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박태환, 반란을 위한 준비는 끝났다
<SBS스페셜>-'승부사 박태환' 편...런던올림픽 '영웅의 귀환 프로젝트' 기대한다
12.07.24 14:58ㅣ최종 업데이트 12.07.24 14:59ㅣ정혜정(heyuna)
태그박태환SBS스페셜런던올림픽 
"중학교 3학년, 국가대표로 발탁됐을 때 막 기쁘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올림픽을 앞두고 발탁됐기 때문에 그만큼의 긴장감이 있었거든요."

2004년, 만 14살의 나이에 최연소 수영 국가대표로 발탁된 박태환은 한국 대표로 출전한 첫 올림픽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실력을 겨뤄보기도 전에 부정 출발로 실격하고 만다.

  
▲ 하루에 7시간 씩 물속 훈련을 하는 박태환 선수.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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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국가대표로 뽑힌 꼬마 박태환은 경험 부족으로 준비 신호를 출발 신호로 착각해 홀로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킥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쓸쓸히 퇴장했던 그 꼬마가 3년 뒤 다시 세계 무대에 얼굴을 내밀었다. 

2007 멜버른세계선수권대회. 400m 자유형 부문에 출전한 박태환은 5번 레인에서 경기를 펼쳤다. 총성과 함께 '제때' 출발한 박태환은 300m까지 줄곧 5위에 머물렀다. 선두권에서 멀어진 박태환에게 관심을 갖는 이는 없었다. 결승선을 50m 앞둔 350m 지점을 4위로 턴 한 박태환. 박태환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50m 구간에서 스퍼트를 끌어올린 박태환은 앞서 있던 선수 한두 명을 따라잡더니 결국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부정 출발로 실격한 꼬마 박태환이 대한민국 수영 영웅이 되는 순간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는 즐거워했던 것 같아요. 남들이 봤을 때 어떻게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내가 결승전에서 이런 세계적인 스타와 레이스 한다는 자체가 굉장히 즐겁고 뜻 깊은 일 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22일 SBS는 2004 아테네올림픽 실격,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 로마선수권 예선탈락,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3관왕 등 쓰러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한국의 수영 영웅 박태환의 2012 런던올림픽 준비과정을 담은 'SBS스페셜-승부사 박태환' 편을 방송했다. 

  
▲ 2012 런던올림픽, 박태환의 목표는 세계신기록 경신이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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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의 두 번째 올림픽인 2008 베이징올림픽은 4년 전과 달랐다. 400m 자유형 금메달, 200m 자유형 은메달. 아시아에서 놀던 박태환이 세계적인 물로 뛰어들었다. 박태환은 당시의 금메달은 놀라운 기억이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저 자신도 좀 놀랐었어요. 파이널(결승)에 올라가는 것도 굉장히 힘든 일인데 거기서 금메달을 따게 돼서 굉장히 놀라웠던 거 같아요. 그 시기는 놀라웠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2004 아테네올림픽 이후 전국체전 우승은 물론이고 2006 도하아시안게임, 2007 FINA 경영월드컵 6차대회 200m•400m•1500m 석권에 이어 2008 베이징올림픽까지 승승장구 하던 박태환이 2009 로마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예선 탈락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박태환도 국민들도 깜짝 놀랐다. 언론에서는 '박태환 침몰'이라는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냈고 박태환은 처음 맞는 위기를 견디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한국 가기가 조금 두렵다고 해야 하나? 불편한 마음을 가졌던 건 그때가 처음인 것 같아요. 한국 간다 그러면 집에 가는 건데… 계속 승승장구하는 모습만 보여지다가 한 번 이렇게 예선 탈락 해버리니까 그만큼 질타가 심하더라고요. 한 번에 롤러코스터처럼 쭉 내려가니까 제 마음도 상처 입는 게 더 심했어요. 한 번에 너무 많은 질타가 들이닥치니까 좀 버거워서 많이 힘들었어요."

  
▲ 한계를 넘는 훈련량. 근력 강화 운동 후 힘이 빠져 버린 박태환 선수.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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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선수를 전담하는 권세정 팀장은 당시 박태환이 굉장히 혼돈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는데 나를 죄인 취급 하나, 은퇴할까?' 박태환 선수가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마이클 볼 코치를 선임한 후 코치와 첫 만남부터 박태환 선수가 굉장히 기분이 좋아 했어요. 동기가 생기고 수영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하면서. 그때부터 정신을 좀 차리게 됐죠."

마이클 볼 코치를 만난 박태환은 다시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하루 7시간씩 물속 훈련이 이어졌다. 박태환의 훈련이 끝나야 수영장의 하루 일정도 끝났다. 연습 벌레 박태환은 물속 훈련 전후에 수영 동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근력 강화 운동도 잊지 않았다. 힘든 과정을 묵묵히 이겨낸 그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박태환은 100m•200m•400m 자유형 3관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200m 경기에서는 단 한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고 아시아 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호주 브리즈번 훈련장으로 돌아온 박태환은 잠영(물 속에서 하는 헤엄) 거리를 늘리고 돌핀킥(Dolphin Kick)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2012 런던올림픽을 대비해, 라이벌인 마이클 펠프스(193cm), 쑨양(198cm)과 10cm이상 차이가 나는 신장(박태환: 183cm)을 잠영과 돌핀킥으로 극복하기로 한 것이다. 
  
▲ 베이징올림픽때와 비교한 박태환 선수의 최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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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의 실제 수영 스피드는 마이클 펠프스나 라이언 록티만큼 잘합니다. 하지만 잠영이나 턴은 그렇지 못했죠. 그래서 저희는 아주 많이 노력했어요. 지난 2년 동안 잠영과 턴이 많이 향상 됐어요." (마이클 볼 코치)

박태환은 훈련을 통해 잠영 거리를 기존 6~7m에서 11~12m로 늘렸다. 돌핀킥을 강화하기 위한 근력 운동 또한 필수였다.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돌핀킥 훈련에 많은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유연성이라든지 근력을 상호보완 하는 운동을 시킬 때 박태환 선수에게 '태환아, 이 운동은 돌핀킥에 굉장히 좋은 운동이고 아주 효율적일 거야' 이렇게 이야기 하면 태환이가 굉장히 열심히 훈련을 합니다. " (권태현 체력 코치)

힘들다고 운동을 게을리 한 적은 없다. 한계를 뛰어넘는 훈련량 덕분에 물살을 가르는 힘도 완벽에 가까울 정도가 됐다. 볼 코치와 훈련하기 전에는 돌핀킥을 한두 번 차던 박태환이 올림픽을 앞둔 지금 네 번까지 그 양을 늘렸다. 4년 전과 비교해 복근도 생겼다. 달라진 몸은 경기력에도 변화를 줬다. 

"저희 전담팀은 금메달을 100% 기대하죠. 이번 목표는 Super-X에요. 'Super eXcellent' 약자인데, 200m•400m 금메달에 400m 세계신기록이에요." (권세정 전담 팀장)

"제 생각에 쑨양의 실력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이 박태환 선수에게 큰 도전이 될 거예요. 박태환 선수도 자기가 이겨야 할 사람이 쑨양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둘 사이에 아주 환상적인 시합이 될 것 같아요." (마이클 볼 코치)

  
▲ 2012 런던올림픽을 위한 준비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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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번 올림픽 경기에서 1등과 8등 순위가 1~2초 내에서 정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국의 박태환이 반란을 일으킨 경기였다'라는 멋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저 자신한테도 그렇고요."  (박태환 수영 국가대표)

2012 런던올림픽 '영웅의 귀환 프로젝트'. 준비는 끝났다.

by heyuna 2012. 7. 24.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