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새벽, 소치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논란 속에 끝이 났다. 클린 경기에도 불구하고 김연아는 2위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편파 판정, 승부 조작 논란이 꼬박 한 달간 이어졌다. 

판정 결과에 대해 항소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21일 오후, 대한체육회(김정행 회장)와 대한빙상경기연맹(김재열 회장)이 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의 판정 결과에 대해 국제빙상연맹(ISU) 징계위원회에 제소(complaints)하기로 결정했다.

대한체육회 및 빙상연맹은 "이번 판정의 부당함을 공식화함으로써 다시는 국제 빙상계와 스포츠계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억울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소 결정은 한 달 여 동안 체육회와 국내의 피겨 국제심판 및 연맹관계자, 전문 국제변호사의 법률 자문 등을 거쳐 결정됐으며 국제연맹과 국제심판들과의 관계 역시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대한체육회는 설명했다. 

김연아 선수에 대한 판정 결과가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고 판단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왔다는 것이다.

절차상 '항의(Protest)'와 '항소(Appeal)'가 가능하려면 ①심판의 구성 및 자격 ②점수 합산의 오류 및 ③기타 사항(선수자격, 장비·규정 등 위반)에 한정되는데 김연아 선수 건은 심판이 내린 판정(점수)의 적절성 여부에 관한 것이어서 항의나 항소 요건이 안 된다는 것이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의 설명이다.

반면 윤리규정 위반과 관련해서는 ISU 규정(Article 24)에 따라 사건 인지 후 60일 내에 징계위원회 제소(Filing of Complaints)가 가능하므로, ISU에 징계위원회 소집과 조사 착수를 요청하기로 한 것이다.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이 '윤리'규정을 위반했다고 문제 삼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째는 이번 경기 저지(Judge)로 참여한 알라 셰코프세바의 내력이다. 전 러시아피겨연맹 회장이자 현재 러시아피겨연맹 사무총장인 발렌틴 피세프의 부인인 알라 셰코프세바는 경기 판정 직후 러시아 소트니코바 선수와 포옹을 하는 등 중립성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 

두 번째는 저지(Judge) 중 한 명이었던 유리 발코프(우크라이나)의 자격정지 경력이다. 유리 발코프는 1998 나가노올림픽 당시 동료 캐나다 심판에게 담합을 제의한 바 있으며, 해당 사실이 4년 후인 2002년에 발각돼 1년간 자격정지를 받은 바 있다. 

마지막으로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은, 해당 경기에서 그 외 심판들 간의 편파 채점 의혹이 불거진 것으로 판단했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항소나 제소가 ISU 및 피겨 국제 심판진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져 우리 선수들이 국제경기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어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무엇이 우리 국민을 위한 최선인가를 고민한 끝에 예상되는 일부 문제에도 불구하고 징계위원회에 제소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아 "체육회와 빙상연맹 결정 존중" 

대한체육회의 제소 결정이 발표 난 세 시간여 뒤, 김연아가 "체육회와 빙상연맹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김연아의 입장은 체육회와 빙상연맹이 ISU의 징계위원회에 제소한 직후에 체육회와 빙상연맹에 전달됐다. 

김연아는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를 통해 "소치 동계올림픽에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출전한 선수로서 체육회와 빙상연맹이 국제빙상연맹 징계위원회에 제소한 데 대해 그 결정을 존중하며,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전했다. 

한편 올댓스포츠는 "체육회와 빙상연맹이 어떤 방법이 우리 국민을 위한 최선인가를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듯이 체육회와 빙상연맹이 국민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은 김연아 혼자만이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어 "체육회와 빙상연맹이 국제 빙상계와 스포츠계에서 한국선수들에게 억울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듯이 이번 제소가 그 동안 수차례 반복돼온 한국선수들의 판정논란과 불이익이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by heyuna 2014. 3. 2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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