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보다 더 빛났던 정재성·이용대, '힐링 스매시'
[TV리뷰]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정재성-이용대 편
12.10.02 11:33ㅣ최종 업데이트 12.10.02 11:33ㅣ정혜정(heyuna)
태그힐링캠프정재성이용대 
2012 런던올림픽이 끝난지 50일이 지났지만 올림픽을 빛낸 별들의 인기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박태환, 양학선, 장미란, 기성용 등 많은 올림피언들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올림픽 준비과정 등 '국가대표 선수의 일상'을 들려주며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금메달리스트만 집중 조명되던 전과 달리 이번 올림픽에서는 보다 다양한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시청자들 앞에 섰다.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 순위 5위를 기록했다. 그만큼 스타들도 늘었고 이들을 찾는 곳도 많아졌다.

▲  정재성-이용대 선수가 SBS <힐링캠프>에 출연했다.
ⓒ SBS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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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스타들, 예능 출연도 금메달급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4위로 마무리하며 바벨키스 세레머니를 보여준 장미란 선수가 <승승장구>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했고, 멈춰버린 1초를 극복하고 에페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신아람 선수는 <GoShow>, <해피투게더3>에 나와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판정번복으로 결승진출이 좌절됐던 조준호 선수도 송대남, 김재범 선수와 함께 <GoShow>, <라디오스타>, <청춘불패 시즌2>에 나와 예능감을 뽐냈다. '세계 5위' 타이틀을 거머쥔 손연재 선수는 <런닝맨>, <무한도전>, <승승장구>에 출연하는 등 공중파 3사를 섭렵하기도 했다. 

10월의 첫날,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에는 배드민턴 남자 복식조 정재성-이용대 선수가 출연했다. 세계 랭킹 1위 팀이 올림픽 동메달에 그쳤다는 아쉬움과 여자 복식 선수들의 져주기 논란으로 언론 노출을 자제했던 두 선수가 오랜만에 나선 예능 나들이에서 깜짝 발언을 쏟아냈다.

올림픽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8월 5일, 3-4위 결정전에서 승리해 배드민턴팀에 첫 메달을 안기고 뜨거운 포옹을 나눴던 두 선수는, 사실 당일 시합에 나서기 전 작전 회의는커녕 서로에게 '힘내자'는 응원의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4강 경기 끝나고 서로 한마디도 안 했어요. 숙소 들어가서 아무 말도 없이 멍하니 있다가 '밥 먹으러 가자' 한마디하고 다음날 아침까지 한마디도 안 했던 것 같아요." (정재성 선수)

"'내일 경기 남았으니까 힘내자' 이런 말은 했어도 됐는데… 당시에는 이 말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이용대 선수)

▲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확정지은 뒤 포옹하고 있는 정재성-이용대 선수.
ⓒ 2012 런던올림픽 조직위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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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놓치고 입을 닫은 두 선수 


금메달을 향한 마지막 문턱인 준결승 경기에서 랭킹 3위 덴마크팀과 혈투 끝에 아쉽게 패한 두 선수의 좌절감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2006년부터 7년간 호흡을 맞춰 온 두 선수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남자 복식 1회전 탈락의 수모를 겪은 뒤 런던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정재성은 2009년 돌아가신 어머니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두 번 다시 도전하고 싶지 않던 올림픽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렇게 준비한 올림픽의 꿈이 좌절되자 파트너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건넬 여유도 사라진 것이다.

"올림픽은 우리에게 끝이에요. 다른 대회에서는 져도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맞춰 나가면 되는데 올림픽은 정말 끝이거든요." (이용대 선수)

국가대표 선수의 최종 목표인 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한 선수가 느끼는 상실감이 어느 정도 일지 대략 짐작은 가능하지만, 그 좌절감으로 인해 7년을 함께한 동료와 하룻밤 내내 한마디의 대화도, 다음날 경기를 위한 작전 구상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놀라웠다. 그러나 이들은 이런 '폭탄'을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제대로 된 '힐링'을 원하는 듯 했다.

시합 중에는 눈빛만 봐도 다음 플레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짐작할 정도로 마음이 잘 맞았지만 경기 외적인 이야기는 한번도 해본 적 없다는 두 선수는 계급장 떼고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툭 터놓고 이야기 하고 싶어 <힐링캠프>를 찾았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는 7년을 함께했지만 서로가 편하지 않다는 폭탄 발언을 이어갔다.

국가대표 복식조 선수들이 서로를 어려워하는 모습은 이제껏 예상하지 못했던 그림이었다. '두 선수는 그저 비즈니스 관계인 것일까'. 시청자들에게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두 선수는 거짓없이, 꾸밈없이 풀어가기 시작했다. 이용대 선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6살 많은 선배와 속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부족했다고 고백했고, 정재성 선수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출중한 기량을 선보인 어린 후배의 조언을 4년간 묵묵히 들어야한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파트너 교체설, 실력(?)으로 답하다

2009년, 정재성 선수가 상무에 입대해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3개월 동안 이용대 선수는 다른 선수들과 복식 경기에 출전해야 했다. 선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연스레 파트너 교체설이 나돌았다. 정재성 선수는 '내가 나이가 많아서 교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왜 이렇게 선수를 힘들게 할까' 등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때 파트너 교체설을 잠재우고 정재성 선수를 안심시킨 것은 이용대 선수의 경기 결과였다. 이용대 선수는 다른 선수와 복식으로 출전한 경기에 최선을 다해 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파트너와 함께 치른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냈을 경우, 정재성 선수와 더는 함께 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저 말고 다른 파트너와 해도 더 잘했을 텐데, 절 기다려준 게 너무 고마웠어요. (중략) 용대가 우승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건네 들은 적이 있어요." (정재성 선수)

"솔직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확 집중하지는 않았어요. 저도 모르게…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이용대 선수)

▲  2012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 동메달 리스트 이용대, 정재성 선수
ⓒ SBS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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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가 된 지 1주일 만에 출전한 2006년 독일 오픈 배드민턴 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세계선수권 대회와 슈퍼시리즈에서 꾸준히 좋은 기량을 선보이며 남자 복식 부문 세계 랭킹 1위 랭크된 정재성-이용대 선수. 무뚝뚝한 두 전라도 남자가 함께한 7년 동안 많은 말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상대를 생각하고 있었음을 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또 이번 방송이 두 사람 사이에 소통의 물꼬를 틀었다는 점에서 국가대표를 응원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흐뭇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비록 정재성 선수의 은퇴로 두 선수가 함께 코트장에 설 기회는 앞으로 없으며, 이날 방송된 <힐링캠프> 시청률은 4.9%로 지난 주에 비해 5.4%(AGB닐슨미디어리서치)나 하락했다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말이다.

by heyuna 2012. 10. 2. 19:19

'SBS스페셜' 미국에 버려진 자매, 이대로 끝입니까?
[TV리뷰] <SBS 스페셜> '워싱턴 거리에는 쌍둥이 자매가 있다' 편
12.09.25 13:58ㅣ최종 업데이트 12.09.25 13:59ㅣ정혜정(heyuna)
태그SBS 스페셜입양이광훈해외입양 
이대로 끝이야?

<SBS 스페셜>(연출 이광훈) 엔딩 자막이 오르자 스친 생각이다. 지난 23일 <SBS 스페셜>은 '워싱턴 거리에는 쌍둥이 자매가 있다' 편을 방송했다. 1981년 한국에서 태어나 7살이 되던 해 "이모네 집에 가 있어, 아빠가 곧 데리러 갈게"라는 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미국으로 입양된 쌍둥이 자매(민미영,미경•31) 이야기였다. 방송에 따르면 자매는, 결코 누군가를 입양해서는 안 되는 양부모에게 입양 돼 학대를 받으며 살다가 성인이 되던 해 양부모를 떠나 워싱턴 D.C.에서 노숙자로 지내고 있었다.

12,000명의 노숙자가 떠도는 워싱턴. 노숙인 쉼터 앞에서 취재를 시작한 제작진은 1시간 만에 자매를 만나게 된다. 지난해 봄, 워싱턴에 있는 한국 영사관 앞에서 '한국으로 보내달라'며 시위하는 자매를 기사로 접한 SBS 제작진이 이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다. 눈 앞에 있는 자매. 그러나 제작진은 먼 발치에서 바라볼 뿐 함부로 접근하지 않는다. 다음 날 같은 장소에 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는 자매를 향해 제작진이 조심스레 다가가 말을 건넸다.

"실례해요. 먹을 것 좀 드리고 싶어요."
"싫어요. 싫어요. 그냥 가세요. 괴롭히지 말아요. 경찰 불러."
"괴롭히려는 게 아니에요. 음식을 나눠 먹고 싶었어요." 

▲  사람들과 단절된 채 생활하고 있는 쌍둥이 자매.
ⓒ SBS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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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자신들을 향한 호의도 자매는 날카롭게 받아쳤다. 며칠 뒤 제작진은 한 살 터울 동생(민복기 씨)과 함께 다시 자매를 찾았다. 26년 동안 떨어져 산 오누이. 그러나 누나들은 한국에서 온 동생을 쳐다도 보지 않는다. 당황한 동생은 꿈에서만 보던 누나들이 앞에 있지만 아무 말도 못한 채 한국에서 가져온 아버지 사진을 건넬 뿐이다. 사진을 보면 옛 기억을 떠오르지 않을까. 하지만 누나는 사진을 보기는 커녕 갈기갈기 찢어 버린다.

피붙이도 소용없었다. 모든 것을 지나치게 경계하고 배척하는 쌍둥이 자매. 입양된 이후 26년간 어떤 일이 있었기에 자매들은 이토록 폐쇄적으로 변한 것일까. 제작진은 '입양된 가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한 뒤 노숙 생활을 하기 전 자매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추적하기 시작했다.

스무 살 때 양부모에게서 벗어난 자매는 2003년까지 네바다주에서 거주하다 2004년, 집세를 감당하지 못해 강제침입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다. 이후 노숙자 보호소에서 생활하다가 2010년 매릴랜드주를 거쳐 워싱턴에서 노숙자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노숙자 신분이지만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편지 한 통이 그들을 바꿔 놓았다. 버림 받은 것이 아니라 납치를 당해 미국으로 건너온 것이라 믿고 살던 자매에게 한국 아버지의 '가난해서 입양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고백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아버지가 우리를 버렸다'. 26년간 버텨왔던 믿음이 깨져버린 자매는 그렇게 무너져내렸다.

▲  한국에서 남동생이 찾아왔으나 자매는 반응이 없다.
ⓒ SBS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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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자매에게 제작진이 손을 내밀었다. 일주일이 지났다. 취재 마지막 날에도 자매는 입을 열지 않았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입양 이후 자매의 삶을 전하지 못했다. 주변 인물을 통해 전해 듣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한인타운에서 자매를 만난 적 있다는 청년, 며칠간 자매를 돌봐준 한인 이웃, 슈퍼마켓 주인, 그리고 주변의 노숙자들. 자매와 지속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 인물들에게서 자매의 속사정을 전해듣기는 어려웠다.

'자매들이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자매의 양부모가 어린 아이를 좋아하는 소아성애자인 것 같다'는 워싱턴 한인교회 목사의 말을 통해 자매의 과거를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었다.

이번 <SBS 스페셜>은 제목 그대로 '워싱턴 거리에는 쌍둥이 자매가 있다'를 지켜봤을 뿐, 이후 이들이 한국에 돌아올 것인지, 미국에서 자리를 잡고 살 수 있는지 등 이들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은 해결해 주지 못했다.

텍스트를 통해 자주 접한 '국외로 입양되는 한국의 아이들 수가 많다'는 사실과 '더 나은 환경에서 자식이 잘 자라주길 바라며 입양을 보낸 부모의 바람과 달리 실패한 케이스도 많다'는 적나라한 현실을 두 눈으로 확인했을 뿐이다.

이번 방송은 '입양'하면 늘 따라오던 문제점을 다시 확인하는데 그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방송은 끝났지만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다. 이대로 끝내도 될까.

by heyuna 2012. 9. 25. 14:16

독도 못 간 죄? 집념으로 만든 '무도스타일'
[TV리뷰] MBC <무한도전> ‘약속한 대로, 두 번째 이야기’
12.09.16 11:00ㅣ최종 업데이트 12.09.16 11:00ㅣ정혜정(heyuna)
태그무한도전강남스타일 

시작은 이게 아니었다. 지난 8월 18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말하는 대로'에서 결정된 정형돈의 대국민 약속은 '노홍철, 데프콘과 함께 유재석과 하하가 원할 때, 원하는 분장을 하고 중국 만리장성에서 제일 좋아하는 자장면을 먹는다'였다. 만리장성까지 가서 자장면만 먹고 온다면 조금은 밋밋했을 것이다. 멤버들은 깨알 같은 요소들을 만들기 위해 제작회의에 들어갔다. '어떤 분장을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던 차, 유재석이 요즘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가수 싸이(Psy)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패러디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  무한도전 멤버들이 회의 중,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 한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 MBC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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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벌칙자 정준하는 '8월 안에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에서 애봉이 가발을 쓰고 비키니를 입은 채 귀엽고 청순하게 뛰면서 울면서 섹시하게 열무국수와 콩국수를 대접한다'는 미션을 받았으나 멤버들의 합의 하에 독도에서 '독도스타일'을 찍는 것으로 변경했다. 제작회의에서 멤버들은 독도팀(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길)과 북경팀(하하, 노홍철, 정형돈, 데프콘)으로 나뉘어 '무도스타일'과 '북경스타일' 뮤직비디오 제작 대결을 펼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좌절된 독도행… 서울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다

'약속한 대로 1편' 촬영 당일 순조롭게 중국에 도착한 북경팀에 비해 독도팀은 태풍 볼라벤의 습격으로 서울에 발이 묶였다. 이동하기 힘들어진 독도팀은 '대국민사과' 뒤,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서울 시내에서 '무도스타일'을 찍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국내(독도)팀은 주말 저녁, 깜짝 놀랄만한 분장을 한 채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가 오는 추운 날씨에도 서로의 얼굴에 냉수를 뿌려가며 웃음을 유발했다. 멤버들의 우스꽝스러운 분장에 쉴새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이렇게까지 웃겨 주는 멤버들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진 깨알 같은 웃음포인트가 한 회를 채웠다.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만족도는 시청률로 나타났다. 9월 8일 방송된 <무한도전> '약속한 대로 1편' 시청률은 전주보다 1.6% 상승한 14.4%(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했다.

▲  국내팀의 '무도스타일'과 북경팀의 '북경스타일'
ⓒ MBC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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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5일, '강남스타일' 패러디 결과물이 포함된 '약속한 대로 두 번째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도 멤버들은 각 팀장의 리드 아래 일사불란하게 촬영에 임했다. 77분간 방송된 '약속한 대로 2편'은 촬영 장소도, 출연진도, 멤버들의 분장도 상상 이상이었다. MBC 사내 복도와 대기실, 음악중심 녹화장, 실내목욕탕과 주차장, 애비로드(Abbey Road)를 표현하기 위한 서울의 한 횡단보도 등에서 촬영한 국내팀과 경극 식당, 첸문 거리, 천안문, 놀이공원, 만리장성의 모습을 화면에 담은 북경팀의 화면이 교차편집 돼 방송됐다.

다큐, 경극, 영화, 콩트 포함한 종합선물세트

다양한 것은 장소뿐 만이 아니었다. 중국에서의 정형돈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북경 정씨의 그날'과 경극 분장을 한 채 '패왕별희'를 패러디 한 하하와 노홍철, 물개부터 시작해 문어, 거북이, 멍게 등 다양한 해산물 분장을 보여준 길 등 촬영 이틀 동안 멤버들은 '뽑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뽑아내는 심정으로 촬영에 임한 듯 했다.

깜짝 출연진도 많았다. 촬영 중인 멤버들에게 인사하러 왔다가 무대에 오른 아이돌 그룹 빅스(VIXX), 화장실 가다 들른 방송인 사유리, 오디오‧조명 감독 이하 무도 스텝들. 거기다 캐나다에서 온 관광객을 만리장성에서 현장 섭외 하기도 했다. 누구든지, 어디서든지 간에 '그림이 된다' 싶으면 카메라 안으로 끌어들였다.

용왕님은 긴가민가했지만 시청자는 만족

국내팀은 실내목욕탕에서 물 따귀를 맞기도 했으며, 북경팀은 홍콩 영화의 주인공인양 무술을  흉내낸 뒤에야 만두 하나를 먹을 수 있었다. 웃음을 위해 고통은 감수하고 배고픔 쯤은 인내해야 했다. 그렇게 뮤직비디오 한 편이 만들어졌다. 오늘 촬영이 어땠냐는 질문에 박명수는 "(체념한 듯) 그냥 살려고 하는 것 같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아마 싸이도 이렇게까지 열심히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찍지는 않았을 것 같다.

▲  스텝들도 참여한 '무도스타일'.
ⓒ MBC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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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멤버들은 독도에 가지 못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울에서 최선의 노력으로 녹화에 임했다. 촬영 둘째 날 자정에 다시 시작된 추가 촬영, 국내팀 멤버들과 스텝들의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했지만 '용왕님'(유재석)의 진두지휘 아래 큰형님과 경찰로 변신해 또 하나의 씬을 만들어 냈다.

북경팀 또한 짧은 출장 기간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퉁퉁 부은 눈으로 촬영을 이어가야 했다. '뮤직비디오를 완성하기 위한 집념의 몸부림'을 보는 77분 내내,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멤버들과 스텝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나저나 '강남스타일'은 <무한도전>에서만 수십 번은 들은 것 같은데, 질리기는커녕 들을 때 마다 더 흥겨운 걸 보면, 왜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가 1억 8000만을 향해 달려가는지, 아이튠즈 음원 차트(Top Songs Chart)에서 어떻게 1위를 차지했는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톰 크루즈가 왜 싸이와 인증샷을 찍고 트위터 팔로잉을 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by heyuna 2012. 9. 16. 20:30

'구긍정' 구자철의 특별한 <그날>은?
[TV리뷰] MBC <시추에이션 휴먼다큐 그날> '구자철, 독일로 돌아간 그날' 편
12.09.15 17:25ㅣ최종 업데이트 12.09.15 17:25ㅣ정혜정(heyuna)
태그구자철그 날 

주중에 일하랴, 공부하랴 피로가 쌓인 현대인들이 단잠에 푹 빠져있을 토요일 아침 8시 45분, MBC에서 방송하는 <시추에이션 휴먼다큐 그날>(이하 <그날>)은 보통 사람 또는 유명인들의 삶에 결정적인 순간이 된 '그 날'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  2012년 2월 FC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된 구자철 선수.
ⓒ MBC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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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2010년 11월 첫 방송 이후, 외딴 섬 가의도에 위치한 할머니들의 공부방 이야기(가의도 한글학교, 반장 선거하는 날: 2012.4.7 방송)부터 '2012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대회를 준비하는 모습을 담은 '배드민턴 국가대표 이용대, 정재성의 그날(2012.1.14 방송)'까지 다양한 주인공과 소재를 소개해왔다.

지루한 일상이지만 누구에게나 특별한 날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날>은 특별한 하루를 기점으로 '그 날'을 대하는 인물의 태도에 주목해왔다. 하지만 15일 방송된 '구자철, 독일로 돌아간 그날'은 특별한 그 날을 준비하는 모습이 아닌, 그 날 이후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전과는 다른 기획을 보여주었다.

축구 국가대표 구자철의 '그 날'은 그 자신뿐 아니라 18명의 동료, 그리고 5천만 국민들 가슴 속에도 남아있을 2012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 결정전이 열린 날(8.11)이다. 이날 구자철은 박주영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전 쐐기골을 성공 시켰을 뿐 아니라 거칠지만 칼 같은 태클로 번번히 상대팀의 흐름을 끊기도 한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한국 축구 사상 첫 메달을 따고 다시 FC 아우크스부르크로 복귀한 구자철을 <그날>팀이 만났다.

▲  구자철 선수의 트위터. 멘션으로 <그날>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다.
ⓒ 구자철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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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독일로 돌아간 구자철은 경기뿐 아니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소소한 일상과 사진들을 공개해가며 국내 팬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동안 기사를 통해 전해 듣던 구자철 경기 소식, 트위터 등 SNS에 올라온 사진으로 보던 구자철의 일상을 <그날> 제작팀은 영상으로 보여줬다. <그날>팀이 독일에서 만난 구자철은 지난 1일 FC 샬케 04와의 경기에서 오른쪽 발목 인대 부상을 당한 뒤 재활 치료에 전념하고 있었다. 리그에서의 꾸준한 활약과 런던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이끈 리더십으로 주가가 상승 중인 구자철에게 예상치 못한 부상이 닥친 것이다.

수술을 권하는 의사의 조언을 뒤로하고 구자철은 재활을 택했다. 수술을 하게 되면 완치까지 3개월간 경기 결장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인대가 끊어진 채 재활 치료를 할 경우 6주 뒤 필드로 복귀할 수 있는 상황. 구단은 선수보호 차원에서 구자철에게 수술을 권했지만, 완치보다는 하루빨리 팀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지난 2월 FC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된 뒤 2011-12시즌 15경기 동안 5골을 넣어, 강등권에 놓였던 팀을 1부 리그에 잔류시킨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임대신화 'KOO'로 불리며 팬들과 구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일단 팀한테 가장 미안하죠. 제가 1년 임대고 팀이 저를 이용하고 쓰기 위해서 투자한 금액을 제가 알고 있기 때문에, 그 투자한 금액만큼 활약을 펼쳐줘야 하는 시기인데 제가 지금 만약에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한 달 이상 경기를 나갈 수 없다고 하니까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리고, 당장 국가대표팀 월드컵 예선도 있는데 여러 가지로 마음에 걸리는 건 사실 있죠."

▲  구자철이 부상을 이겨내고 그라운드로 복귀하겠다는 다짐을 전하고 있다.
ⓒ MBC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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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과의 2014 FIFA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를 열흘 앞두고 당한 부상이었지만 '구긍정'이라는 평소 별명답게 그는 씩씩하게 상황을 이겨내고 있었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지금 부상을 입은 것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대표팀에 못 가는 것도 이유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저는 항상 그 이유를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는데요. 제가 지금 올림픽이 끝나고 굉장히 피곤한 상태에서 대표팀에 가서 대표팀에 부담을 주는 것 보다는, 대표팀도 그렇고 저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부상으로 인해서 못 가게 된 게 오히려 양쪽 모두한테 어떻게 보면 더 잘 된 일이라고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빨리 다시 회복을 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2011년 2월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이후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시즌의 반을 흘려보냈다. 언어도 통하지 않았고 독일의 모든 것이 낯설고 싫었다. 그라운드가 아닌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늘어만 갔다. 당시 구자철은 '한국에 가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얘기 했지만 그 속마음은 달랐다. '두고 봐라. 적응해서 이 곳에서 내가 원하는 축구를 하겠다'. 이후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된 구자철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독일 진출 뒤 마음먹은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아 힘들었지만 그 시기를 지혜롭게 이겨냈듯이 그는 이번 부상 또한 긍정적인 사고와 철저한 자기 관리로 하루 빨리 털어낼 생각이다.

"현재 또 부상 중인데, 이 시간을 지혜롭게 보내고 치료 잘 받아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경기장 안에서 찾아 뵙겠습니다."

그라운드에서 그를 다시 볼 '그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by heyuna 2012. 9. 15. 17:46

김연아가 꼽은 1등 후배 김해진(15, 과천중)과 남자 김연아로 불리는 김진서(16, 오륜중)가 11일 인천공항을 통해 동반 출국했다. 지난 4일부터 양일간 서울시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2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파견선수 선발전'에 출전해 각각 여자부 2위와 남자부 1위를 차지한 뒤 얻은 출전권으로 그랑프리 무대를 밟기 위해서다.

▲  김해진 선수와 김진서 선수가 "파이팅!"을 외치며 대회를 앞두고 의지를 다졌다.
ⓒ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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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에 두 차례 출전 기회를 얻은 김해진과 김진서는 첫 대회로 그랑프리 3차 오스트리아 대회에 나서게 됐다. 13일(현지시간)부터 15일까지 열리는 'ISU 주니어 그랑프리 3차 오스트리아 대회'에서 김진서는 13일 쇼트 프로그램, 15일 롱 프로그램 경기에 출전하며 김해진은 14일에 쇼트 프로그램, 15일 롱 프로그램 경기에 나서게 된다. 11일 오전, 출국을 앞두고 있는 두 선수를 인천공항에서 만났다.

지난 1월 열린 전국남녀종합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운동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국가대표가 된 피겨 신동 김진서는 앞서 열린 선발전에서 총점 189.12점으로 국내 신기록을 경신했다. 승승장구 하고 있는 김진서에게 이번 대회 목표를 묻자 "10위권 안에 들고 싶어요"라는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옆에 있던 매니저는 답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함께 인터뷰에 응했던 김해진은 "당연히 들지, 웃겨"라고 말했다. 주위의 반응에 김진서는 "높게 잡는다면 포디움 안에 들고 싶은데… 그래도 5등 안에는 꼭 들고 싶어요"라고 목표치를 조정했다.

▲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진서 선수.
ⓒ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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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김진서가 "3위권으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주위 사람들은 그제야 웃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김해진은 "등수를 정해놓고 시합에 임하지 않는다"며 "등수를 정해놓으면 그 등수에 연연하게 되기 때문에, 연습한 만큼 잘 하고 오는 것이 이번 대회 출전 목표"라고 말했다. 2011 그랑프리 시리즈 2차 호주 대회에서 5위, 4차 루마니아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바 있는 김해진은 "이번 시즌 첫 대회인 만큼 긴장되고 설레기도 하지만 할 수 있는 모습을 다 보여주고 돌아오고 싶다"며 출전 소감을 덧붙였다.

진작에 국제무대를 밟은 김해진에 비해 김진서는 이번이 첫 국제대회다. 김진서는 "첫 데뷔무대니까 가서 실수하더라도 끝까지 열심히 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준형이와 민석이 형을 포함해 한국 남자 선수들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김해진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작년과 다른 새로운 모습을 해외 피겨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에) 연아 언니와 민정 언니의 후배로 저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충분히 알고 있지 않을까'라는 반문에 김해진은 "그랬으면 좋겠어요"라고 웃어 보였다.

▲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해진 선수.
ⓒ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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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역 복귀를 선언한 김연아(23, 고려대)와 태릉선수촌에서 함께 훈련하고 있는 두 선수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데 선배 김연아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제가 흥분을 잘 하거든요. 연아 누나가 아이스 쇼와 대회는 다르니까, 대회에 나가서는 제발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연습했던 만큼만 보여주고 오라고 얘기해줬어요."

김해진에게는 기술적인 조언이 추가됐다.

"연아 언니가 긴장해서 몸이 잘 안 따라줄 수 있지만 스피드 내서 점프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스피드를 내면 점프가 더 잘 된다고요. 언니가 길게 조언하는 편은 아니지만 언니랑 같이 태릉에서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저희는 '점프, 점프' 하면서 점프에만 신경 쓰는 편이었는데 언니가 연습하는 것을 보고 스포츠보다는 예술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이후에 나도 저렇게 되기 위해서 표현력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출국 시간이 가까워졌다. 서로에게 전하는 한 마디를 끝으로 인터뷰는 마무리 됐다.

"해진이는 저의 선배님이잖아요. 몇 년 선배야, 대선배님이잖아요. (웃음) 해진이는 배울 점이 많은 선수거든요. 다음 대회 때 해진이랑 함께 못 가더라도 이번에 해진이가 하는 것들 보면서 많이 배워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진서)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어. 선배님이라고 불러. (웃음) 진서는 워낙 긍정적이니까 같이 갈 때 많은 힘이 될 것 같아요." (김해진)

▲  출국을 앞둔 김해진, 김진서 선수 표정이 밝다.
ⓒ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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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여서인지 대회를 앞두고 있지만 둘의 얼굴에는 긴장감보다는 웃음이 가득했다. 겸손하게 얘기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고 돌아오겠다는 의지도 엿보였다. "파이팅!"을 외치며 사진 촬영까지 마친 김해진과 김진서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국장을 나섰다.

by heyuna 2012. 9. 12. 19:22

2012 런던올림픽의 펜싱 여자 개인 에페 준결승전에서 '이해할 수 없이 길었던 1초' 때문에 패한 신아람 선수. 경기장에 주저앉아 서럽게 우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런던의 눈물'로 불렸던 그가 지난 24일 스포츠문화연구소(소장 이대택) 주최로 서울 노고산동 소통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  '1초 오심'을 딛고 여자 단체 에페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신아람 선수가 스포츠문화연구소가 주최한 토크콘서트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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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람, 런던의 눈물 그 이후'를 주제로 한 이날 콘서트에서 신아람(26, 계룡시청)은 "귀국 후 끊이지 않는 방송과 인터뷰가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쉴 시간이 없어 이제는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문을 열어 사회자인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를 잠깐 긴장시켰다. 그러나 자신의 팬 카페 회원 등 40여 명의 관객들에게 그는 "격려해 주신 분들 덕에 '1초 오심' 때 받은 상처가 치유됐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반면 오심의 당사자인 차르 심판에 대한 응어리는 풀어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차르 심판, 앞으로 내 시합에 안 들어 왔으면"

"상대인 하이데만 선수에게는 '당신은 최선을 다했으니 나쁜 감정이 없고, 이전처럼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차르 심판에 대한 앙금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 같아요. 먼저 아는 척 하고 싶지 않고, 앞으로 제 시합에는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콘서트에 함께한 펜싱대표팀의 심재성 코치, 제갈성렬 전 SBS해설위원, 장달영 변호사도 각자의 입장에서 '1초 오심'에 대한 유감을 밝혔다.

장 변호사는 "심판도 사람이라 실수할 수 있지만 그 실수를 바로 잡지 못해 스포츠의 공정성에 부합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선수 출신인 제갈 위원은 "올림픽이 끝났다고 좋게 마무리 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진상규명을 하고 문제점을 보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왼쪽부터) 장달영 변호사, 제갈성렬 전 SBS 해설위원, 심재성 코치, 신아람 선수, 최동호 스포츠평론가.
ⓒ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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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코치는 '코치의 항의 때문에 졌다'는 비판을 들었을 때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등이 '펜서(펜싱 선수)만 할 수 있는 항의(어필)를 코치가 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장 변호사는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개정된 국제펜싱연맹 규칙을 꼼꼼히 봤는데, 신 코치가 비난받아야 할 점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국제펜싱연맹 규칙을 보면 개인전 경기에서 선수가 항의할 수 있다고 되어있지만, 감독이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는 것이다. 심 코치의 어필로 신 선수가 패널티를 받은 것이 아니라 어필이 있었기 때문에 1시간에 가까운 조정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국제대회에만 나가면 피해자가 되는 한국?

이번 올림픽에서는 유난히 우리 선수들에 대한 오심 논란이 많았다. 예상치 못한 실격 처리로 컨디션 조절에 차질을 빚었던 수영의 박태환, 8강전에서 판정번복으로 준결승 진출이 좌절된 유도의 조준호, 주최국인 영국과의 8강전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패널티킥을 두 번이나 내 준 축구팀이 대표적인 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은 왜 억울한 피해자가 되는 일이 많을까. 그러나 제갈 위원은 "우리나라만 당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피해를 준 적이 있습니다. 쇼트트랙의 경우 우리가 10번 피해를 받았다면 30번은 피해를 줬을 정도로요. 우리만 이러는 게 아니니까 피해의식에 빠져있지 말고 오심 이후 대처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수가 만족할 수 있는 대처법을 찾아야겠지요."

심 코치도 "심판의 오심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니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오심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외국어 실력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람은 "나와 경기했던 유럽 선수가 심판이랑 웃으며 인사하는 걸 봤을 때 '아 나도 심판과 친하게 지내야겠구나' 생각한 적이 있다"며 다소 무거워진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어갔다.

"이용대 선수와 말 놓기로 했어요"

콘서트에서 신아람은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매력적인 선수를 묻는 질문에 신아람은 "반듯한 이미지가 좋다"며 배드민턴 이용대를 꼽았다. 식당에서 이 선수를 만났는데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었다는 신아람은 "서로 말을 놓기로 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펜싱대표팀 심재성 코치(왼쪽)와 신아람 선수가 관객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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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때 펜싱을 시작한 신아람은 7년간 구슬땀을 흘린 끝에 국가대표가 됐다. 오전 5시 40분에 일어나 오후 9시까지 이어지는 고된 훈련에도 큰 부상이나 사고 없이 무난하게 선수생활을 했는데, 이번 올림픽에서 오심 파문으로 큰 시련을 겪은 셈이다.

"앞으론 오심이 줄어서, 선수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다시 올림픽 이전처럼 열심히 훈련해서 실력으로 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100분간의 토크콘서트는 신아람 선수와 관객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by heyuna 2012. 8. 27. 21:32

지난 달 2일 현역 복귀와 함께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을 선언한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 선수(22•고려대)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새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김연아 매니지먼트사 ㈜올댓스포츠(대표 박미희)는 김연아의 새 시즌 쇼트 프로그램으로 'Kiss of the Vampire(뱀파이어의 키스)', 프리 프로그램으로 '레 미제라블(Le Miserable)'를 선택했고, 두 프로그램 모두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David Wilson)의 작품이라고 밝혔다. 새 시즌 김연아의 쇼트, 프리 프로그램은 모두 영화와 뮤지컬에 삽입된 곡으로 오케스트라 연주에 감동적인 선율을 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쇼트는 매혹적으로, 프리는 감성적인 연기로 돌아온다

'뱀파이어의 키스'는 1963년 영국 돈 샤프(Don Sharp) 감독이 만든 호러 무비(Horror Movie)의 타이틀곡으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연주곡이다. 김연아는 '뱀파이어의 키스'를 통해 2008-2009 시즌 쇼트 프로그램 '죽음의 무도(Danse Macabre)'와 2009-2010 시즌 쇼트 프로그램 '007 메들리(James Bond Medley)'에 이어 또 하나의 강렬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연아는 "그 동안 여러 장르와 여러 캐릭터를 시도해 보았고 이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다"며 "더욱 색다르고 신선한 것이 있을까 고민하던 중 데이비드 윌슨이 제안한 뱀파이어라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어 결정하게 되었다"며 '뱀파이어의 키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데이비드 윌슨은 "뱀파이어라는 소재와 아름답고 매혹적인 음악이 김연아와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 감각적이고 신비로우며 또한 위험한 느낌을 담고 있는 캐릭터를 김연아가 표현하게 될 것" 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  김연아 선수가 아이스 쇼에서 갈라프로그램을 연기하고 있다.
ⓒ 올댓스포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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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가 프리 프로그램으로 선곡한 '레 미제라블'은 클로드 미셸 숀버그(Claude Michel Schonberg)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의 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김연아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 가운데 열정적이고 감성적인 부분들을 선택해 프리 프로그램곡으로 편집했다.

데이비드 윌슨은 "'레 미제라블'에 사용된 음악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다채로운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매우 아름답다. 이번 프리 프로그램에는 많은 감정이 담겨 있다. 섬세하고 연약하며, 열정적이면서 또한 극적인 대목에서 파워풀한 느낌을 주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7-2008 시즌 미군 병사와 베트남 여인의 사랑을 그린 영국의 뮤지컬 '미스사이공'을 연기한 경험이 있는 김연아에게 '레 미제라블'은 또 한번의 웅장하면서 감동적인 연기를 기대케 하는 프로그램이다. 김연아 또한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오랜만에 대회에 출전해 많은 분들께 모습을 보이게 됐는데, 가슴 속에 오래 남을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영화나 뮤지컬에서 사용된 음악을 중심으로 선택하고 싶어 찾고 있다가 '레 미제라블'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운 프로그램입니다."


by heyuna 2012. 8. 20. 15:00

지난 달 2일 현역 복귀와 함께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을 선언한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 선수(22•고려대)가 호스트인 '삼성 갤럭시SⅢ★스마트에어컨Q 올댓스케이트 서머 2012'를 일주일 앞두고, 김연아 소속사 ㈜올댓스포츠(대표 박미희)가 아이스 쇼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한달 전 공개한 김연아의 '록산느의 탱고'를 비롯해 알렉세이 야구딘(32•러시아), 패트릭 챈(23•캐나다), 스테판 랑비엘(27•스위스), 브라이언 쥬베르(28•프랑스)와 여자 싱글 스케이터 조애니 로셰트(26•캐나다), 키이라 코르피(24•핀란드), 라우라 레피스토(24•핀란드)등의 새 갈라 프로그램이 추가로 공개됐다. '얼음 나라로의 여행(To the Ice World)'이라는 공연 주제에 맞게 이번 아이스 쇼에는 탱고(Tango), 록(Rock), 팝(Pop)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갈라 프로그램으로 선곡됐다.

▲  아이스 쇼에서 시니어 데뷔 쇼트프로그램 '록산느의 탱고'를 재해석해 연기할 예정인 김연아 선수.
ⓒ 유투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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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자신의 시니어 데뷔 쇼트 프로그램인 '록산느의 탱고(El Tango de Roxanne)'를 다시 꺼내 들었다. '록산느의 탱고'는 2006~2007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김연아가 2007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선보여 71.95점이라는 세계신기록을 세운 작품으로, 피겨 여왕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프로그램이다. 김연아는 새 갈라 프로그램으로 '록산느의 탱고'를 선택한 것에 남다른 각오가 있음을 밝혔다.

"'록산느의 탱고'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치 올림픽 도전을 선언하면서, 새로운 각오와 목표를 가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첫 시니어 데뷔 프로그램 '록산느의 탱고'를 선택했습니다. 제가 또 다른 출발을 시작한 상황에서 팬 여러분들이 공연을 보시고 많이 격려해 주시고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록산느의 탱고'는 이번 공연의 클라이 막스를 장식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1부 공연에서 김연아는 지난 5월 아이스 쇼에서 공개한 마이클 부블레의 '올 오브 미(All of me)'를 다시 한 번 선보일 계획이다. 찌질하지만 귀여운 보스인 '남장 연아'를 야구딘, 챈, 랑비엘, 쥬베르 등 미남 스케이터가 호위한다는 소식에 팬들의 기대가 높다.

러시아 피겨황제 야구딘도 탱고를 선택했다. 야구딘은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의 'Liber Tango'에 맞춰 변함없는 스케이팅 실력을 선보이고, 2부에서는 엉클(Unkle)의 'Burn My Shadow'를 통해 또 다른 매력을 전할 예정이다.

2012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우승자 챈은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의 작품 '매니쉬 보이(Mannish Boy)'를 올댓스케이트 스프링 2012에 이어 다시 한 번 연기할 예정이다. 당시 챈은 귀여운 외모 뒤에 숨겨온 남성미를 아낌없이 드러내 큰 박수를 받은 바 있다. 챈은 공연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늘 좋은 반응을 보여주는 한국 팬들 앞에서 '매니쉬 보이'를 연기할 수 있어 기뻤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  이번 아이스 쇼를 찾은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테판 랑비엘, 브라이언 쥬베르, 패트릭 챈, 알렉세이 야구딘 선수.
ⓒ 올댓스포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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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쇼 단골 손님' 랑비엘은 이번 아이스 쇼에서 두 개의 프로그램을 초연한다. 1부에서는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의 바이올린 협주곡 D 장조(D Major)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2부에서는 니나 시몬(Nina Simone)의 'Summertime',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Alejandro', 루퍼스 웨인라이트(Rufus Wainwright)의 'Puttin on the Ritz' 등 재즈(Jazz), 유로 팝(Euro-pop), 뉴 웨이브(New wave)의 대표 곡을 리믹스해 강렬한 무대를 선보일 작정이다.

2010 올댓스케이트 서머, 2011 올댓스케이트 스프링 등 매년 한 차례씩 올댓스케이트 아이스 쇼를 찾는 쥬베르는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에 삽입된 'L'assasymphonie (Florent Mothe)'와 영화 '글래디에이터(Gladiator)'OST를 갈라 프로그램으로 선택했다. 쥬베르는 이번 아이스 쇼에서 고뇌하는 영웅의 다양한 모습을 한편의 뮤지컬처럼 연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들고 한국을 찾는다. '훈녀 스케이터' 코르피는 아실 클로드 드뷔시 (Achille Claude Debussy)의 'The Girl with the Flaxen Hair'와 케이티 페리(Katy Perry)의 'Wide Awake'를 통해 애절하고 강한 여성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고, 처음으로 한국을 무대에 서는 레피스토는 아델(Adele)의 'Rolling in the Deep'과 엘리사(Elisa)의 'Dancing'을 통해 한국 팬들에게 인사할 예정이다. 2010 밴쿠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로셰트는 1부에서는 달콤한 재즈풍의 프랑스 드 아무르(France d'Amour)의 'For me Formidable'를, 2부에서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Christina Aguilera)의 'Show me How You Burlesque'로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펼칠 계획이다.

▲  1년 전 열린 <삼성갤럭시★하우젠 올댓스케이트 섬머2011> 아이스 쇼에 참석한 출연 선수진.
ⓒ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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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이스 쇼에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무대뿐 아니라 특별 무대도 함께 준비 되어 있다. 지난해 SBS <김연아의 키스 & 크라이>에 출연해 준우승을 차지한 김병만이 피겨 코치 양태화와 함께 깜짝 무대를 선보이다. 이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타잔(Tarzan)OST와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리믹스한 '타잔 스타일'을 선보여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또한 K팝스타 박지민과 이하이는 리한나(Rihanna)의 'We found love'를 듀엣으로 공연해 아이스 쇼의 커튼콜(curtain-call) 무대를 장식할 계획이다.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특설 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삼성 갤럭시SⅢ★스마트에어컨Q 올댓스케이트 서머 2012'는 8월 24일을 시작으로 사흘간 3차례 공연을 펼친다.

by heyuna 2012. 8. 17. 21:58

▲  개그맨 김준현(왼쪽)과 김원효가 선수단 앞에서 진행을 하고 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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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인 우리 선수단이 돌아왔다.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 순위 5위를 기록한 선수단은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10개, 종합순위 10위'를 훌쩍 초과 달성하면서 찜통더위에 시달리던 국민들에게 시원하고 짜릿한 기쁨을 안겨주었다.

우리에게 만만한 '메달밭'이 아니었던 펜싱, 체조, 축구, 복싱 등에서 깜짝 메달이 쏟아졌고 펜싱 남자 단체 사브르에서는 한국의 올림픽 사상 100번째 금메달이 나왔다. 수영 박태환의 실격 번복, 유도 조준호의 판정 번복, 펜싱 신아람의 '멈추지 않은 1초' 등 오심 사건들이 국민들을 분노케 했고 여자 배드민턴의 '져주기'가 오점으로 기록됐지만 역도 장미란의 '바벨 키스'와 레슬링 김현우의 '멍든 눈'은 깊은 감동을 남겼다.

선수들 귀국길 막은 대한체육회

▲  (왼쪽부터) 조준호, 김재범, 송대남 선수가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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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림픽을 대국민 홍보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대한체육회의 무리수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귀국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1500m 자유형 결승을 끝으로 지난 5일 모든 경기를 마친 박태환은 7일 오후 런던에서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으나 '메달리스트들은 13일 폐막식이 끝날 때까지 남아달라'는 대한체육회의 요청에 귀국 날짜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가족들이 보고 싶고, 도망을 쳐서라도 돌아가고 싶다'던 박태환은 결국 지난 11일 인천공항에 내렸다.

박태환에 이어 체조 양학선, 복싱 신종훈, 펜싱과 축구대표팀 등이 줄줄이 귀국함으로써 대한체육회의 요청은 무색하게 됐지만 14일 선수단 본진의 귀국에 맞춰 마련된 행사들이 피곤한 선수들에게 끝까지 부담을 주었다. 선수단 본진은 미리 귀국한 선수들과 함께 이날 인천공항에서 해단식과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어 올림픽 특집방송 출연을 위해 서울 여의도로 이동했다.

오후 8시 5분, 여의도 공원에서 '2012 런던올림픽 선수단 환영 국민 대축제'가 열렸다. 17일 동안 땀과 눈물을 쏟고 돌아온 선수단을 위로하고 환영한다는 의미의 행사였지만 선수들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다. 카메라에 잡힌 선수들은 공연을 즐기기보다 스마트폰을 더 자주 들여다보는 모습이었다.

"집에 가고 싶어요" 메달리스트들의 호소

▲  태권도 금메달 2연패를 달성한 황경선 선수가 인터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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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로 나선 이지애, 조우종, 전현무 아나운서 등은 유도의 김재범, 조준호, 송대남, 레슬링의 김현우, 태권도의 황경선, 이대훈, 체조 양학선 등을 무대 위로 불러 인터뷰했다. "올림픽이 끝났는데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김현우는 "빨리 집에 가서 엄마가 끓여주시는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고 답했다. 황경선도 "귀국한 뒤 아직 엄마를 보지 못했는데 빨리 집에 가서 안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4년간 가족들의 품 대신 태릉선수촌에서 땀을 쏟아야 했던 선수들인데, 올림픽이 끝나도 '공식 행사'에 붙잡혀 가족 상봉을 미뤄야 하는 처지가 안타깝게 비쳐졌다. 

이날 '국민 대축제'가 진행되는 내내 비가 내렸다. 진행자들이 우산을 써야 할 만큼 빗줄기가 쏟아졌다. 야외에 설치된 특설 무대는 미끄러웠다. 그 무대에서 양학선은 셔플 댄스를 췄고, 김재범, 조준호, 송대남은 '춤 3종 세트'를 선보여야 했다. 전현무 아나운서가 신아람에게 "여기 있는 조우종 아나운서와 저 둘 중에 이상형을 고르신다면? 둘 중 하나 안 고르면 죽어야 돼요"라고 말하는 등 무리한 질문이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진행도 산만했다. 김지연과 신아람이 유재석의 <말하는 대로>를 부른 뒤 진행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도중 나머지 펜싱 선수들이 무대 위로 올라오는 바람에 둘의 인터뷰가 끊어지기도 했다. 기보배와 김법민이 아이유의 <잔소리>를 부르는 동안 가사를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는 선수들의 모습이 계속해서 카메라에 잡혔고, 간주 중 당황한 기보배의 "아 뭐야…" 하는 소리가 그대로 전파를 탔다. 축하 공연 순서에서 이지애 아나운서가 아이돌 그룹 비스트를 소개했는데 무대에는 샤이니가 올라오기도 했다. 

빗속에서 100분간 진행된 '국민대축제'를 편안하게 즐기는 선수들의 모습을 찾기는 힘들었다. 현장에 함께 했던 관객과 TV로 지켜본 시청자들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심신이 지쳐 있을 선수들이 하염없이 비를 맞고 있는 모습에 많은 시청자들은 안타까움을 느꼈을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직후엔 '빗속 도로 퍼레이드' 강행

▲  중부지방에 쏟아진 폭우로 야외무대에 빗물이 고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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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등 관련 단체들의 욕심 때문에 이처럼 선수들이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혹사당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한국대표단은 400m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환과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건 역도 장미란을 앞세워 서울 세종로사거리부터 서울광장 구간에서 도로 퍼레이드를 벌였다. 이날도 비가 내려 퍼레이드에 참가한 선수단은 고생을 했다.

'피곤한 선수들을 데리고 누구 좋으라고 하는 행사냐'며 반대 여론이 거셌지만 정부와 대한체육회는 행사를 강행했고 퍼레이드 후에는 '환영 국민 대축제'에 선수들을 동원했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장미란, 박태환, 이용대, 이승엽, 진종오 등 주요 메달리스트들을 청와대로 초대해 오찬을 함께 했다.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메달리스트와 대통령의 오찬'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직후에도 이어졌다.

시합과 장시간 비행으로 쌓인 피로를 풀지 못한 채, 경기 중 입은 부상도 치료하지 못한 채 준비된 행사에 얼굴을 내밀어야 했던 선수들. 정부와 대한체육회가 진정 이들을 배려한다면 선수들이 가족과 먼저 기쁨을 나누고 부상을 치료하고, 피로를 푼 뒤 진심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조금 느긋하게 행사 일정을 잡아야 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은 종합 순위 5위를 기록했지만, '올림픽 정신과 선수에 대한 존중'을 기준으로 한다면 204개 참가국 중 과연 몇 위나 할 수 있을까.

by heyuna 2012. 8. 16. 16:59

가족들과 집 근처 과천 실내빙상장에서 처음 타본 피겨 스케이팅. 흥미를 느껴 곧장 피겨 강습반에 등록했고 꼬마의 재능을 눈 여겨 본 코치 선생님의 권유 덕분에 김연아는 7살 때 피겨스케이팅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7년 후 중학교 1학년이 된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이후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3위 내에 입상하는 성적을 거두었다. 그리고 스무살이 되던 2010년, 마침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자리에 올랐다. 

▲ 올림픽이 끝난 후 휴가를 떠난 김연아가 캐나다의 호수 토버모리(Tobermory)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올댓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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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 선수생활을 이어온 김연아에게 휴식은 없었다. 경기가 진행되는 시즌 기간에는 각 나라를 돌며 시합을 치르기 바빴고, 비시즌 때는 시즌 준비로 여유를 찾기 힘들었다. 2010 밴쿠버올림픽을 마치고 2010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치른 김연아(22•고려대)가 마침내 첫 휴가를 떠났다. 국가대표 피겨팀의 분위기 메이커 후배 곽민정(19•이화여대)과 함께 떠난 캐나다의 호수 토버모리(Tobermory), 김연아가 처음 떠난 휴가지였다. 

김연아 소속사 ㈜올댓스포츠(대표 박미희)는 바캉스를 주제로 열리는 '삼성 갤럭시SⅢ★스마트에어컨Q 올댓스케이트 서머 2012'를 앞두고 보도자료를 통해 김연아와 세계 피겨 스케이터가 추천하는 휴가지에 대한 서면 인터뷰를 공개했다. 김연아는 토버모리를 잊지 못하는 피서지이자 팬들에게 추천하는 휴양지로 꼽으며 추억을 되살렸다. 

"어렸을 때부터 선수생활을 하면서 휴가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올림픽 시즌 이후에 떠난 토버모리가 첫 휴가지였어요. 바다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멋진 호수에서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장소보다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이 가장 이상적인 바캉스라고 생각하는데요. 더운 여름에 얼음 나라로 여행을 통해 저와 세계적인 스케이터들이 있는 도심 속 바캉스를 함께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김연아와 함께 이번 삼성 갤럭시SⅢ★스마트에어컨Q 올댓스케이트 서머 2012'에 출연하는 해외 스케이터들은 '휴가 때 가고 싶은 한국의 바캉스 장소'로 제주도를 선택했다. 2011 세계선수권대회 월드챔피언 패트릭 챈(23•캐나다), 2006 토리노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스테판 랑비엘(27•스위스), 2007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 브라이언 쥬베르(28•프랑스), 2010 밴쿠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조애니 로셰트(26•캐나다) 등이 "경치가 좋고 해변과 날씨가 환상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항상 가 보고 싶었다"는 비슷한 이유로 제주도를 지목했다. 피겨계 미남 스케이터 4인방 중 3명은 제주도를 선택했지만 나머지 한명인 러시아 피겨 황제 알렉사이 야구딘(32•러시아)은 "사랑스러운 아내와 함께하는 곳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답변했다. 야구딘의 아내인 타티아나 토트미아니나(31•러시아)는 막심 마리닌(35•러시아)과 함께 페어팀으로 이번 아이스 쇼를 찾을 예정이다. 

한편 훈녀 스케이터로 유명한 2012 유럽선수권대회 은메달 리스트 키이라 코르피(24•핀란드)는 "작년 올댓스케이트 섬머 공연 때 서울의 매미 소리가 인상 깊었다"며 "이번 공연을 마치고 매미가 우는 서울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 피겨계의 신사들이 김연아 아이스 쇼를 찾는다. 야구딘, 랑비엘, 챈, 쥬베르, 김연아(위), 장동건, 김민종, 김수로, 이종혁, 김하늘(아래)
ⓒ 올댓스포츠, 정혜정, SBS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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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면 인터뷰에서는 남자 싱글 스케이터가 말하는 '신사의 조건'도 함께 공개됐다. 이번 아이스쇼 캐스팅 발표 당시 야구딘, 챈, 랑비엘, 쥬베르는 SBS <신사의 품격>과 견주어 '피겨계의 신사'로 주목 받은 바 있다. 신사의 조건을 묻는 질문에 야구딘은 "살아있는 동안에 인간으로서 품격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진지한 답변을 내놓았다. 챈은 "정중하고, 사려 깊고, 예의 바른 사람"이 신사라며 "얼음 위에서의 세련된 모습과 열정적인 공연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랑비엘은 "좋은 매너, 완벽한 스타일과 센스, 자신만의 독특함, 그리고 다른 이들과의 차별점을 갖춘 남자"라는 다소 디테일한 조건을 제시했고 쥬베르는 "모든 여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얼음나라로의 여행(To the ice world)을 컨셉으로 꾸며지는 이번 아이스 쇼는 8월 24일부터 사흘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특설 아이스링크에서 열린다. 태릉선수촌에서 아이스 쇼와 시즌 준비를 위해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김연아는 "이번 아이스 쇼, 얼음 나라로 여행 오실 때 모든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가족과 친구와 함께 오셔서 쇼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by heyuna 2012. 8. 15.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