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천재' 빅토르 안(안현수)이 7년 만에 '세계 챔피언' 왕좌 탈환에 성공했다.

15일 새벽(한국시각)부터 사흘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빅토르 안이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15일 열린 1500m 결승전에 출전한 빅토르 안은 결승선을 앞둔 마지막 코너에서 박세영에게 3위 자리를 빼앗겨 4위로 경기를 마친데 이어, 이튿날 500m 결승전에서도 4위에 그쳤다.

그러자 국내 몇몇 언론들은 '안현수 부진론'을 슬쩍 꺼내들기도 했다. 소치올림픽에서 전종목(500m·1000m·1500m·5000m계주) 메달을 따낸 이후 체력이 고갈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었다.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우는데 필요한 시간은 하루면 충분했다. 세계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열린 1000m 경기에 출전한 빅토르 안은 예선과 준준결승, 준결승을 모두 1위로 통과했다. 17일 새벽, 빅토르 안이 박세영, 싱키 크네흐트(네덜란드), 한톈위(중국), 시징난(중국)과 함께 결승 무대에 올랐다.

경기 초반 빅토르 안과 박세영은 후미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네덜란드와 중국 선수들이 선두 다툼으로 체력을 소모할 때 두 선수는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힘을 비축했다. 뒤쪽에서 기회를 기다리던 두 선수가 결승선을 두 바퀴 남기고 추격을 시작했다.

빅토르 안이 인코스로 파고들어 2위에 자리 잡았고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같은 방법으로 1위로 올라섰다. 박세영은 마지막 코너에서 인코스를 노려 3위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1분25초446의 기록으로 빅토르 안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00m와 1500m에서 4위를 차지해 종목별로 각 8점을 따놓은 빅토르 안은 1000m 우승으로 34점을 추가로 획득, 총점 50점을 기록했다.

1000m 결승전을 마친 지 2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각, 빅토르 안이 3000m 슈퍼파이널 경기에 나섰다. 이 경기는 개인 종합 순위를 결정짓기 위해 열리는 경기로 중간 순위 8위까지만 출전할 수 있다.

빅토르 안은 이 경기에서 셸스키J.R.(미국), 시징난(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해 13점을 획득했으나 종합 점수에서 총 64점으로 1위에 올라, 2014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2007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종합 우승 이후 7년 만에 다시 찾은 타이틀이었다. 또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 연속 종합 우승을 포함해 여섯 번째로 갖는 세계 챔피언 타이틀이다. 여섯 번째 종합 우승은 남녀 선수 통틀어 빅토르 안이 최초다.

한국 선수 가운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차례 이상 우승한 선수는 김동성(1997, 2002), 이호석(2009, 2010)뿐이다.


by heyuna 2014. 3. 17. 15:07
쇼트트랙 1000m 세계 랭킹 1위 심석희가 자신이 이 종목 1인자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15일 새벽(한국시간)부터 사흘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014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1000m 결승전에 출전한 심석희가 1분30초488의 기록으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은 박승희(1분30초597)가 차지했다.

발레리 말테(캐나다), 엘리스 크리스티(영국)를 포함해 네명의 선수가 결승전에서 올랐다.

경기 초반 심석희가 2위 박승희가 3위에 자리 잡았고, 결승선을 7바퀴 남기고 심석희가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박승희도 3위에서 2위로 치고 올라가며 남은 레이스를 한국 선수들이 이끌었다.

서로 1, 2위 자리를 주고 받으며 경기를 운영한 심석희와 박승희는 경기 막판, 본격적인 승부를 펼쳤다. 2위에 자리했던 심석희가 결승선을 두바퀴 남기고 박승희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끝까지 스피드를 잃지 않은 심석희는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을 차지했다.

지난 15일 열린 1500m에 이어 1000m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심석희는 단번에 34포인트를  얻어 총 68점을 획득, 박승희와 함께 종합 우승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됐다. 박승희 또한 500m 금메달, 1000m 은메달, 1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총 68점을 얻은 상태였다.

이후 종합 우승자를 가리기 위한 3000m 슈퍼 파이널 경기가 열렸다. 이 레이스에서 심석희가 4분50초829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박승희는 4분53초674로 5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또 한번의 우승으로 34점을 추가한 심석희가 총점 102점으로 2014 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종합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또한 이날 여자부 마지막 경기로 펼쳐진 3000m 계주 결승에서 중국 캐나다 이탈리아와 함께 경기를 펼친 한국 선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1위에 자리를 잡은 뒤 마지막까지 선두를 빼앗기지 않는 여유로운 레이스를 펼쳤다.

하지만 마지막 주자였던 심석희가 중국 선수와 자리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팔꿈치를 썼다는 판정을 받아 실격 처리 됐다. 계주 우승은 중국에게 돌아갔다.

한편 2002년 주니어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후 올해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온 조해리는 이날 계주 경기를 마지막으로 13년 간의 국가대표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했다.


by heyuna 2014. 3. 17. 15:07
심석희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실격당했다. 막내의 은빛 메달에도 불구하고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15일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소식들이 끊임없이 날아들었다.

대회 8일차, 이상화의 금메달(스피드스케이팅 500m)과 박승희가 따낸 감동의 동메달(쇼트트랙 500m)로 종합 순위 16위에 랭크한 한국은 '동계 효도 종목'인 쇼트트랙에서 메달 수집에 나설 계획이었다. 시작은 좋았다.

1500m 준준결승에 출전한 든든한 막내 심석희와 대표팀 맏언니 조해리가 가벼운 몸으로 얼음을 지쳤고 각 조 1위로 준결승에 올랐다. 급성위염에도 불구하고 준준결승 경기를 마친 김아랑은 준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숨을 몰아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최선을 다한 20살 소녀에게 안타까운 마음으로 경기를 시청하던 국민들이 힘을 불어 넣었다. 투혼이 시작된 것이라 믿었다.

동생을 위한 레이스, 결과는 실격

오후 8시 24분(한국시각), 여자 1500m 준결승 경기가 시작됐다. 몸이 좋지 않은 김아랑은 일찌감치 선두에 자리를 잡았고 체력이 좋은 조해리가 그 뒤를 바짝 붙었다. 중위권 선수들이 치고 올라올 때마다 조해리가 막아냈다. 덕분에 김아랑은 힘 조절을 하며 스케이팅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 내내 중위권 선수들을 방어하던 조해리는 결국 결승선을 두 바퀴 남긴 상황에서 3위로 밀려났고, 그 사이 뒤에서 힘을 아끼던 중국의 리 지안루가 선두로 올라섰다. 김아랑은 스피드를 유지하며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를 차지한 김아랑은 결승전 진출에 성공했고 자리싸움 도중 미국 애밀리 스캇을 손으로 밀친 조해리에게는 실격이 선언됐다. 무릎 부상을 당한 박승희를 대신해 1500m에 출전하게 된 조해리는 이날 유난히 몸이 가볍고 힘이 넘쳐 보였다. 동생 김아랑을 충분히 역전할 수 있음에도 힘을 아끼며 스케이팅 하는 듯 보일 정도였다. 급성위염으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동생은 언니의 보호를 받으며 결승전에 진출했고, 동생을 위한 레이스를 펼친 맏언니는 실격으로 개인전을 마무리했다.

19분 뒤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가 시작됐다. 신다운과 이한빈이 한 조에서 경기를 펼쳤는데, 이한빈이 네덜란드 싱키 크네흐트와 몸싸움을 벌이다 트랙에서 밀려났고 그대로 경기를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넘어지지 않았음에도 남은 레이스에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이틀 전, 500m 결승전에 출전한 자신의 여자친구 박승희가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레이스를 마쳐 큰 감동을 안긴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8시 24분-8시 43분-9시 12분-9시 25분

또다시 19분이 지났다. 여자 1500m 결승전이 열렸고 이 경기에서 또 한 명의 한국 선수가 실격 당했다. 김아랑이었다. 1500m 세계랭킹 1위인 심석희가 여유로운 레이스를 펼치며 선두에서 경기를 이끌어간 반면, 중위권 싸움을 하던 김아랑은 경기 중반 미국 애밀리 스캇과 자리 다툼을 하던 도중 넘어졌고, 실격 처리 됐다. 1시간 사이에 조해리-이한빈-김아랑 총 세 명의 한국 선수가 실격을 당한 것이다.

악몽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빅토르 안(안현수)과 함께 남자 1000m 결승에 오른 신다운이 남아있었다. 홈 관중의 압도적인 응원을 받고 스타트라인에 선 빅토르 안은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빅토르 안은 평소 뒤쪽에서 경기를 지켜보다가 막판에 스퍼트를 올려 선두로 치고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러시아 동료 선수와 함께 초반부터 선두에 자리를 잡았다. 1000m내내 경기를 이끌어갔다. 동료와 1위, 2위 자리를 번갈아 타며 체력도 유지했다. 신다운과 네덜란드 싱키 크네흐트가 선두 자리를 차지하려 애썼으나 역부족이었다.

결승선을 앞둔 마지막 코너, 1위와 2위를 확정 지은 러시아 선수들 뒤로 마지막 메달을 위한 신다운과 싱키 크네흐트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평소 과감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신다운이 무리하게 인코스를 파고들어 크네흐트와 몸을 부딪혔고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잃었다. 결국 4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신다운은 비디오판독 결과 실격 판정을 받았다.

은메달을 딴 심석희를 제외하고 이날 경기에 출전한 한국 선수 네 명이 실격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중국, 미국 선수들의 '더티 플레이'에 피해를 받던 한국이 이젠 무리한 끼어들기와 거친 플레이로 가해자가 된 것이다.

실력만큼 '멘탈'관리도 필요한 쇼트트랙 대표

김동성-안현수-이정수 등 엘리트 선수들이 혼자서 올림픽 2연패 이상을 달성하는 게 당연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전설의 김동성은 은퇴했고 천재 안현수는 러시아의 국가대표다. 4년 전, '짬짜미' 의혹을 폭로했던 이정수는 선수 자격 정지라는 중계를 받은 이후 전성기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영국, 카자흐스탄 쇼트트랙 대표팀의 코치는 한국인다. 한국 특유의 코칭법이 세계 곳곳에 전파되고 있고 그만큼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 됐다. 이러한 흐름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국민들 또한 '무조건 금메달'만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지더라도 멋있게 지는 모습이 보고 싶을 뿐이다.

만회할 기회는 남아있다. 18일 여자 1000m와 남자 500m, 여자 3000m 계주 결승 A가 열리고 22일 남자 5000m 계주 결승 B 경기가 예정되어있다.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출전한 올림픽에서 메달권이 아님을 알면서도 끝까지 역주를 펼쳐 '금메달 그 이상'이 무엇인지 보여준 이규혁 선수처럼 메달, 순위와 관계없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박수 받을 수 있는 쇼트트랙 선수들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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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una 2014. 2. 1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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