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속어 오가는 '고품격' 음악방송 <라디오스타>
[TV리뷰] 방통위 '경고' 조치에도 고쳐지지 않는 막말
12.10.06 09:55ㅣ최종 업데이트 12.10.06 09:55ㅣ정혜정(heyuna)
태그라디오스타엄마가 뭐길래비속어류승수황금어장 
방송되는 내내 깨알 같은 웃음을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가끔 과도한 개그욕심으로 출연자들 간에 과한 언사가 오가기도 한다.

넘쳐흐르는 예능 욕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출연자가 부적절한 표현을 쏟아낸다면, 현장에 있는 진행자가 이를 바로 잡아줘야 한다. 이도 여의치 않다면 프로그램 책임자인 프로듀서가 방송에 내보내기 전 꼼꼼히 감수한 뒤, 음성변조 처리를 하든지 편집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요즘 범람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 사이에 도를 넘은 막장, 막말 방송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저속한 표현으로 얼룩진 프로그램이 지상파에서 방송된다면, 그것도 학생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에서 계속된다면 이는 청소년들의 언어습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  학창시절 일화를 이야기하며 비속어를 쓰는 <라디오스타> 출연자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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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리' '후까시' '지라시'...정체불명 비속어 난무한 <라디오스타>

지난 3일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는 자사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 홍보를 위해 관련 출연자들이 스튜디오를 찾았다. 밤새 촬영하느라 한숨도 자지 못하고 나왔다는 김서형, 류승수, 김병만, 엘(그룹 인피니트). 

이 날 주인공은 류승수였다. 70분간 이어진 이날 방송 분량의 반 이상이 그의 몫이었다. 류승수는 자신의 학창시절 이야기부터 지난 7월 종방된 SBS 드라마 <추적자>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말이 많았던 탓일까. 적절치 못한 표현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류승수는 학창시절 불량서클에서 활동하던 것을 추억하며 자신을 '골통'이라고 표현했다.

"저는 사실 고등학교를 못 나왔어요. 조금 골통(?)이었어요. 고등학교 입학은 했는데 입학 하자마자 3개월 만에 (학교를) 나왔죠. 자유를 찾아서 떠났죠. 저는 공부한 적이 없어요."

그는 이어 "학교에서 잘렸잖아요. 머리가 길었어요. 그때 유행했던 머리 스타일이 앞에는 후까시(?) 뒤에는 지라시(?)였어요"라며 일본어까지 서슴지 않으며 써댔고, 출연자들과 진행자는 그의 말을 듣고 웃기만 할 뿐 따로 제재하지 않았다.

얼마 전 종방된 드라마 배역(검사) 이후로 도덕적 기대치가 높아져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류승수는 이렇게 답했다.

"예전에는 운전하다가 누가 끼어들거나 하면 화가 나서 창문을 열고 한번 야리(?)든지… 째려보든지 했는데, 지금은 웃어요. 끼어들 때도 꼭 비상등 켜주고 손 흔들어주고요."

이 발언들 외에도 날라리, 첫인상이 더럽다 등 진행자, 출연자를 막론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언행들이 쏟아졌다.

청소년 보호 시간대 아니라지만...잠재 시청자층 고려했어야

▲  류승수가 비속어를 사용한 뒤 입을 가리고 멋쩍어 하고 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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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제작진은 이런 비속어에 자체 음성변조는커녕 형형색색의 자막과 CG(컴퓨터 그래픽)로 이를 더 부각시켰다. 그들이 보인 최소한의 배려는 비속어 뒤에 물음표를 다는 것이었다. 후까시(?), 날라리(?)와 같은 형태로. 마치 뒤에 물음표만 붙이면, 이 정도 비속어쯤은 쿨하게 눈감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사실 <라디오스타>는 막말 방송에 있어 전적이 있다. 2009년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었던 진성호 전 의원(새누리당)은 "어린이와 청소년 보호차원에서 방송사 및 관계기관은 막말 연예인에게 퇴출 등 강도 높은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라디오스타> 진행자인 김구라(42.3건)와 윤종신(32.8건)이 지상파 3사 심야예능프로그램 진행자 중 가장 많은 막말을 쏟아냈다고 밝혔다.

또 <라디오스타>는 2010년, '돌아버리겠어' '쪽팔리잖아'와 같은 저속한 표현을 사용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방송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및 비속어, 은어, 유행어, 조어, 반말 등을 사용하여서는 안된다'는 방송심의규정(방송언어)을 어긴 것이다.

현행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의 청소년 시청 보호시간대는 평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공휴일 및 방학기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10월 3일 개천절에 방송된 <라디오스타>는 오후 11시 20분에 시작하고 '15세 미만 시청 불가' 표시를 했지만 이날 방송에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의 멤버가 출연한 탓에 적지 않은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어야 했다.

고품격 음악방송 <라디오스타>가 음악뿐만 아니라 언어선택에서도 품격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날을 기대해도 좋을까?

by heyuna 2012. 10. 6.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