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긍정' 구자철의 특별한 <그날>은?
[TV리뷰] MBC <시추에이션 휴먼다큐 그날> '구자철, 독일로 돌아간 그날' 편
12.09.15 17:25ㅣ최종 업데이트 12.09.15 17:25ㅣ정혜정(heyuna)
태그구자철그 날 

주중에 일하랴, 공부하랴 피로가 쌓인 현대인들이 단잠에 푹 빠져있을 토요일 아침 8시 45분, MBC에서 방송하는 <시추에이션 휴먼다큐 그날>(이하 <그날>)은 보통 사람 또는 유명인들의 삶에 결정적인 순간이 된 '그 날'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  2012년 2월 FC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된 구자철 선수.
ⓒ MBC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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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2010년 11월 첫 방송 이후, 외딴 섬 가의도에 위치한 할머니들의 공부방 이야기(가의도 한글학교, 반장 선거하는 날: 2012.4.7 방송)부터 '2012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대회를 준비하는 모습을 담은 '배드민턴 국가대표 이용대, 정재성의 그날(2012.1.14 방송)'까지 다양한 주인공과 소재를 소개해왔다.

지루한 일상이지만 누구에게나 특별한 날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날>은 특별한 하루를 기점으로 '그 날'을 대하는 인물의 태도에 주목해왔다. 하지만 15일 방송된 '구자철, 독일로 돌아간 그날'은 특별한 그 날을 준비하는 모습이 아닌, 그 날 이후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전과는 다른 기획을 보여주었다.

축구 국가대표 구자철의 '그 날'은 그 자신뿐 아니라 18명의 동료, 그리고 5천만 국민들 가슴 속에도 남아있을 2012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 결정전이 열린 날(8.11)이다. 이날 구자철은 박주영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전 쐐기골을 성공 시켰을 뿐 아니라 거칠지만 칼 같은 태클로 번번히 상대팀의 흐름을 끊기도 한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한국 축구 사상 첫 메달을 따고 다시 FC 아우크스부르크로 복귀한 구자철을 <그날>팀이 만났다.

▲  구자철 선수의 트위터. 멘션으로 <그날>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다.
ⓒ 구자철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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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독일로 돌아간 구자철은 경기뿐 아니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소소한 일상과 사진들을 공개해가며 국내 팬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동안 기사를 통해 전해 듣던 구자철 경기 소식, 트위터 등 SNS에 올라온 사진으로 보던 구자철의 일상을 <그날> 제작팀은 영상으로 보여줬다. <그날>팀이 독일에서 만난 구자철은 지난 1일 FC 샬케 04와의 경기에서 오른쪽 발목 인대 부상을 당한 뒤 재활 치료에 전념하고 있었다. 리그에서의 꾸준한 활약과 런던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이끈 리더십으로 주가가 상승 중인 구자철에게 예상치 못한 부상이 닥친 것이다.

수술을 권하는 의사의 조언을 뒤로하고 구자철은 재활을 택했다. 수술을 하게 되면 완치까지 3개월간 경기 결장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인대가 끊어진 채 재활 치료를 할 경우 6주 뒤 필드로 복귀할 수 있는 상황. 구단은 선수보호 차원에서 구자철에게 수술을 권했지만, 완치보다는 하루빨리 팀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지난 2월 FC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된 뒤 2011-12시즌 15경기 동안 5골을 넣어, 강등권에 놓였던 팀을 1부 리그에 잔류시킨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임대신화 'KOO'로 불리며 팬들과 구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일단 팀한테 가장 미안하죠. 제가 1년 임대고 팀이 저를 이용하고 쓰기 위해서 투자한 금액을 제가 알고 있기 때문에, 그 투자한 금액만큼 활약을 펼쳐줘야 하는 시기인데 제가 지금 만약에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한 달 이상 경기를 나갈 수 없다고 하니까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리고, 당장 국가대표팀 월드컵 예선도 있는데 여러 가지로 마음에 걸리는 건 사실 있죠."

▲  구자철이 부상을 이겨내고 그라운드로 복귀하겠다는 다짐을 전하고 있다.
ⓒ MBC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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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과의 2014 FIFA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를 열흘 앞두고 당한 부상이었지만 '구긍정'이라는 평소 별명답게 그는 씩씩하게 상황을 이겨내고 있었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지금 부상을 입은 것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대표팀에 못 가는 것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저는 항상 그 이유를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는데요. 제가 지금 올림픽이 끝나고 굉장히 피곤한 상태에서 대표팀에 가서 대표팀에 부담을 주는 것 보다는, 대표팀도 그렇고 저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부상으로 인해서 못 가게 된 게 오히려 양쪽 모두한테 어떻게 보면 더 잘 된 일이라고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빨리 다시 회복을 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2011년 2월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이후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시즌의 반을 흘려보냈다. 언어도 통하지 않았고 독일의 모든 것이 낯설고 싫었다. 그라운드가 아닌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늘어만 갔다. 당시 구자철은 '한국에 가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얘기 했지만 그 속마음은 달랐다. '두고 봐라. 적응해서 이 곳에서 내가 원하는 축구를 하겠다'. 이후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된 구자철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독일 진출 뒤 마음먹은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아 힘들었지만 그 시기를 지혜롭게 이겨냈듯이 그는 이번 부상 또한 긍정적인 사고와 철저한 자기 관리로 하루 빨리 털어낼 생각이다.

"현재 또 부상 중인데, 이 시간을 지혜롭게 보내고 치료 잘 받아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경기장 안에서 찾아 뵙겠습니다."

그라운드에서 그를 다시 볼 '그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by heyuna 2012. 9. 15. 17:46

김연아가 꼽은 1등 후배 김해진(15, 과천중)과 남자 김연아로 불리는 김진서(16, 오륜중)가 11일 인천공항을 통해 동반 출국했다. 지난 4일부터 양일간 서울시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2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파견선수 선발전'에 출전해 각각 여자부 2위와 남자부 1위를 차지한 뒤 얻은 출전권으로 그랑프리 무대를 밟기 위해서다.

▲  김해진 선수와 김진서 선수가 "파이팅!"을 외치며 대회를 앞두고 의지를 다졌다.
ⓒ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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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에 두 차례 출전 기회를 얻은 김해진과 김진서는 첫 대회로 그랑프리 3차 오스트리아 대회에 나서게 됐다. 13일(현지시간)부터 15일까지 열리는 'ISU 주니어 그랑프리 3차 오스트리아 대회'에서 김진서는 13일 쇼트 프로그램, 15일 롱 프로그램 경기에 출전하며 김해진은 14일에 쇼트 프로그램, 15일 롱 프로그램 경기에 나서게 된다. 11일 오전, 출국을 앞두고 있는 두 선수를 인천공항에서 만났다.

지난 1월 열린 전국남녀종합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운동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국가대표가 된 피겨 신동 김진서는 앞서 열린 선발전에서 총점 189.12점으로 국내 신기록을 경신했다. 승승장구 하고 있는 김진서에게 이번 대회 목표를 묻자 "10위권 안에 들고 싶어요"라는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옆에 있던 매니저는 답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함께 인터뷰에 응했던 김해진은 "당연히 들지, 웃겨"라고 말했다. 주위의 반응에 김진서는 "높게 잡는다면 포디움 안에 들고 싶은데… 그래도 5등 안에는 꼭 들고 싶어요"라고 목표치를 조정했다.

▲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진서 선수.
ⓒ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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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김진서가 "3위권으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주위 사람들은 그제야 웃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김해진은 "등수를 정해놓고 시합에 임하지 않는다"며 "등수를 정해놓으면 그 등수에 연연하게 되기 때문에, 연습한 만큼 잘 하고 오는 것이 이번 대회 출전 목표"라고 말했다. 2011 그랑프리 시리즈 2차 호주 대회에서 5위, 4차 루마니아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바 있는 김해진은 "이번 시즌 첫 대회인 만큼 긴장되고 설레기도 하지만 할 수 있는 모습을 다 보여주고 돌아오고 싶다"며 출전 소감을 덧붙였다.

진작에 국제무대를 밟은 김해진에 비해 김진서는 이번이 첫 국제대회다. 김진서는 "첫 데뷔무대니까 가서 실수하더라도 끝까지 열심히 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준형이와 민석이 형을 포함해 한국 남자 선수들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김해진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작년과 다른 새로운 모습을 해외 피겨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에) 연아 언니와 민정 언니의 후배로 저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충분히 알고 있지 않을까'라는 반문에 김해진은 "그랬으면 좋겠어요"라고 웃어 보였다.

▲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해진 선수.
ⓒ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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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역 복귀를 선언한 김연아(23, 고려대)와 태릉선수촌에서 함께 훈련하고 있는 두 선수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데 선배 김연아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제가 흥분을 잘 하거든요. 연아 누나가 아이스 쇼와 대회는 다르니까, 대회에 나가서는 제발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연습했던 만큼만 보여주고 오라고 얘기해줬어요."

김해진에게는 기술적인 조언이 추가됐다.

"연아 언니가 긴장해서 몸이 잘 안 따라줄 수 있지만 스피드 내서 점프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스피드를 내면 점프가 더 잘 된다고요. 언니가 길게 조언하는 편은 아니지만 언니랑 같이 태릉에서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저희는 '점프, 점프' 하면서 점프에만 신경 쓰는 편이었는데 언니가 연습하는 것을 보고 스포츠보다는 예술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이후에 나도 저렇게 되기 위해서 표현력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출국 시간이 가까워졌다. 서로에게 전하는 한 마디를 끝으로 인터뷰는 마무리 됐다.

"해진이는 저의 선배님이잖아요. 몇 년 선배야, 대선배님이잖아요. (웃음) 해진이는 배울 점이 많은 선수거든요. 다음 대회 때 해진이랑 함께 못 가더라도 이번에 해진이가 하는 것들 보면서 많이 배워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진서)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어. 선배님이라고 불러. (웃음) 진서는 워낙 긍정적이니까 같이 갈 때 많은 힘이 될 것 같아요." (김해진)

▲  출국을 앞둔 김해진, 김진서 선수 표정이 밝다.
ⓒ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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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여서인지 대회를 앞두고 있지만 둘의 얼굴에는 긴장감보다는 웃음이 가득했다. 겸손하게 얘기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오겠다는 의지도 엿보였다. "파이팅!"을 외치며 사진 촬영까지 마친 김해진과 김진서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국장을 나섰다.

by heyuna 2012. 9. 12. 19:22

2012 런던올림픽의 펜싱 여자 개인 에페 준결승전에서 '이해할 수 없이 길었던 1초' 때문에 패한 신아람 선수. 경기장에 주저앉아 서럽게 우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런던의 눈물'로 불렸던 그가 지난 24일 스포츠문화연구소(소장 이대택) 주최로 서울 노고산동 소통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  '1초 오심'을 딛고 여자 단체 에페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신아람 선수가 스포츠문화연구소가 주최한 토크콘서트에 참석했다.
ⓒ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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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람, 런던의 눈물 그 이후'를 주제로 한 이날 콘서트에서 신아람(26, 계룡시청)은 "귀국 후 끊이지 않는 방송과 인터뷰가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쉴 시간이 없어 이제는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문을 열어 사회자인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를 잠깐 긴장시켰다. 그러나 자신의 팬 카페 회원 등 40여 명의 관객들에게 그는 "격려해 주신 분들 덕에 '1초 오심' 때 받은 상처가 치유됐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반면 오심의 당사자인 차르 심판에 대한 응어리는 풀어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차르 심판, 앞으로 내 시합에 안 들어 왔으면"

"상대인 하이데만 선수에게는 '당신은 최선을 다했으니 나쁜 감정이 없고, 이전처럼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차르 심판에 대한 앙금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 같아요. 먼저 아는 척 하고 싶지 않고, 앞으로 제 시합에는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콘서트에 함께한 펜싱대표팀의 심재성 코치, 제갈성렬 전 SBS해설위원, 장달영 변호사도 각자의 입장에서 '1초 오심'에 대한 유감을 밝혔다.

장 변호사는 "심판도 사람이라 실수할 수 있지만 그 실수를 바로 잡지 못해 스포츠의 공정성에 부합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선수 출신인 제갈 위원은 "올림픽이 끝났다고 좋게 마무리 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진상규명을 하고 문제점을 보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왼쪽부터) 장달영 변호사, 제갈성렬 전 SBS 해설위원, 심재성 코치, 신아람 선수, 최동호 스포츠평론가.
ⓒ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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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코치는 '코치의 항의 때문에 졌다'는 비판을 들었을 때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등이 '펜서(펜싱 선수)만 할 수 있는 항의(어필)를 코치가 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장 변호사는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개정된 국제펜싱연맹 규칙을 꼼꼼히 봤는데, 신 코치가 비난받아야 할 점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국제펜싱연맹 규칙을 보면 개인전 경기에서 선수가 항의할 수 있다고 되어있지만, 감독이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는 것이다. 심 코치의 어필로 신 선수가 패널티를 받은 것이 아니라 어필이 있었기 때문에 1시간에 가까운 조정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국제대회에만 나가면 피해자가 되는 한국?

이번 올림픽에서는 유난히 우리 선수들에 대한 오심 논란이 많았다. 예상치 못한 실격 처리로 컨디션 조절에 차질을 빚었던 수영의 박태환, 8강전에서 판정번복으로 준결승 진출이 좌절된 유도의 조준호, 주최국인 영국과의 8강전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패널티킥을 두 번이나 내 준 축구팀이 대표적인 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은 왜 억울한 피해자가 되는 일이 많을까. 그러나 제갈 위원은 "우리나라만 당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피해를 준 적이 있습니다. 쇼트트랙의 경우 우리가 10번 피해를 받았다면 30번은 피해를 줬을 정도로요. 우리만 이러는 게 아니니까 피해의식에 빠져있지 말고 오심 이후 대처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수가 만족할 수 있는 대처법을 찾아야겠지요."

심 코치도 "심판의 오심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니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오심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외국어 실력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람은 "나와 경기했던 유럽 선수가 심판이랑 웃으며 인사하는 걸 봤을 때 '아 나도 심판과 친하게 지내야겠구나' 생각한 적이 있다"며 다소 무거워진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어갔다.

"이용대 선수와 말 놓기로 했어요"

콘서트에서 신아람은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매력적인 선수를 묻는 질문에 신아람은 "반듯한 이미지가 좋다"며 배드민턴 이용대를 꼽았다. 식당에서 이 선수를 만났는데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었다는 신아람은 "서로 말을 놓기로 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펜싱대표팀 심재성 코치(왼쪽)와 신아람 선수가 관객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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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때 펜싱을 시작한 신아람은 7년간 구슬땀을 흘린 끝에 국가대표가 됐다. 오전 5시 40분에 일어나 오후 9시까지 이어지는 고된 훈련에도 큰 부상이나 사고 없이 무난하게 선수생활을 했는데, 이번 올림픽에서 오심 파문으로 큰 시련을 겪은 셈이다.

"앞으론 오심이 줄어서, 선수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다시 올림픽 이전처럼 열심히 훈련해서 실력으로 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100분간의 토크콘서트는 신아람 선수와 관객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by heyuna 2012. 8. 27. 21:32

▲  개그맨 김준현(왼쪽)과 김원효가 선수단 앞에서 진행을 하고 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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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인 우리 선수단이 돌아왔다.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 순위 5위를 기록한 선수단은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10개, 종합순위 10위'를 훌쩍 초과 달성하면서 찜통더위에 시달리던 국민들에게 시원하고 짜릿한 기쁨을 안겨주었다.

우리에게 만만한 '메달밭'이 아니었던 펜싱, 체조, 축구, 복싱 등에서 깜짝 메달이 쏟아졌고 펜싱 남자 단체 사브르에서는 한국의 올림픽 사상 100번째 금메달이 나왔다. 수영 박태환의 실격 번복, 유도 조준호의 판정 번복, 펜싱 신아람의 '멈추지 않은 1초' 등 오심 사건들이 국민들을 분노케 했고 여자 배드민턴의 '져주기'가 오점으로 기록됐지만 역도 장미란의 '바벨 키스'와 레슬링 김현우의 '멍든 눈'은 깊은 감동을 남겼다.

선수들 귀국길 막은 대한체육회

▲  (왼쪽부터) 조준호, 김재범, 송대남 선수가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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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림픽을 대국민 홍보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대한체육회의 무리수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귀국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1500m 자유형 결승을 끝으로 지난 5일 모든 경기를 마친 박태환은 7일 오후 런던에서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으나 '메달리스트들은 13일 폐막식이 끝날 때까지 남아달라'는 대한체육회의 요청에 귀국 날짜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이 보고 싶고, 도망을 쳐서라도 돌아가고 싶다'던 박태환은 결국 지난 11일 인천공항에 내렸다.

박태환에 이어 체조 양학선, 복싱 신종훈, 펜싱과 축구대표팀 등이 줄줄이 귀국함으로써 대한체육회의 요청은 무색하게 됐지만 14일 선수단 본진의 귀국에 맞춰 마련된 행사들이 피곤한 선수들에게 끝까지 부담을 주었다. 선수단 본진은 미리 귀국한 선수들과 함께 이날 인천공항에서 해단식과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어 올림픽 특집방송 출연을 위해 서울 여의도로 이동했다.

오후 8시 5분, 여의도 공원에서 '2012 런던올림픽 선수단 환영 국민 대축제'가 열렸다. 17일 동안 땀과 눈물을 쏟고 돌아온 선수단을 위로하고 환영한다는 의미의 행사였지만 선수들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다. 카메라에 잡힌 선수들은 공연을 즐기기보다 스마트폰을 더 자주 들여다보는 모습이었다.

"집에 가고 싶어요" 메달리스트들의 호소

▲  태권도 금메달 2연패를 달성한 황경선 선수가 인터뷰 중이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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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로 나선 이지애, 조우종, 전현무 아나운서 등은 유도의 김재범, 조준호, 송대남, 레슬링의 김현우, 태권도의 황경선, 이대훈, 체조 양학선 등을 무대 위로 불러 인터뷰했다. "올림픽이 끝났는데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김현우는 "빨리 집에 가서 엄마가 끓여주시는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고 답했다. 황경선도 "귀국한 뒤 아직 엄마를 보지 못했는데 빨리 집에 가서 안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4년간 가족들의 품 대신 태릉선수촌에서 땀을 쏟아야 했던 선수들인데, 올림픽이 끝나도 '공식 행사'에 붙잡혀 가족 상봉을 미뤄야 하는 처지가 안타깝게 비쳐졌다. 

이날 '국민 대축제'가 진행되는 내내 비가 내렸다. 진행자들이 우산을 써야 할 만큼 빗줄기가 쏟아졌다. 야외에 설치된 특설 무대는 미끄러웠다. 그 무대에서 양학선은 셔플 댄스를 췄고, 김재범, 조준호, 송대남은 '춤 3종 세트'를 선보여야 했다. 전현무 아나운서가 신아람에게 "여기 있는 조우종 아나운서와 저 둘 중에 이상형을 고르신다면? 둘 중 하나 안 고르면 죽어야 돼요"라고 말하는 등 무리한 질문이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진행도 산만했다. 김지연과 신아람이 유재석의 <말하는 대로>를 부른 뒤 진행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도중 나머지 펜싱 선수들이 무대 위로 올라오는 바람에 둘의 인터뷰가 끊어지기도 했다. 기보배와 김법민이 아이유의 <잔소리>를 부르는 동안 가사를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는 선수들의 모습이 계속해서 카메라에 잡혔고, 간주 중 당황한 기보배의 "아 뭐야…" 하는 소리가 그대로 전파를 탔다. 축하 공연 순서에서 이지애 아나운서가 아이돌 그룹 비스트를 소개했는데 무대에는 샤이니가 올라오기도 했다. 

빗속에서 100분간 진행된 '국민대축제'를 편안하게 즐기는 선수들의 모습을 찾기는 힘들었다. 현장에 함께 했던 관객과 TV로 지켜본 시청자들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심신이 지쳐 있을 선수들이 하염없이 비를 맞고 있는 모습에 많은 시청자들은 안타까움을 느꼈을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직후엔 '빗속 도로 퍼레이드' 강행

▲  중부지방에 쏟아진 폭우로 야외무대에 빗물이 고여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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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등 관련 단체들의 욕심 때문에 이처럼 선수들이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혹사당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한국대표단은 400m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환과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건 역도 장미란을 앞세워 서울 세종로사거리부터 서울광장 구간에서 도로 퍼레이드를 벌였다. 이날도 비가 내려 퍼레이드에 참가한 선수단은 고생을 했다.

'피곤한 선수들을 데리고 누구 좋으라고 하는 행사냐'며 반대 여론이 거셌지만 정부와 대한체육회는 행사를 강행했고 퍼레이드 후에는 '환영 국민 대축제'에 선수들을 동원했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장미란, 박태환, 이용대, 이승엽, 진종오 등 주요 메달리스트들을 청와대로 초대해 오찬을 함께 했다.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메달리스트와 대통령의 오찬'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직후에도 이어졌다.

시합과 장시간 비행으로 쌓인 피로를 풀지 못한 채, 경기 중 입은 부상도 치료하지 못한 채 준비된 행사에 얼굴을 내밀어야 했던 선수들. 정부와 대한체육회가 진정 이들을 배려한다면 선수들이 가족과 먼저 기쁨을 나누고 부상을 치료하고, 피로를 푼 뒤 진심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조금 느긋하게 행사 일정을 잡아야 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은 종합 순위 5위를 기록했지만, '올림픽 정신과 선수에 대한 존중'을 기준으로 한다면 204개 참가국 중 과연 몇 위나 할 수 있을까.

by heyuna 2012. 8. 16. 16:59

[JIMFF]뜨거운 공연 끝난 후 그들이 향한 곳은...
텐트 2백 개로 숙박난 해결, 낭만 넘치는 캠프촌
12.08.14 16:07ㅣ최종 업데이트 12.08.14 16:07ㅣ정혜정(heyuna)
태그짐프캠프JIMFF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지난 9일 시작된 제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MF)는 매일 밤 영화 한 편과 뮤지션의 라이브 무대로 구성되는 [원 썸머 나잇]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토요일이었던 지난 11일은 '힙합 나잇'이었다. 국내 개봉을 앞둔 <스텝업4: 레볼루션>(Step Up Revolution) 상영에 이어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와 박재범의 공연이 청풍호반 무대를 뜨겁게 달구었다. 공연이 끝난 시간은 밤 11시. 아쉬움 속에 뿔뿔이 흩어지던 약 3200명 관중 가운데 수백 명은 셔틀버스를 타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 충북 제천시 고암동 모산 비행장에 마련된 JIMFF 캠프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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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샤워장 갖춘 깔끔한 텐트촌

이들이 버스로 30분쯤 걸려 도착한 곳은 청풍호반에서 약 25km 떨어진 JIMFF 캠프촌. 충북 제천시 고암동의 모산비행장 활주로 부지 27,000㎡(약 8,000평)에 4인용 텐트 200동이 설치돼 있다. 짧은 기간 진행되는 영화제를 위해 숙박시설을 늘릴 수 없는 형편이라 주최 측이 고심 끝에 올해 처음 시도한 '대안 숙소'다. 이날 밤, 1동 당 4명까지 수용 가능한 텐트는 200동 모두 가득 찼다. 평일에는 보통 70~130여 개 텐트가 손님을 맞고 있다.

이 캠프촌의 텐트는 아웃도어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가 무상 임대하고 천막업체 모던탑에서 설치를 맡았다. 코오롱은 영화제가 끝난 후 중고텐트를 팔아 가난한 독립영화인과 음악인들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제천시는 한번에 남녀 각각 10명씩 이용할 수 있는 샤워장과 화장실 등의 기반시설을 준비했다. 이용객들은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제천시와 코오롱스포츠의 후원으로 조성된 JIMFF 캠프촌.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짐프캠프 입구, 세면대, 화장실, 샤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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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2박 3일 일정으로 영화제를 찾았다는 최다미(30•여•서울 도봉구)씨는 13일 낮 캠프촌을 나오면서 "처음 방문한 제천에서의 경험이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20살 대학생 때 이후 텐트 치고 캠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정말 좋네요. 어제 저녁에는 비가 많이 내려서 추웠는데 챙겨온 이불을 덮고 자니 괜찮았어요. 또 밤늦게까지 공연 즐기다가 캠프장 와서 씻고 바로 자니 피곤해서 그런지 잠도 잘 오더라고요. 큰 축제들과 비교해 제천 영화제에는 소소한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불편하니까 청춘, 젊으니까 캠핑

캠프에는 불편한 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주최 측은 '불편하니까 청춘이다. 젊으니까 캠핑이다'를 구호로 내걸고 미리 이용자의 양해를 구했다. 캠프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더울 수도 있습니다. 잠자리가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축제니까 가능합니다. 필요한 것은 마음의 여유입니다"라는 안내문이 올라와 있다. 이용자들은 불편함을 각오하고 왔더니 오히려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 서진미(30?왼쪽), 최다미(30) 씨는 2박 3일 일정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찾았다. 낮에는 의림지와 제천 맛집을 둘러보고 밤에는 청풍호반무대에서 공연을 관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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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6회 영화제에 이어 두 번째로 제천을 찾았다는 강아라(29•여•경기도 의정부)씨는 불편한 점이 없느냐는 질문에 "기대한 것보다 준비가 잘 되어 있어 편하고 좋았다"고 말했다. 캠프 주최 측은 4인용 텐트에 매트리스를 제공했고 침낭, 담요, 랜턴과 같은 캠핑 장비와 세면도구는 필요에 따라 각자 준비하도록 했다. 

"다만 어제 새벽 늦게까지 뒤 텐트에 계신 분이 기타를 치시더라고요. 아침에도 기타 소리에 일어났어요. 낮이었으면 같이 즐겼을 텐데.(웃음) 하지만 캠프 오기 전에 감안했던 부분들이라 특별히 불편하지는 않았어요. 내년에도 캠프촌이 열리면 또 올 생각이에요."

이용객들이 JIMFF 캠프에 만족한다는 말을 전하자 자원봉사자 최민영(23•여•공주대3)씨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영상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그는 제천시 신월동의 세명대학교 기숙사에서 하루 5시간씩 자며 힘들게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끝나고 나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샤워장에 왜 차가운 물밖에 나오지 않느냐, 비가 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등 자원봉사자들이 재깍재깍 답변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불만이 제기되면 난감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수고한다며 음료수를 건네고 가시거나 오징어무침 같은 야식을 가져다주실 때는 많이 감사하죠."

캠핑지원팀은 8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낮과 밤, 두 개조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캠프촌에 설치된 스태프용 텐트에서 모자란 잠을 잠깐잠깐 벌충하면서 캠핑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느라 부지런히 움직인다. 하루에 지원되는 식비가 1만2000원씩이어서 값싼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지만 주최 측이 제공하는 김밥, 샌드위치 등 간식을 고마워하며 즐겁게 일한다고 한다.

자원봉사자들 뿐 아니라 텐트관리를 맡은 모던탑의 직원들도 꼼꼼히 현장을 챙기는 모습이었다. 13일 낮 이용객들이 빠져 나간 빈 텐트를 점검하던 송인예(42•여)씨는 "영화제 개막하기 일주일 전부터 텐트 설치를 시작했고 행사가 시작된 후에는 아침 7시에 나와서 저녁 10시까지 일하고 있다"며 "그래도 캠핑객들 반응이 좋아서 힘든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 JIMFF 캠프촌에는 8명의 자원봉사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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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까지 운영되는 캠프촌, 현장 예매도 가능

JIMFF 캠프촌에 설치된 텐트는 4만원을 내면 1박 2일간 빌릴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한 판매는 지난달 23일 마감됐지만 현장 예매도 가능하다. 캠프촌에서는 샤워장과 화장실 외에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슈퍼마켓의 배달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하루 2만여 명, 해마다 13만여 명이 몰리는 JIMFF는 해를 거듭할수록 탄탄하게 성장하는 영화제로 꼽히지만 숙박시설이 부족한 게 그동안 큰 걸림돌이었다. 임진순 JIMMF 마케팅실장은 이번 영화제 기간 중 연인원 1800명 정도가 캠프촌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제천에 머물며 느긋하게 축제를 즐기려는 젊은층에게 캠프가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자평했다. JIMFF 캠프는 캠핑과 축제를 결합한 모범 사례이자 기업과 지자체의 바람직한 협업 모델이 됐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by heyuna 2012. 8. 14. 16:46

▲ 여자 펜싱 최초로 단체 메달을 획득한 플뢰레 선수들(정길옥 오하나 전희숙 남현희).
ⓒ 2012 런던올림픽 조직위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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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한여름, 밤의 열기가 낮보다 뜨겁다. 열대야에 올림픽 열기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오후 5시 반에 시작한 유도는 자정이 돼야 최종 승자가 가려진다. 박태환이 물살을 가르는 모습은 한국 시각으로 오전 3시에 감상할 수 있다. 다음 날 아침이면 밤새 열린 경기 결과와 출전한 선수들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인기검색어에 올라 있고 온·오프라인 막론하고 많은 국민들이 올림픽에 빠져 있다.

 

런던올림픽 개막 일주일째, 메달 레이스는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오심과 부상으로 강자들이 탈락하고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선수들이 메달을 따니 TV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이쯤에서 메달 획득 상황을 점검해보면, 원래 예측은 단순한 기대 수준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예상치 못한 결과... 하루는 웃고 하루는 울고


실격과 번복이라는 올림픽사에 남을 사건의 희생양이 된 박태환이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펜싱 대표팀 맏언니 남현희는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발렌티나 베잘리(이탈리아)에 역전패당해 4위로 개인전을 마쳤고 최병철은 세 번째 올림픽 출전에서 12년간 끊긴 남자 펜싱에 메달을 안겼다.

 

정진선이 개인 에페에서 동메달을 추가했고, 숨어 있던 미녀검객 김지연이 비수를 날려 여자 최초로 펜싱 금메달을 노획했다. 플뢰레 여자 단체전에서 하나의 동메달이 추가됐다. 펜싱 단체전에서 메달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궁 남자 단체팀의 올림픽 4연패 기록은 좌절됐고, 여자 단체팀은 7연패 위업을 이뤘다.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양궁 단체전이 도입된 이래 한 차례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여자 단체와 더불어 여자 개인전 금메달도 늘 우리 차지였는데 그 기록이 베이징에서 깨졌다. 당시 중국에 석패해 은메달에 머물러야 했던 여자 개인전에서는 막내 기보배가 연금술사처럼 은을 금으로 바꿔놓았다. 50m 권총이 주종목인 진종오는 먼저 10m 공기권총에서 금빛 신호탄을 쐈다. 한국의 런던올림픽 첫 메달이었다. 김장미는 여자 사격 선수 중 첫 금메달 저격수였다.

 

▲ 양궁 여자 개인전 금메달 리스트 기보배 선수. 단체전에 이어 올림픽 2관왕을 차지했다.
ⓒ 2012 런던올림픽 조직위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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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판정으로 아쉬움을 남긴 경기도 있었다. 유도 66kg급에 출전한 조준호는 심판위원장이 개입한 판정 번복으로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고, 왕기춘은 부상으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4위에 머물러야 했다. 노메달 위기에 빠진 유도팀을 구한 건 김재범이었다. 4년 전 자신에게 은메달을 안긴 올레 비쇼프(독일)를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그는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쳐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금메달은 사나이도 울렸다. 유도 90kg에 출전한 송대남이 금메달을 확정 짓고 감독 품에 안겨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인상 2차 시기 도중 오른쪽 팔꿈치가 뒤로 젖혀지는 부상을 당해 기권한 사재혁은 올림픽 2연패 꿈을 이루지 못했다.

 

대회 7일째 금메달 7개, 은메달 2개, 동메달 5개로 중국, 미국에 이어 종합 3위에 오른 한국은 '10-10 (금메달 10개, 종합순위 10위 내 진입)'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가고 있다.


몸풀기 끝난 선수단, 본격 메달 사냥 나선다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았다. 200m 결승전을 치르고 이틀간 체력을 끌어올린 박태환이 오늘 오후 7시, 자유형 1500m 예선에 출전한다. 1500m가 주종목이었던 박태환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단거리에 주력했다. 마음을 비우고 출전하는 1500m에서 판정 번복의 상처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까? 결승전은 5일 오전 3시 30분에 열린다.


스페인(세계랭킹 16위)과 덴마크(6위)를 이기고 강호 노르웨이(5위)와 비긴 여자 핸드볼팀(8위)은 3일 오후 7시 15분 프랑스(11위), 5일 오후 5시 30분 스웨덴(19위)과 예선전을 치른다. 죽음의 조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국팀의 무패 행진이 결승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여자 펜싱 에페 단체전 8강 시합은 4일 오후 6시 30분에 시작된다. '끝나지 않는 1초'에 억울한 패배를 당한 신아람이 마음을 가다듬고 단체전에서 메달을 따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가봉전을 무승부로 마치고 조2위로 본선 진출을 확정한 남자 축구팀은 5일 오전 3시 30분 개최국 영국과 8강전을 치른다. 홍명보호의 마지막 여정이 해피엔딩으로 장식될 수 있을지 국민들 관심이 뜨겁다.

 

▲ 지난 3일 런던 코퍼 박스(Copper Box)에서 열린 조별리그 경기에서 한국과 덴마크가 맞붙었다. 결과는 25-24, 한국 승.
ⓒ 2012 런던올림픽 조직위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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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황금휴일' 될까... 박태환·장미란·이용대 등 도전


한국인에게 런던올림픽 하이라이트는 일요일이 될 듯하다. 박태환, 진종오, 이용대, 장미란이 올림픽 2연패에 나선다. 오전 3시 30분, 박태환의 1500m 자유형 결승을 시작으로 오후 5시 50m 권총에 진종오가 출전한다. 오후 9시, 이용대·정재성이 배드민턴 남자 복식 결승전에 출전해 금빛 스매싱을 선보일 예정이다.


장미란이 출전하는 역도 75kg 이상급 결승전은 오후 11시 30분에 열린다. 4년 전 적수가 없어 세계신기록 경신을 목표로 출전했던 것과 달리 이번 대회에는 저우루루(중국)와 타티아나 카시리나(러시아) 등 만만치 않은 선수들이 장미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메달 욕심보다는 자신이 목표한 기록을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 연습했다는 장미란은 경기가 끝나고 목표 달성 여부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지현은 베이징 올림픽의 노메달 아픔을 잊지 않았다.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정지현은 명예로운 마무리를 위해 절치부심했다. 6일 오후 9시,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에서 정지현의 설욕전이 시작된다.


같은 날 오후 11시 41분, 한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위해 양학선이 도약한다. 양학선은 자신의 이름을 딴 신기술 'Yang Hak Seon(양1)'을 뛰지 않고도 예선 2위로 결선행을 확정지었다.

 

'양1'은 도마를 짚은 뒤 공중에서 3바퀴(1080도)를 도는 기술로 국제체조연맹(FIG) 채점 규정집에 오른 기술 중 가장 난도가 높다. 2011 코리아컵 국제체조대회에서 처음 선보인 이 기술(7.4점)이 올림픽 무대에서 성공하면 금메달은 물론이고 체조사에도 한 획을 그을 전망이다.

 

'태권도 훈남' 이대훈은 8일 오후 5시 15분, 58kg 이하급 예선에 출전한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63kg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이대훈이 올림픽에서 좋은 활약을 하면 제2의 이용대, 또 한 명의 올림픽 스타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결승은 9일 오전 6시 30분에 열린다.

 

▲ 태권도 경기가 열리는 엑셀 런던 경기장(ExCeL London).
ⓒ 2012 런던올림픽 조직위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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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체조·복싱... 메달로 제2의 전성기 준비


1992 바르셀로나 이후 16년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한 한국의 리듬체조는 4년 전 신수지의 베이징올림픽 출전 자체가 하나의 성과로 평가받았다. 이번 올림픽에서 손연재는 신수지가 세운 본선 12위 기록을 뛰어 넘어 개인결선에 진출하겠다는 각오다. 손연재의 연기는 9, 10일 이틀간 오후 8시에 펼쳐진다. 예선에서 개인종합 10위 이내에 들면 손연재는 11일 오후 9시 30분 결승 무대에 서게 된다.


학창 시절 '트러블 메이커'였던 신종훈은 대회 마지막 날 열리는 복싱 라이트플라이급(49kg 이하)에 출전해 대형 사고를 칠 전망이다. 24년 만에 복싱 금메달을 안겨줄 기대주 신종훈은 지옥훈련조차 감사한 마음으로 이겨냈다. 천진한 얼굴 뒤에 금빛 주먹을 숨기고 있는 신종훈은 세계 랭킹 1위의 실력을 올림픽 무대에서 유감 없이 뽐낼 예정이다.

 

대회 마지막 금메달은 태권도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12일 오전 6시 15분에 열리는 여자 67kg 결승에 이인종, 남자 80kg 결승에 차동민이 출전해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켜낼 것으로 보인다.

 

메달권 종목만 챙겨봐도 하루가 바쁘다. 런던의 하루는 더 바쁘다. 관심에서는 약간 비껴있지만 근대5종, 배구, 사이클, 요트, 육상, 조정, 탁구, 트라이애슬론, 하키 등 총 22개 종목 245명의 한국 선수가 각개약진을 하고 있다. 그들이 어느 선까지 진출할지 아무도 모른다. 국민들도 선수 못지 않은 설렘과 희열 또는 안타까움으로 한여름 밤을 지새운다. 이 무더운 밤 어느 구름이 또 시원한 비를 내려줄까?

by heyuna 2012. 8. 3. 23:53

4년 전 승부는 찰나에 가려졌다. 13초 만에 무너질 실력이 아니었다. 8강전 갈비뼈 부상이 패인이었다. 올림픽 결승전에 선 왕기춘은 상대 선수의 '발목잡아메치기'에 경기 시작 13초 만에 한판패를 당했다. 경기장을 나와 카메라 앞에 선 왕기춘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가족들에게 미안합니다. 제 노력이 좀 부족했나 봐요."
 
부상은 그동안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53연승 세계랭킹 1위, 올림픽 부담 떨쳐버리려 했는데...
 
4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냉혹한 승부의 세계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큰 시합에서 지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4년 뒤 그날을 위해 훈련에만 몰두했다. 올림픽 이후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했다. 2008 가노컵국제유도대회를 시작으로 2010 수원월드마스터스대회까지, 53연승을 이어갔다. 이원희가 갖고 있던 한국 연승 기록(48연승)을 갈아 치웠다.
 
승승장구했고, 2012 런던올림픽은 4년 전과 다를 거라 확신했다. 떨어진 체력은 지옥훈련으로 보완했고 기술은 더 완벽해졌다. 왕기춘의 특기는 업어치기다. 한쪽으로만 기술을 사용하는 선수가 많지만 왕기춘은 좌우 양쪽을 쓴다.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런던에 입성했다. KBS 1TV 런던올림픽 특집 <런던드림 - '한 판'>에 출연해 설레는 마음에 '닭살이 돋는다'고 표현할 만큼 올림픽을 기다려왔던 그였다. 

▲ 런던올림픽 특집프로그램에 출연해 올림픽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는 왕기춘 선수.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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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따면 어떨까' 생각해봤는데, 믿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 올림픽 결승전이라는 건 정말 영광스러운 자리잖아요. 그 자리에 한 번 들어갔는데 제가 또 다시 올라갈 거라고 상상하니까 닭살 돋아요. 그 자리는 정말 떨릴 것 같아요. 다시 가더라도." 

유도 남자 73kg급 세계 랭킹 1위 왕기춘은 다른 국제대회는 석권했지만 올림픽 정상에는 서지 못했다. 세계 챔피언인 그도 올림픽 무대에는 도전자였다.
 
"금메달이 목표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부담 갖고 싶지는 않아요. 부담을 가지면 경기장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못할 수 있거든요. 부담을 버리고 실력 다 보여주고 나온다면 국민 여러분이 기대하는 메달 색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청자도 그도 부담을 갖지 않기를 바랐지만, 지난 4년을 누구보다도 절치부심한 그였다. 7월 30일, 드디어 그날이 왔다. 한국 시각 오후 5시 30분에 시작된 73kg급 경기. 3시간 동안 64강(유효승), 32강(한판승), 16강(유효승), 8강(판정승) 등 4차례 경기를 내리 이기고 오후 10시 50분 준결승 무대에 올랐다.

또 부상, 그리고 석연치 않은 판정
 
만수르 이사예프(러시아)와 매트에 오른 왕기춘. 경기 시작 1분도 안 돼 두 선수에게 지도가 주어졌다. 소극적인 경기를 펼친다는 이유였다. 13초 뒤 왕기춘이 안다리걸기 기술을 시도했다. 공격은 실패했고 일어나던 왕기춘이 왼쪽 팔목을 만지작거렸다. 잠시 왼손을 움직이지 못하던 왕기춘이 심판 지시에 경기를 재개했다. 힘 좋은 이사예프를 상대로 남은 시간 꾸준히 공격을 시도했지만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정규시간 2분30초를 남기고 지도 하나를 추가로 받은 왕기춘. 이사예프가 유효로 앞서 나갔다. 이대로 끝나면 결승 진출은 실패. 왕기춘이 반격을 시작했다. 이 상황을 지키기만 해도 결승에 진출하는 이사예프는 급할 게 없었다. 왕기춘은 마지막 1분간 공격을 퍼부었고 이사예프는 공격을 방어하기 바빴다.
 
"러시아 선수가 공격을 안 하고 있는데 왜 지도를 안 주는 걸까요. 안타깝습니다. 지도를 줘야 하는데요." (KBS 해설 중)
"심판 판정에 대해 계속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그럴수록 저희가 추해지는 느낌이거든요." (SBS 해설 중)

▲ 8년을 기다려온 왕기춘의 꿈이 부상으로 또 한번 좌절됐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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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지도 누적으로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아쉬운 한판이었다. 그리고 30분 뒤 동메달 결정전에 왕기춘이 출전했다. 부상으로 적극적인 공격을 보여주지 못한 왕기춘은 종료 2분 40초를 남기고 지도를 받았다. 이후 다양한 공격을 시도했지만 찬스로 연결하지 못했다. 종료 1분 전 상대 선수 우고 르그랑(프랑스)이 지도를 받아 경기는 다시 원점이 됐다.

그렇게 정규 시간 5분이 흐르고 다시 연장전. 공격을 주고받는 두 선수를 심판이 멈춰 세웠다. 왕기춘의 목 주위에서 피가 흘렀다. 왕기춘이 치료받는 동안 상대 선수는 숨을 골랐다. 1분 뒤 왕기춘이 매트에 드러누웠다. 르그랑의 밭다리걸기에 넘어가고 말았다. 절반을 내준 왕기춘은 동메달까지 날려버렸다. 
 
4년 전 은메달을 목에 건 뒤 "다음 올림픽에서는 국민들이 바라는 색의 메달을 가져오겠다"던 왕기춘의 다짐은 또 4년 뒤로 미뤄지게 됐다. 그러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게 스포츠의 세계. 국내에도 세계 무대에도 스타들이 명멸한다. 4년 뒤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선 그를 볼 수 있을까? 그때 나이 아직 스물여덟. 어쩌면 두 번의 좌절은 8년을 기다려 해피엔딩으로 끝날 '인간 승리'의 굴곡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by heyuna 2012. 7. 31. 15:32
[기사 보강 : 30일 오후 2시 20분]
 
등록 안 된 손기정의 메달... 그러면 누가 첫 메달?

손기정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아도 양정모를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양정모는 해방 이후 조국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준 레슬링 선수다. 한국인이었으나 일본 국적으로 출전한 손기정은 국민들 가슴 속에 '대한민국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각인돼 있지만, 대한체육회가 집계하는 메달리스트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올림픽 공식 기록에도 손기정은 손기테이(일본)로 명시돼 있다.

1976년 새해 첫날 <동아일보>에 "민스크 대회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꼭 따내겠다"며 결의를 다진 양정모는 7개월 뒤 몬트리올에서 한국체육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겼다. 1980 모스크바 올림픽에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해 미국, 일본, 중국 등 66개국이 올림픽에 불참했고 한국 선수도 출전하지 않았다.

1984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는 참가국이 140개로 늘어났는데도 한국 선수들은 금메달 6개를 목에 걸었다. 레슬링(2), 유도(2), 양궁(1), 복싱(1)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핸드볼, 농구 등에서 처음으로 은메달을 땄다.

그리고 1988년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렸다. 국민들 성원을 등에 업은 선수들은 금 12, 은 10, 동 11, 합계 33개로 종합 4위를 기록했다. 메달 종목도 다양해졌다. 양궁(3), 레슬링(2), 복싱(2), 유도(2), 탁구(2), 핸드볼(1)에서 금메달이 나왔다. 김수녕(양궁), 유남규·현정화(탁구) 등 스포츠 스타도 탄생했다. 수많은 국민들이 올림픽을 직접 보고 잊지 못할 기억들을 간직했다.

지금까지 금메달 93개... 하계 70, 동계 23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은 56년 만에 한국에 마라톤 금메달을 안겨준 '황영조 올림픽'으로 유명하다. 마라톤 외에도 양궁(2), 레슬링(2), 유도(1), 핸드볼(1) 등이 금메달을 획득하며 꾸준한 선전을 이어갔고, 사격(2), 배드민턴(2), 역도(1) 종목에서도 새로운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로스앤젤레스 이후 1996 애틀랜타 올림픽까지 한국은 4회 연속 종합순위 10위 이내에 올라 국가의 위상을 높였다.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베이징까지 최근 7개 올림픽 중 은메달은 가장 많은 15개를 땄으나 금메달은 가장 적은 7개밖에 따지 못해 결승전 경기를 지켜보던 국민들을 유난히 안타깝게 했다.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종주국인 한국이 3체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자존심을 지켰다. 양궁 남·여 단체전과 여자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따 태권도와 양궁이 한국의 메달박스가 됐다. 펜싱에서 첫 금메달이 나왔고 레슬링에서 심권호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 2012 런던올림픽 메달.
ⓒ 2012 런던올림픽 조직위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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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안겨주는 종목은 비슷했다. 양궁(3), 태권도(2)에 이어 레슬링, 배드민턴, 유도, 탁구에서 금메달 하나씩이 나왔다. 유남규·현정화에 이어 14년 만에 유승민이 탁구에서 우승했고, 문대성이 돌려차기 한방으로 국민적 영웅이 된 것도 이때였다.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에 교수, 국회의원까지 됐지만 표절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은 한국이 한 대회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획득한 대회다. 13개로 종합 7위 성적을 거뒀다. 예상치 못한 종목에서 금메달이 쏟아졌다. 주인공은 한국의 마린보이 박태환과 야구 대표팀이었다. 체구 큰 서양 선수들이 석권하던 수영에서 메달이 나온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그는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어 동계 올림픽의 김연아와 함께 인기 광고모델이 됐다. 야구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정식종목에서 퇴출당해 의미있는 금메달로 남게 됐다.

동계 금메달 23개 중 19개가 쇼트트랙

하계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 수는 사격의 진종오, 양궁 여자 단체팀을 포함해 지금까지 70개다. 그러면 동계 올림픽에서 올린 한국의 성적은 어느 정도일까? 제1회 동계 올림픽은 1924년 프랑스 사모니에서 열렸고, 한국은 5회 스위스 생모리츠 올림픽부터 출전하기 시작했다. 28개국 669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 한국 선수는 3명이었고 메달보다는 출전에 의의를 두었다. 1984 사라예보 올림픽까지 한국은 단 하나 메달도 따지 못했다.

그러다 1988 캘거리(캐나다) 올림픽에 동계 대회 사상 최대인 28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당시 컬링과 자유형스키, 쇼트트랙은 시범종목이었다. 메달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김기훈이 쇼트트랙 15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함으로써 한국이 동계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따는 순간이었다. 이어 3000m에 출전한 이준호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트트랙이 한국에게 금 캐는 노다지가 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쇼트트랙이 정식종목이 된 1992 알베르빌(프랑스) 올림픽에서 한국은 쇼트트랙 1000m에서 김기훈, 5000m 계주에서 남자팀이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동계 올림픽이 하계 올림픽과 같은 해에 열리던 전통에서 벗어나 1994년에 열린 릴레함메르 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여자 계주팀도 정상에 올랐다. 김기훈이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고 남·녀 500m도 한국 선수가 석권했다. 금메달 4개가 추가됐다. 1998 나가노(일본) 올림픽에서는 한국 쇼트트랙의 전설 김동성이 활약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남·녀 1000m에서 나란히 우승했고, 여자 계주팀이 금메달을 따 빙상 국가로 입지를 굳혀갔다.

국민들에게 '분노의 올림픽'으로 기억되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미국) 올림픽에서는 2개의 금메달(쇼트트랙 여자 1500m, 여자 계주)을 획득했다. 김동성이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과 편파판정으로 실격 처리돼 금메달을 빼앗겼다. 당시 국민들은 금메달을 빼앗긴 김동성에게 명예 금메달을 제작해 선물하기도 했다. 2006 토리노(이탈리아) 올림픽에서는 새로운 쇼트트랙 영웅이 탄생했다. 안현수와 진선유는 개인 1000m와 1500m를 포함해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따 대회 3관왕을 차지했다.

지난 대회까지 동계 올림픽 금메달은 모두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2010 밴쿠버(캐나다) 올림픽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전환한 지 7개월 만에 올림픽에 출전한 이승훈이 10,000m에서 깜짝 금메달을 딴 것이다. 단짝 모태범과 이상화도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91번째 금메달을 안겨준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 ⓒ 플리커
쇼트트랙 금메달 행진도 이어졌다. 이정수가 1000m, 1500m 종목을 석권했다. 그리고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세계 신기록 점수를 올리며 국민들에게 금메달을 안겨주었다. 피겨 종목에 출전한 지 42년 만의 일이었다. 2010년 2월 26일, 김연아가 획득한 금메달은 한국체육사상 91번째 올림픽 금메달이다.

100번째 애국가, 런던에서 울려 퍼질까

2012 런던 올림픽에는 245명의 우리 선수가 출전했다. 한국선수단은 10-10, 곧 금메달 10개, 종합순위 10위 내 진입을 목표로 세웠다. 4년 전 베이징 올림픽(금 13, 종합 7위)과 비교해 달성 가능한 목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92번째 금메달 주인공은 사격의 진종오가 됐다. 그는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기분 좋은 신호탄을 날렸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박태환과 남현희는 29일 새벽 결승 문턱에서 좌절해 밤새 뜬눈으로 지켜본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여자 펜싱 플뢰레의 남현희는 베이징 올림픽 결승에서 종료 4초를 남겨놓고 기습 찌르기를 허용해 역전패한 악몽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국민 남동생 박태환은 자유형 400m에서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자유형 200m·1500m가 남아있어 메달 색깔을 바꿀 공산이 크다. 그는 세계신기록을 목표로 런던 올림픽을 준비했다.
 
29일 새벽, 미국과 4강전을 펼친 양궁 남자팀은 5점 차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하루 뒤(30일), 여자팀이 일본을 15점 차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단체 결승전에 진출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결승에서 중국을 만나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여자팀. 이번 결승 상대도 중국이었다. 결과는 4년 전과 같았다. 한국 승. 1점 차로 아슬아슬하게 중국을 따돌린 한국 여자 양궁팀은 또 하나의 금메달을 추가했다. 양궁에서 나온 17번째, 런던올림픽 두 번째 금메달이었다.
 
▲ 2012 런던올림픽에서 100번째 금메달을 안겨줄 후보들.
ⓒ 2012 런던올림픽 조직위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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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양궁(남·녀 개인), 유도(왕기춘·김재범), 역도(장미란·사재혁), 배드민턴(이용대-정재성), 체조(양학선), 레슬링(정지현), 핸드볼(여자팀), 복싱(신종훈), 태권도(이대훈·황경선) 등이 금메달에 근접해 있다. 폐막식 전날 열리는 태권도에서 백번째 금메달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번 올림픽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앞으로 일곱번째, 곧 백번째 메달의 주인공이 누가 되느냐는 것이다. 그는 양정모에 이어 한국 체육사에 남게 된다. 최악의 경우 다음 동계 올림픽으로 주인공 탄생이 미뤄질 수도 있다.


by heyuna 2012. 7. 30. 15:40

4년보다 길었던 4시간이었다. 자유형 400m 예선에 출전해 조 1위(3:46.68)로 터치패드를 찍었으나 박태환의 이름은 전광판 가장 아래에 있었다. 박태환 이름 옆에는 기록 대신 DSQ(Disqualified)가 적혀있었다. 실격된 것이다. 부정 출발로 인한 실격, 하지만 다음 조 경기가 끝날 때까지 중계진은 명확한 이유를 말하지 못했다. 예선 경기 모두가 끝나고 리플레이 화면을 돌려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4시간이 흘렀다.

"스타트 장면을 50번도 넘게 돌려봤지만 박태환은 실격이 아니다"는 마이클 볼 코치는 국제수영연맹(FINA)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국민들은 '박태환의 실격처리는 잘못된 판정'이라는 BBC•CNN 등 외신들을 퍼날랐고 올림픽에서 판정이 번복된 사례를 찾아서 공유하기도 했다.

결승을 앞둔 5시간 전, 국제수영연맹으로부터 공식 입장이 전달됐다. 실격 처리가 번복됐고 결승 진출이 확정됐다. 예선 전체 기록 4위를 기록한 박태환은 결승에서 6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국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실격에서 은메달까지, 롤러코스터 같았던 박태환의 하루

29일 새벽 3시50분(한국 시각), 결승 경기를 위해 박태환이 경기장에 입장했다. 총성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고 박태환은 시작부터 스퍼트를 올렸다. 초반부터 1위 자리를 차지한 박태환은 300m까지 선두 자리를 지켰다. 300m를 턴 한 후 쑨양이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350m 지점은 쑨양이 0.90초 앞서 턴했다. 마지막 50m, 박태환이 전력 질주 했지만 기록은 3:42.06, 쑨양에 1.52초 뒤진 기록으로 골인했다. 

▲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가 시상대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2012 런던올림픽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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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신기록을 목표로 출전한 올림픽이었다. 런던에 입성하고 첫 훈련 때도 느낌이 좋았다. 페이스 조절 성공으로 예선도 조 1위로 통과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실격 처리에 박태환의 몸이 반응했다.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다. 억울한 상황. 박태환의 근육은 수축했고 결승에서 제 기량을 모두 발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차지한 세계 2위, 그래서 박태환의 은메달이 더 아쉽게 다가왔다.

역전 찌르기 앞에 다시 무릎 꿇은 남현희

박태환의 결승 경기가 펼쳐지기 40분 전, 펜싱 경기장에 남현희가 등장했다. 남현희는 4년 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종료 4초를 남겨놓고 발렌티나 베잘리(이탈리아)에게 역전 찌르기를 허용해 통한의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펜싱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던 그는 런던에서 정상에 오르기 위해 전보다 더 열심히 훈련하기로 마음을 다 잡았다. 그리고 4년 뒤, 런던에서 베잘리를 다시 만났다. 하지만 결승전이 아닌 3-4위 전이었다. 

남현희는 이번에도 고군분투했다. 열세에 놓였다. 1라운드 2-2, 2라운드를 2-4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3라운드가 시작되자 남현희가 달라졌다. 쉴새 없이 발을 움직였고 베잘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시도한 공격마다 득점으로 연결했다. 3라운드에만 8점을 뽑아냈다. 승리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경기가 끝날 줄 알았다. 

▲ 2008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을 마친 후 포옹하고 있는 남현희 선수와 발렌티나 베잘리 선수.
ⓒ 2012 런던올림픽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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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베잘리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12-8로 남현희가 앞서고 있던 경기 종료 12초 전, 베잘리가 1점을 뽑아냈다. 다시 경기가 재개됐고 9초를 남기고 베잘리가 1점을 추가했다. 5초 전, 물러서는 남현희를 향해 공격을 퍼 부은 베잘리가 다시 한 점을 획득했다. 12-11, 5초만 버티면 됐다. 하지만 또 다시 공격을 시도한 베잘리, 1초를 남겨 놓고 12-12 동점 상황. 경기는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1분 안에 남현희가 공격을 성공 시켜야 하는 상황, 하지만 득점 인정 센서는 베잘리 쪽에 들어왔다. 또 다시 역전패 당한 남현희는 결국 베잘리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노메달에 머물러야 했다. 

종료 1분 전, 부상으로 실려나간 김온아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행복한 결말을 꿈꾸며 런던에 입성한 여자 핸드볼 대표팀. 경기 첫째 날, 스페인과 조별리그 1차전 경기를 펼쳤다. 스페인의 랭킹(16위)은 한국(8위)보다 낮지만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은 강호를 상대로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았고 한 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무난하게 끝날 것 같았던 경기. 1분 16초를 남기고 26-31로 앞서던 상황, 강재원 감독 얼굴이 어두워졌다. 대표팀 에이스 김온아가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나간 것이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20년 만에 찾아온 올림픽 금메달의 꿈.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히든카드 김온아의 활약은 필수적이었다. 무릎 인대 파열로 남은 경기 출장이 불확실해진 김온아, 핸드볼팀은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도 큰 숙제를 떠안게 됐다. 

▲ 김온아 선수(등번호 3번)가 스페인 선수를 방어하고 있다.
ⓒ 2012 런던올림픽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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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남현희의 금메달로 기분 좋은 첫 날을 보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변이 속출했던 하루였다. 그러나 올림픽 첫 금메달은 예상 종목에서 나왔다. 2012 런던올림픽 첫 금메달의 주인공은 진종오였다. 남자 10m 공기권총에 출전한 진종오는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10m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0m 권총이 주종목인 진종오는 5일 밤 8시 30분, 올림픽 2연패, 2관왕에 도전한다. 

오늘 저녁 5시 7분, 배드민턴 혼합 복식 예선에 이용대-하정은이 출전하고 6시 35분, 박태환이 자유형 200m 예선전에 나서 또 하나의 역사를 써나갈 예정이다. 오후 8시 15분, 김장미•박민진이 여자 10m 공기권총에 출전하고, 밤 10시에는 조준호가 유도 남자 66kg, 김경옥이 여자 52kg급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새벽 1시 15분,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이 스위스와 조별리그 2차전 경기를 펼친다. 구본길 선수가 출전하는 남자 개인 사브르 결승은 2시에 열리고, 새벽 3시 36분 자유형 200m 준결승이 펼쳐질 예정이다. 

by heyuna 2012. 7. 29. 18:50

▲ SBS <별을 쏘다>에 출연한 역도 장미란·사재혁 선수가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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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사람들에게는 4년마다 돌아오는 즐거움이지만 선수들에게는 인생을 좌우하는 단 한 번의 기회다. 제30회 런던올림픽이 한국 시각, 28일 오전 5시에 개막한다. 203개국에서 출전한 1만500명 선수들이 종목별로 오직 한 명만 오를 수 있는 영광의 자리를 향해 17일간 치열한 승부를 펼친다. 태릉선수촌에서 결전의 땅, 런던으로 이동한 한국 선수단 245명은 수영, 양궁, 역도, 체조, 축구 등 22개 종목에 출전할 준비를 마쳤다.  

 

동계올림픽은 설상 종목의 비활성화로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등 주로 빙상 종목을 중계방송하지만, 하계올림픽은 배드민턴, 수영, 탁구, 펜싱, 레슬링 등 여러 종목이 인기를 끌고 스타 선수도 많은 편이다. 너무 중계할 게 많아서 소외되는 종목이 생길 판이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전보다 다양한 종목의 경기를 안방에서 즐길 수 있게 됐다. 

지난 3월 KBS, MBC, SBS 방송3사는 '기존 중복 편성을 피하고 순차 방송을 실시해 시청자의 보편적 시청권과 채널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한다'는 내용의 올림픽 중계방송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방송3사는 주요 12개 종목(수영, 양궁, 배드민턴, 태권도, 역도, 체조, 펜싱, 복싱, 유도, 사격, 탁구, 레슬링)을 순차 방송하되, 한국 대표팀이나 선수가 출전하는 결승전과 3-4위전, 준결승, 시상식 등에 대해서는 2사 생방송, 1사 지연 중계 형태의 합동방송을 하기로 했다. KBS는 양궁, 체조, 탁구, 펜싱, MBC는 수영, 역도, 배드민턴, 복싱, SBS는 태권도, 유도, 레슬링, 사격을 맡아 중계한다.  

순차 방송 관련 합의는 순조롭게 끝났다. 이후 각 방송사는 런던올림픽 영광의 순간을 생동감 있게 전해줄 해설위원과 캐스터를 확정하고 시청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그들만의 올림픽'을 시작했다. 

방송 3사, 중복편성 피하고 순차방송 약속

 

▲ KBS에서 방영하는 <런던으로 가는 길>의 한 장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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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런던올림픽 방송단은 이용수(축구), 신진식(배구), 이원희(유도), 김택수(탁구), 여홍철(기계체조)을 비롯한 14명의 해설위원과 조우종, 이지애, 엄지인 아나운서(현지 메인 MC)와 한석준, 오정연, 오언종, 김보민 아나운서(국내 중계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됐다.

MBC는 허정무(축구), 현정화(탁구), 방수현(배드민턴), 김수녕(양궁) 등 스타군단을 해설위원으로 영입했다.
 
해설위원 명성에 견주어 진행자의 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오상진, 허일후, 문지애, 나경은 등 간판 아나운서들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을 때 MBC는 프리랜서 김성주, 4년 전 음주방송으로 퇴사한 임경진 아나운서 등을 중계진 명단에 올렸다. 또 기상캐스터 출신 방송인 박은지, MBC스포츠플러스 김민아 아나운서 등이 MC와 캐스터로 활약할 예정이다.  
 

SBS는 차범근·박문성(축구), 노민상(수영), 장재근(육상), 임오경(핸드볼) 등 18종목 19명의 해설위원과 배기완, 배성재, 김환, 박은경, 박선영 등 16명의 아나운서를 런던올림픽 중계프로그램 캐스터나 MC로 선정했다. 

방송3사의 런던 올림픽 준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각 사 홈페이지에는 '2012 런던올림픽' 특집 페이지가 마련됐고, 경기일정부터 특집프로그램 소개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담았다. 

SBS는 지난 16일 역도 선수 장미란·사재혁 편을 시작으로 <런던 2012 특집다큐-별을 쏘다>를 방영했다. 인내와 노력으로 도약에 나설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담은 <별을 쏘다>는 남현희(펜싱, 17일), 신종훈(복싱, 18일), 양학선(체조, 19일), 이용대·정대성(배드민턴, 23일), 왕기춘·김재범(유도, 24일), 손연재(체조, 25일), 차동민(태권도, 27일), 박태환(수영, 28일) 순으로 방송된다. '영원한 마린보이, 박태환 편'에 앞서 28일 자정, <런던 2012 특집 올림픽 선수단 필승 콘서트 We Are The Champion>도 방송할 예정이다. 

KBS 2TV는 외주업체에서 제작한 <런던으로 가는 길>을 8부작에 걸쳐 방송한다. 선수에서 태극전사로 거듭나는 현장을 담은 이 프로그램은 26일 현재 7부작까지 방영된 상태다.
 
1부 '한 여름밤의 꿈' 편에서는 여름 태양보다 뜨거운 레슬링, 사격, 태권도, 육상 선수의 훈련 모습이 공개됐고, 2~7부에서는 메달권 종목인 체조(양학선), 펜싱(남현희), 탁구(유승민), 리듬체조(손연재) 등 선수들의 올림픽 준비 과정을 밀착 취재했다. KBS 2TV는 <다시 보는 베이징올림픽 영광의 순간들>도 방영 중이다. 
 
중계진 400여 명 파견... 시청률 경쟁 시작

 

▲ 런던올림픽 특집 페이지를 마련한 방송 3사(위에서부터 KBS, MBC, SBS)
ⓒ 방송사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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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에서는 22일 <올림픽 사이언스>가 방송됐고, <런던드림>(24~27일), <런던으로 간 대한민국 전사들>(26일)<위대한 도전 1948-2012>(27일), <런던의 재탄생>(27일) 등 올림픽 특집 다큐멘터리가 방영을 앞두고 있다.
 
KBS는 "1TV, 2TV 두 개 채널을 활용해 메달권 경기가 아닌 비인기 종목까지 아우르는 공영방송다운 편성을 보여줄 예정이며, 일일 약 1000분의 생중계와 400분의 하이라이트를 전격 편성해 대한민국 선수단 전 경기를 중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174일 장기 파업 여파로 뒤늦게 올림픽 제작에 합류한 MBC는 2012 런던올림픽 축구 본선 B그룹 상대팀 분석(멕시코 23일, 스위스 25일, 가봉 26일)과 <한류문화 런던을 사로잡다>(25일), <아이돌 올림픽>(1부 25일, 2부 26일), <베이징 올림픽 감동의 순간들>(27일)을 방영할 계획이다. 

KBS 114명, MBC 111명, SBS 170명이 런던올림픽 방송을 위해 현지로 떠났다. 담당 종목 배분과 해설위원 영입, 특집 프로그램 제작까지. 런던올림픽을 이틀 앞둔 현재 KBS, MBC, SBS가 출전하는 23번째 종목 '시청률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by heyuna 2012. 7. 2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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