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비방 일색 칼럼 연재, 누가 진짜 '바보' 인가 


얼음 위에서 담대한 모습을 보여줘 '대인배 김슨생'이란 별명을 얻은 김연아(22) 선수. 김연아가 진짜 교생 '선생님'이 된 지도 어느덧 2주일이 지났다.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4학년인 김연아는 4주간의 교직 이수과정을 마쳐야 졸업이 가능한데, 교생실습 과정의 절반을 이미 마친 셈이다. 


'피겨 여왕'의 교생실습 소식에 실습 과정에 들어가기 전부터 방송사, 인터넷 신문 가릴 것 없이 언론사들의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 리스트인 이승훈(24), 모태범(23), 이상화(23)가 올림픽이 끝나자 마자 교생실습에 나섰고 '마린보이' 박태환(23)도 작년 교생실습을 마쳤다. 스포츠 스타들이 교생실습을 할 때마다 언론은 큰 관심을 보였고, 김연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진선여자고등학교에서 교생 실습을 시작한 김연아. 김연아 소속사 올댓스포츠는 학교측과 협의해 교생실습 첫날, 공개 수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첫날 취재진을 모아놓고 공개 수업을 하면 이후 취재진들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8일 오전 9시 40분, 진선여고 회당기념관 내 1층 교육정보화 도서관은 2학년 11반 학생들과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김연아는 자신이 신는 스케이트화를 들고, 종종 점프 자세를 취하며 제자들과 카메라 앞에서 '피겨스케이팅 이론'에 대해 강의했다. 



이후 언론사의 취재는 제한됐지만 진선여고 학생들에 의해 김연아 선생님 목격담은 이어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트위터, 페이스북 등)를 통해 진선여고 내 김연아 모습이 속속히 올라온 것이다. 체육시간에 학생들과 배드민턴 치는 모습, 스승의 날을 기념해 제자들과 지도 선생님과 함께 찍은 사진 등도 포착됐다. 학생들의 인증은 이어졌지만 언론사들의 팩트(사실)에 기반한 기사들이 나오지 않아서일까. 김연아 교생실습과 관련한 논란의 글 하나가 인터넷에서 또다시 화제가 됐다. 


동아대 생활체육학과 정희준 교수는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춤추며 맥주 마시는 선생님, 우리 김연아 선생님! (5.14)' '아이유와 김연아, 누가 진짜 '바보'인가? (5.21)'란 칼럼을 게재했다. 14일 출판된 칼럼에는 '김연아는 국가대표 은퇴나 프로 전향에 대해 의견 표명은 하지 않으면서 국가대표 이미지를 이용해 광고 섭외에 유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연아가 학교 출석도 하지 잘 하지 않은 걸로 아는데, 교생실습은 제대로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공인 김연아는 (맥주 광고를 찍기 전에)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고민을 했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21일자 칼럼에서 정 교수는 학업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김연아가 교생실습까지 나가게 됐고, 교생실습 중에도 자신의 강의 시간을 채우고 일찍 퇴근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교생실습 첫날 진행한 공개 강의도 김연아의 소속사가 돈벌이의 기회로 삼은 마케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국민이 좋아한다고 해서 4년간의 대학 생활을 대충하고 졸업장을 거머쥘 자격까지 얻은 것은 아니'라며 '유명 운동선수를 학생으로 입학시켜 홍보의 도구로 여기는 대학이 많아졌고 이를 위한 편법적, 탈법적 특혜가 아무렇지 않게 관행화 됐다'며 김연아가 '편법적 특혜'를 누리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비쳤다. 


의견을 관철하고자 할 때 그에 맞는 합당한 논리와 근거가 있어야 함에도 정 교수의 주장은 포털사이트 악플러(상대방의 의견을 무조건적으로 비방하는 사람)들의 댓글들을 모아놓은 데 그치지 않았다. 정 교수는 '김연아는 1,2학년 때 학교를 1년에 한 번 남짓 '방문'했고 그의 매니지먼트 회사인 올댓스포츠는 그의 등교를 보도 자료 뿌려가며 마케팅 기회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2009년 고려대학교에 입학한 김연아는 당시 IB스포츠 소속이었다. 밴쿠버 올림픽을 치를 때까지 김연아는 IB스포츠 소속 선수였고, 올댓스포츠는 2010년 4월 설립됐다. '등교용 보도자료'를 뿌려가며 마케팅 기회로 활용했다 하더라도 그 주체는 올댓스포츠가 아닌 IB스포츠라는 얘기다. 


또한 대학 입학을 고민하던 당시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려면 1년 정도 대학 생활을 하기 어려울텐데 이런 점을 이해해주는 대학이면 좋겠다'며 선수 생활에 대한 지원을 대학 선택의 최우선 조건으로 꼽은 바 있다. 이에 고려대는 "김연아가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올림픽을 비롯한 선수로서 활동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지원하고 훈련장소로 아이스링크를 제공하는 등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일 년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훈련하는 김연아를 위해 고려대가 사전 배려를 약속한 것이다. 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김연아는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이어가며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훈련으로 불가피하게 출석하지 못한 것을 제외하고는 학업을 충실하게 이행한 것이다. 


정 교수는 "출석일수를 제대로 채우지 않은 학생이 졸업장을 따게 된다면 학칙 위반이고 형평성 문제이며 졸속 학위 수여에 더해 편법에 의한 학위 남발"이라며 "대부분의 대학은 한 학기 출석의 3분의 2를 채우지 못하면 무조건 F학점을 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정 교수가 김연아의 출석 일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비난했다는 데 있다. 고려대학교 <일반학생에 대한 학생선수 자격심사 시행내규> 규정을 보면 '국내외의 중요한 훈련 및 경기 참가를 위하여 부득이하게 수업을 참여할 수 없는 경우 체육위원회 규정 제18조에 의하여 출석인정요청서를 제출하여 출석인정을 요청할 수 있다. (제5조 3항. 2010.7.1 제정)'고 명시 돼 있다. 만약 정 교수의 지적대로 출석 일수를 채우지 못한다면 김연아는 F학점을 받을 것이고 내년 2월에 졸업 못하고 말 일이다. 설령 학생 자신의 부족으로 F학점을 받는다고 해서 이를 비난할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가. 학생의 등록금을 대어 주는 부모가 아니고서는. 


14일 작성한 칼럼 '춤추며 맥주 마시는 선생님, 우리 김연아 선생님!' 에 대해 비난, 비방을 넘어 욕설이 가득한 댓글을 받았다는 정 교수는 '하여튼 건드리면 다치는 게 국가주의에 기반을 둔 팬덤'이라고 반응했다. 논란의 글을 읽은 사람들은 '국위선양한 김연아의 작은 잘못을 들추어내서' 비난한 것이 아니라 논리가 부족한 글로 김연아의 명예를 훼손하고 비방한 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정 교수는 착각하지 않길 바란다. 



by heyuna 2012. 5. 21. 2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