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김연아(22‧고려대)는 대학 졸업을 위한 필수 요건인 교생실습을 마쳤다. 4주간의 교생실습은 끝났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8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진선여고에서 교생실습을 시작한 김연아는 일반 사범대생들과 다른 ‘교생실습 신고식’을 치렀다. ‘피겨 여왕’의 교생실습 소식에 실습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이에 김연아 측은 '실습 첫날 공개강의를 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수십 개의 언론사가 김연아 ‘선생님’의 모습을 담기 위해 학교로 몰렸다. 김연아는 자신의 주종목인 피겨스케이팅 이론 강의를 2학년 11반 제자뿐 아니라 카메라 즉, 국민 앞에서 진행했다. 김연아 소속사는 20분간 공개한 수업을 끝으로 이후 교생실습은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혹시나 피해를 입을지 모르는 진선여고 학생들을 위한 조치였다. 

한 번의 공개강의 이후 언론 노출이 적어서였을까.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50) 교수는 지난 22일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에 출연해 "(김연아 선수가) 교생실습을 성실하게 간 것은 아니고요, 교생실습을 한 번 갔다고 쇼를 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한 거겠죠"라고 말했다.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쇼’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한 황 교수의 발언에  논란이 불거졌다. 포털 사이트와 SNS(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김연아 교생실습에 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논란은 진선여고 학생들이 올리는 인증샷을 근거로 한 ‘김연아는 교생실습에 충실하게 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쪽과 대학생활도, 교생실습도 제대로 하지 않고 스포츠스타의 특혜만 누리고 있다는 쪽으로 나뉘어 계속됐다.  

25일, 같은 프로그램 전화인터뷰를 통해 진선여고 한 교사는 “‘(학교로) 김연아 선수가 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와 같은 질문을 해온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김연아 선수는 매일매일 잘 나오고 있으니 정확하게 확인된 사실만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지만 논란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쇼 발언’이 있은 지 1주일 후인 29일, 다시 라디오에 출연한 황 교수는 진행자 김미화가 “오늘은 생방송에 나오기 싫었을 것 같다”고 입을 떼자, “왜요, 뭔 일 있었어요?”라고 능청을 떨었다. 이어 김 씨가 “지난주에 논란이 있었잖아요, 교수님 방송 때문에”라고 되짚자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질문을 하시는지 모르겠는데, 혹시 김연아 양과 관련된(거요)? 저는 김연아를 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하는데요. 제가 이야기 하려고 한 것은 대학이 스포츠스타를 너무 대충 교육을 시키는 게 문제가 있다는 거였지, 김연아를 공격하다니요? 그럼 (저) 백 만 안티 팬 생겨요”라고 답했다.

“(교수님의 발언이 김연아에게) 마음의 상처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김 씨의 말에 “아,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이 있대요? 그런 분들은 제가 달을 보라고 손가락질 했는데, 그 손가락을 본인들에게 하는 삿대질로 생각하셨군요. 그분들에게는 제가 진짜 죄송하다고 해야겠네요”라며 “그런 분들에게는 제가 쓴 <한국인의 심리코드>를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네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죄송하다는 말에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았고 웃으며 자신의 책을 홍보하는 황 교수의 태도에 방송 후 논란이 재점화했다. 

네티즌들 사이 찬반 공방은 계속 됐고, ‘쇼 발언’으로 선수의 명예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김연아 측은 22일 방송 이후 일주일 간 황 교수의 사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황 교수는 반응이 없었고, 이후 방송에서도 “김연아에 대해 얘기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 문제를 짚고 넘어가려고 한 것”이라며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연아 측은 5월 30일, 황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지난 6일 저녁 방송한 SBS <한밤의 TV연예>는 김연아 선수와 황상민 교수가 팽팽히 대치 중인 이번 사건을 소개했다. 제작진은 김연아의 고소 대리인인 법무법인 지안의 이상훈 변호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김연아의 입장에 대해 질문했다.

“선수의 기본 입장은 그렇습니다, 참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요. 분명한 허위 사실까지 선수가 인내를 해야 하느냐, 그 부분에 대해서 (김연아 선수가) 조금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2일 쇼 발언 이후 일주일 간 황 교수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반응이 없자 30일 황 교수를 고소한 김연아는, 고소 이후에도 황 교수의 사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연아도 법정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이 변호사는 말했다.

“황 교수님이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 부분에 대해 사과의 의사표시를 하신다면, 선수 측은 언제든지 고소를 취하할 계획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황 교수는 어떤 입장일까. (고소 당한) 기사를 봤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이게 무슨 기사에요? 무슨 말도 안 되는 기사가…. 이게 진짜 사실이에요?"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그는 “사실 나는 김연아에 대해 얘기한 것은 아니었어요. 대한민국 교육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이런 식으로 김연아에 대한 이야기로 만들어서 나를 고소한다면 나는 진짜 김연아를 아끼는 마음에서 더 이야기를 해줄 수 밖에 없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연아 측은 황 교수가 사실이 아닌 부분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한 부분이 선수의 명예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법적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스포츠스타에 대한 특혜와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 대해 지적한 것이지 김연아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은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 현실을 꼬집으며 예로 든 것이 ‘김연아’의 교생실습이었고, 김연아 관련 발언에 선수의 명예를 훼손시킬 수 있는 허위 사실이 명백히 들어가있다고 김 선수 측은 주장했다. ‘교생실습을 한 번 가놓고 쇼를 하고 있다’는 황 교수의 주장은 진선여고 교사와 학생들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허위임이 이미 밝혀진 바 있고 검찰 수사과정에서 황 교수의 발언이 허위사실인지, 이로 인해 김연아의 명예가 어느 정도 훼손 됐는지가 확실히 입증될 것이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 국위 선양한 김연아, 일년 뒤 열린 2011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전통민요 아리랑에 맞춰 연기한 후 시상대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 김연아. 이후 김연아는 국가대표 피겨선수에서 일반 대학생으로 돌아왔다. 과 동기들과 강의를 듣고, 졸업시험을 치르는 등 대학 생활을 이어갔고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교생실습에 나갔다. 

“앞으로 교생실습 하면서 더 노력하고, 좋은 교생 선생님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생실습 첫 날, 김연아)

“연아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온다는 소식 듣고 꿈도 꿨어요” –문성은 학생
“연아 선생님이 우리 학교 명예를 높여주신 것 같아요” –김두리 학생
“이과 반 친구들은 연아 선생님이랑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고 전화번호도 교환했는데, 저는 문과 반이어서 그러지 못했거든요. 많이 아쉬워요” –박혜진 학생
“TV에서만 보던 사람이 우리 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한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설렜는데 막상 수업 듣고 나니 친근한 마음으로 변했어요” –김홍주 학생

학생들은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자신의 학교 교생 선생님이 된 것에 감사하고 자랑스러워했다. 김 선수에게도 이번 교생실습이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예상치 못한 법정 싸움으로 큰 상처로 남게 될까. 많은 사람들이 사범대 학생과 심리학 교수의 공방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by heyuna 2012. 6. 7. 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