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선수가 동계 스페셜올림픽에 출전하는 사연
김연아, 미셸콴도 함께한 스페셜올림픽 기자회견에서 만난 이승채 선수
12.06.22 13:58 ㅣ최종 업데이트 12.06.22 13:58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선수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돼, 2018 동계올림픽개최지 선정을 위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 프리젠테이션'을 선보이는 등 동계올림픽 유치에 활약한 피겨여왕 김연아(22·고려대) 선수가 이번에는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지난 21일 오전서울시 종로구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국제스페셜올림픽위원회(SOI) 방한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조직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과 미셸 콴(32·미국), 로레타 클레이본(59·미국), 오지 킬케니(65·아일랜드이상 SOI 이사)를 비롯해 글로벌 홍보대사 김연아 선수와 스페셜올림픽 알파인스키 종목 이승채 선수(20·한국선진학교) 등이 참석했다.


  
▲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 글로벌 홍보대사 김연아 선수.
ⓒ 정혜정
 김연아

나 위원장은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스페셜올림픽의 성공은 2013 평창대회의 성공뿐 아니라 대회 전과 후에, 달라진 지적장애인들의 지위와 역할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하계· 동계 올림픽에 한 번도 참가하지 않았던 몽고베트남, 태국파푸아뉴기니와 같은 저개발 국가의 지적장애인 선수들을 초청해 지적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일으킬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며 "더불어 북한 선수단도 초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남한에서 열리는 대회에 북한이 참여한다는 것에 대해 정권 차원의 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시작 단계"라면서도 "하지만 '단순한 희망정도는 아니고 현실화시키기 위해서 정부와 국제스페셜올림픽위원회에서도 함께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실질적으로 접촉하지는 않았지만 서한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겨의 전설미셸 콴은 스페셜올림픽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스페셜올림픽은 저의 시야를 열어줬다"며 "선수들의 열정참여를 통한 기쁨선수들이 스포츠를 대하는 헌신적인 자세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스포츠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그 과정이 의미 있고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이번이 네번 째 한국 방문인 콴은 "한국을 방문할 때 마다 좋은 곳에 들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한국 문화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좋다"고 운을 떼며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에 한국 국민의 참여를 부탁했다.

 

"여러분은 자원봉사자가 될 수도 있고기부를 할 수도 있고관중으로서 경기에 직접 참여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회에 함께 할 수 있습니다여러분의 참여가 여러분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 김연아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 선수도 "많은 분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해주신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특히 미셸 콴 선수를 한국에서 다시 만나게 돼서 더 기쁘고친구로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선수는 이번 대회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당부했다.

 

"뜻 깊은 행사가 평창에서 열린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개최를 위한 준비가 잘 돼 가고 있는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합니다.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을 계기로 장애인비장애인 모두가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들에게용기를 내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응원과 큰 박수를 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이승채 선수, 김연아 선수, 나경원 조직위원장, 미셸 콴, 로레타 클레이본, 오지 킬케니 (이상 SOI 이사)가 스페셜올림픽 슬로건인 ‘Together we can’를 외치고 있다.
ⓒ 정혜정
 김연아

'김연아-미셸 콴의 스폐셜올림픽 폐막식 아이스쇼' 추진 과정에 대해 묻자 김연아는 "아직 확실하게 결정이 된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아이스 쇼가진행된다고 결정나면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참여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미셸 콴 선수도 "아직 구체화한 것은 없지만 김연아 선수가 참여한다면 함께 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미셀 콴 선수는 "2010년 김연아와 함께한 올댓스케이트 아이스 쇼 이후에 얼음 위에서 피겨스케이팅을 한 적이 없어 몸이 굳은 상태"라며 "때때로 요가를 하지만 빙상에서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김연아는 "그동안 동천학교 아이스링크장에서 피겨스케이팅 선수들과 '원포인트 레슨'시간을 진행했는데, 그 선수들을 다시 한 번 만나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며 "대회를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조언과 격려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니 더 많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기자회견은 1시간을 꼬박 채우고서야 끝났다. 기자회견장에는 김연아 선수 옆에 우두커니 앉아 기자회견 내내 한마디의 말도 않던 사람이 있었다인사말도 하지 않았고 그에게 주어진 질문이 없어 입을 뗄 기회도 없었다지루했던지 때때로 몸을 배배꼬며 하품을 하기도 했다김연아가 이야기를 할 때면 김 선수를 멍하니 쳐다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 알파인스키 종목에 출전하는 이승채 선수.
ⓒ 정혜정
 이승채

2013년 1 29일 개막하는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 알파인스키 종목에 출전하는 이승채 선수였다기자회견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이 선수와 어머니 조비아(46), 2013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회 미디어팀 소속 김영옥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정신지체아 특수교육기관인 한국선진학교에 재학 중인 이 선수(3)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스키캠프에 참가했다가 흥미가 생겨 스키를 타기 시작했다스키를 처음 탄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스키가 무서워 캠프에 가지않겠다고 칭얼거리던 이 선수가 운좋게 스페셜올림픽 출전권을 따 냈다각종 대회에 참가해 수 개의 메달을 따는 등 실력이 뒷받침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번 올림픽 출전에 운도 한몫 했다.

 

"일반 올림픽에는 여러 대회에서 1~2등을 차지한 실력 있는 선수를 (올림픽에) 출전시키잖아요그런데 저희는 달라요누가 스페셜올림픽에 나가게 될 지를 뽑기로 결정해요복불복이죠그만큼 대회순위 경쟁에 집중하기보다는 경기를 축제로 즐기는 거죠."(김영옥 미디어 팀장)

 

대회에 출전한다고 해서 훈련량이 갑자기 느는 것도 아니다한 달에 사흘 가량 스키캠프에 참가해 연습하고출전을 앞두고 일주일 정도 연습하는 게 전부다올림픽 참가를 뽑기로 결정한다는 게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지적장애 선수들이 경쟁에 목 매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김 팀장의 설명을 들으니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일반 대회 때) 장애 정도나 선수의 기량 등을 점검한 후 등급을 나눠서 그 그룹 안에서 순위를 정해요그러다 보니 경기에 출전한 대부분의 선수가 순위권에 들어 메달을 받고,그렇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리본 메달을 수여해요보통 시상식은 상받고 사진 찍고빨리 끝나는 편이잖아요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서로 메달을 바꿔서 걸어보기도 하고 자기가 찍고 싶은 자리에 올라 사진촬영을 하느라 시간이 되게 오래 걸려요."(웃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운동을 시작했다는 이 선수의 주종목은 알파인스키가 아니라 탁구였다. 중국에서 열리는 탁구 대회에 출전해 캐나다, 중국 선수를 이기고 메달을 따기도 했다. 이 선수는 실제로 스키보다 탁구가 더 재밌다고 고백했다.

 

"5학년 때부터 탁구를 배우기 시작했어요일반 사람은 몇 개월이면 익힐 동작들을 우리 선수들은 해를 넘겨가며 오랫동안 해야 합니다. 하루 한 시간 반씩 꾸준히 연습하고 있어요기본 포즈부터 하나하나 배웠어요. 이제 서브리시브도 얼마나 잘 하는데요포즈도 멋있고요(웃음). 8월에 영남대학교에서 탁구 대회가 열리거든요학교 친구들이 모두 참가하기로 하고 다같이 열심히 연습 중입니다."(이승채 선수 어머니)

 

"지난 2월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프레대회에운동을 시작한지 2년 밖에 안된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출전했어요홀로 빙상에 오른 이 선수가 음악이 흐르자 갑자기 얼어버렸어요그때 선생님이 박수를 치며 격려를 해주시고 주위 사람들도 다 응원을 하니까 그제야 긴장을 풀고 연기를 시작하더라고요보통 사람들은 저렇게 긴장해버리면 쭈뼛쭈뼛하다가 경기장을 빠져나왔을 수도 있는데얘들은 포기할 줄을 몰라요. 조금 늦더라도 해내죠."(김영옥 미디어 팀장)


인터뷰 내내 할말이 있는 듯 입을 오물오물 거리는 이 선수그러나 그의 목소리를 듣기가쉽지 않았다. "어떡하니... 승채가 얼었어요원래 굉장히 말이 많은데...이 선수의 어머니는 지적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처음 본 사람 앞에서는 낯을 가리느라 말을 잘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쇼트트랙 경기 중에도 카메라가 보이면 브이(V)를 하고 지나가기도 하고(웃음), 6~7살의 정신연령을 가진 아주 순수한 아이들이거든요어린 아이라고 생각하고 바라봐주면 귀여울 행동들이죠."(이승채 선수 어머니)

 

처음에는 낯을 가리고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보여 사람들을 당황시키기도 하는 아이들하지만 직접 만나본 지적발달장애인 이승채 선수는 의젓하고 늠름했다일반사람들도 지겨움을 느낄 수 있는 자리. 1시간여 가까이 계속된 수백 개의 시선과 수십 대의 카메라, 이 선수는 낯선 이 시간을 잘 견뎌냈다. "원래 오랫동안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해서 걱정했는데 오늘 승채가 아주 잘 했다"며 어머니는 웃어보였다.


  
▲ 김연아 선수의 인사말을 집중해서 듣고 있는 이승채 선수.
ⓒ 정혜정
 김연아

평소에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경기 보는 것을 좋아해 가끔 빙상장을 찾는다는 이승채 선수는연아누나를 직접 보자 마자 "아,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고 전했다.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보다 더 예뻤어요사실 연아누나 오는 지도 모르고 왔거든요연아누나 바로 옆에 앉아있을 때 기분... 최고였어요."

 

어쩌면 1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많이 외로웠을지도 모르는 이 선수지적장애인들이 참가하는 '스페셜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한 자리에서 또 한 명의 주인공이었어야 할 이승채 선수를 주목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여느 때와 같이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와 그의 우상 미셸 콴 선수나경원 조직위원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뿐이었다지적장애인 신분기자회견은 1시간만 견디면 끝나는 거지만일상생활로 돌아오면 이들은 24시간 내내 무관심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을 계기로 장애인비장애인 모두가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김 선수의 말처럼 이 선수는 이번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 돼 지적장애인들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과 인식이 조금이나마 깨질 수 있길 기대한다.

by heyuna 2012. 6. 22. 1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