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웃음으로 <무도> 응원하는 '시대의 희극'
[TV리뷰]KBS에서 외친 “무한도전, 보고 싶어!” 관객들 뜨겁게 화답
KBS 연예대상에 '용감한 개그맨상' 부문이 생긴다면 누가 수상의 영광을 안을까. 아무래도 1999년 9월 첫 방송 한 이래로 12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개그콘서트>에서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고,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 '용감한 녀석들' 출연진 중 한 명이 영예의 상을 안을 확률이 높다. 후보는 박성광(31), 신보라(25), 양선일(33), 정태호(34). 네 명의 용감한 녀석 중에서도 단연 정태호가 유력하다.

  
▲ "<무한도전> 보고싶다"고 말하는 정태호. 지난 1일 방송한 ‘용감한 녀석들’에서 정태호의 개념 개그가 이어졌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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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녀석들, 이들은 매회 비슷한 리얼, 공감 개그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양선일은 "여자들은 왜 잘생긴 남자들만 좋아하냐"며 떠나버린 여자친구를 붙잡을 수 없는 지에 관해 멤버들에게 상담을 요청한다. 홍일점 신보라는 그 주의 화제가 됐던 인물들, 주로 연예인을 개그 소재로 활용한다. 공개 연애로 관심을 끌었던 지현우-유인나 커플을 향해 "남자친구 군대 가면 2년 동안 기다려, 다른 남자 만나면서"라는 노래를 부르며 독설을 한다든지, 자신과 육촌관계인 가수 유희열을 향해 "나는 희열 오빠가 진행하는 스케치북에 나갔는데 왜 (오빠는) 개콘에 안 나오냐, 치사하다"며 디스를 하는 식이다. 

박성광의 공격대상도 정해져 있다. <개그콘서트>의 수장 서수민 PD(40)가 그의 타깃. 둘은 매주 신경전을 벌이며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박성광은 서 PD의 외모를 지적하며 "못생겼다,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며 연신 놀려대고, 서 PD는 '용감한 녀석들'에 출연한 박성광 부분을 통편집해 그를 꼼짝 못하게 만들곤 한다. 감독과 출연자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이번 주에는 서로 어떤 반격을 주고받을지' 궁금증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정태호의 개그 공격 소재는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다양한 편이다. 4.11 총선이 끝난 주 방송에서는 국회의원들에게 "이번에 국회의원 된 당신들, 잘 들어. 앞으로 개그맨보다 웃긴 짓 하면 그 금배지 우리가 단다"며 일침을 가했고,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을 향해 "바다 건너 너희들, 잘 들어. 너희들은 절대 가질 수 없는 보물 두 가지가 우리에게 있지. 김태희 그리고 독도! (3.18자 방송)"라고 외쳤다. 또 "요즘 잘못된 지도가 있는데, 올바르게 수정해주지"라며 'Sea of Japan'을 '동해'로 고쳐 쓰는 모습을 보여 관객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6.10자 방송).

  
▲ 용감한 녀석들의 개념 발언에 호응하는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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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방송에서도 정태호의 개념 개그는 계속됐다. 
"만나면 좋은 친구~, 보고 싶은데 못 보게 하는 너희들, 잘 들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다른 방송사의 로고송을 부르는 그를 향해 관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정태호가 "1박"이라 선창하자 관객들이 "2일"이라 답했다. "전국(정태호), 노래자랑(관객)". 마지막은 타방송사 프로그램이었다. "무한(정태호), 도전(관객)". KBS 공개홀에 울려 퍼진 '무한도전'. '무한도전 보고 싶다'를 외치는 정태호와 관객들의 목소리에는 이전 구호들과는 달리 힘이 실려있었다. 

MBC를 향한 용감한 녀석들의 디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서수민 감독님이 보내서 왔다"며 박성광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오른 이문재(30)는 서수민 PD의 꼭두각시 역할을 맡아, 4기수 선배인 박성광을 향해 "네가 세상에서 제일 못생겼다"고 말해 박성광의 심기를 건드렸다. 뒤늦게 무대에 합류한 박성광은 이문재를 내려보낸 뒤 "(서수민 PD가) 대체 인력을 쓰시네. 오케이 항복, 내가 졌습니다. 노래만 할게요"라며 권력 앞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파업 중인 MBC 노조들을 대신해 시용기자를 채용한 MBC를 풍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 서수민PD의 꼭두각시 역할로 나온 이문재(좌)의 마이크를 빼앗고 있는 박성광(중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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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하루 전날, MBC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1만여명의 시민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였다. MBC 노조에서 김재철(MBC 사장) 헌정 콘서트 '전 그런 사람 아닙니다'를 주최한 자리에 많은 시민들이 참가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시민들은 손팻말을 들고 "쫌, 보자 무한도전"을 외쳤다. 시청 앞 광장에서도, 타방송사에서도 울려 퍼지는 '보고 싶다, 무한도전'. KBS 개그맨 정태호가 MBC 예능 <무한도전>을 보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한 걸까. 7월 첫째 주, <무한도전>이 결방된 지 어느덧 22주가 지났다. 

by heyuna 2012. 7. 2. 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