고 비키니를 입은 채 귀엽고 청순하게 뛰면서 울면서 섹시하게 열무국수와 콩국수를 대접한다'는 미션을 받았으나 멤버들의 합의 하에 독도에서 '독도스타일'을 찍는 것으로 변경했다. 제작회의에서 멤버들은 독도팀(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길)과 북경팀(하하, 노홍철, 정형돈, 데프콘)으로 나뉘어 '무도스타일'과 '북경스타일' 뮤직비디오 제작 대결을 펼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좌절된 독도행… 서울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다

'약속한 대로 1편' 촬영 당일 순조롭게 중국에 도착한 북경팀에 비해 독도팀은 태풍 볼라벤의 습격으로 서울에 발이 묶였다. 이동하기 힘들어진 독도팀은 '대국민사과' 뒤,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서울 시내에서 '무도스타일'을 찍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국내(독도)팀은 주말 저녁, 깜짝 놀랄만한 분장을 한 채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가 오는 추운 날씨에도 서로의 얼굴에 냉수를 뿌려가며 웃음을 유발했다. 멤버들의 우스꽝스러운 분장에 쉴새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이렇게까지 웃겨 주는 멤버들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진 깨알 같은 웃음포인트가 한 회를 채웠다.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만족도는 시청률로 나타났다. 9월 8일 방송된 <무한도전> '약속한 대로 1편' 시청률은 전주보다 1.6% 상승한 14.4%(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했다.

▲  국내팀의 '무도스타일'과 북경팀의 '북경스타일'
ⓒ MBC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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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5일, '강남스타일' 패러디 결과물이 포함된 '약속한 대로 두 번째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도 멤버들은 각 팀장의 리드 아래 일사불란하게 촬영에 임했다. 77분간 방송된 '약속한 대로 2편'은 촬영 장소도, 출연진도, 멤버들의 분장도 상상 이상이었다. MBC 사내 복도와 대기실, 음악중심 녹화장, 실내목욕탕과 주차장, 애비로드(Abbey Road)를 표현하기 위한 서울의 한 횡단보도 등에서 촬영한 국내팀과 경극 식당, 첸문 거리, 천안문, 놀이공원, 만리장성의 모습을 화면에 담은 북경팀의 화면이 교차편집 돼 방송됐다.

다큐, 경극, 영화, 콩트 포함한 종합선물세트

다양한 것은 장소뿐 만이 아니었다. 중국에서의 정형돈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북경 정씨의 그날'과 경극 분장을 한 채 '패왕별희'를 패러디 한 하하와 노홍철, 물개부터 시작해 문어, 거북이, 멍게 등 다양한 해산물 분장을 보여준 길 등 촬영 이틀 동안 멤버들은 '뽑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뽑아내는 심정으로 촬영에 임한 듯 했다.

깜짝 출연진도 많았다. 촬영 중인 멤버들에게 인사하러 왔다가 무대에 오른 아이돌 그룹 빅스(VIXX), 화장실 가다 들른 방송인 사유리, 오디오‧조명 감독 이하 무도 스텝들. 거기다 캐나다에서 온 관광객을 만리장성에서 현장 섭외 하기도 했다. 누구든지, 어디서든지 간에 '그림이 된다' 싶으면 카메라 안으로 끌어들였다.

용왕님은 긴가민가했지만 시청자는 만족

국내팀은 실내목욕탕에서 물 따귀를 맞기도 했으며, 북경팀은 홍콩 영화의 주인공인양 무술을  흉내낸 뒤에야 만두 하나를 먹을 수 있었다. 웃음을 위해 고통은 감수하고 배고픔 쯤은 인내해야 했다. 그렇게 뮤직비디오 한 편이 만들어졌다. 오늘 촬영이 어땠냐는 질문에 박명수는 "(체념한 듯) 그냥 살려고 하는 것 같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아마 싸이도 이렇게까지 열심히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찍지는 않았을 것 같다.

▲  스텝들도 참여한 '무도스타일'.
ⓒ MBC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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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멤버들은 독도에 가지 못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울에서 최선의 노력으로 녹화에 임했다. 촬영 둘째 날 자정에 다시 시작된 추가 촬영, 국내팀 멤버들과 스텝들의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했지만 '용왕님'(유재석)의 진두지휘 아래 큰형님과 경찰로 변신해 또 하나의 씬을 만들어 냈다.

북경팀 또한 짧은 출장 기간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퉁퉁 부은 눈으로 촬영을 이어가야 했다. '뮤직비디오를 완성하기 위한 집념의 몸부림'을 보는 77분 내내,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멤버들과 스텝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나저나 '강남스타일'은 <무한도전>에서만 수십 번은 들은 것 같은데, 질리기는커녕 들을 때 마다 더 흥겨운 걸 보면, 왜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가 1억 8000만을 향해 달려가는지, 아이튠즈 음원 차트(Top Songs Chart)에서 어떻게 1위를 차지했는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톰 크루즈가 왜 싸이와 인증샷을 찍고 트위터 팔로잉을 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by heyuna 2012. 9. 16.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