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 대회에 출전하는 싱글 선수는 두 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2분 50초짜리 쇼트프로그램과 4분 10초간 연기를 펼치는 프리프로그램. 하지만 김연아는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늘 3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해왔다. 김연아는 쇼트와 프리뿐 아니라 나머지 하나의 프로그램까지 선보이고 나서야 대회를 마칠 수 있었다. 

김연아와 같은 탑 클래스 선수들이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바로 갈라프로그램. 쇼트와 프리프로그램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대회에서 상위권에 랭크된 선수는 갈라쇼에 출전할 자격을 얻는다.

김연아의 갈라쇼 출석률은 100%. 2004년 출전한 주니어그랑프리부터 지난해 세계선수권까지 27번의 국제대회에 참가한 김연아는 모든 대회에서 3위 내에 입상했고 그때마다 준비해온 갈라프로그램을 선보이곤 했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3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했던 김연아. 어쩌면 김연아의 피겨 인생도 쇼트, 프리 그리고 갈라로 나눠볼 수 있겠다. 내년 2월 대학을 졸업하는 김연아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지금까지 16년째 피겨 선수로 살고 있다. 

▲  2011년 3월 세계선수권 이후 1년 8개월 만에 대회에 출전하는 김연아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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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전한 국제 대회서 금메달 획득, 화려한 시작

김연아 피겨 인생은 오프닝부터 산뜻했다. 2002년 4월,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노비스 부문(당시 13세 이하) 금메달을 차지한 김연아는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2년 뒤 주니어 선수로 참가한 국제빙상연맹(ISU) 주니어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김연아는 쇼트, 프리프로그램을 석권하며 대회 1위에 올랐다. 자신의 14번 째 생일에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 이 날 김연아가 획득한 메달은 한국 피겨 역사상 첫 국제대회 메달이었다. 

이듬해 김연아는 그랑프리시리즈와 파이널 그리고 주니어세계선수권까지 4개의 국제대회에 참가했다.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쇼트 1위, 프리 1위, 합계 1위의 성적을 거둔 김연아는 자신의 피겨 인생 쇼트프로그램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실제 경기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쇼트에서 선전하더라도 마인드 컨트롤에 실패해 프리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찬가지로 주니어에서 활약했더라도 급격한 신체변화 등으로 시니어 무대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는 사례도 빈번하다. 김연아의 경우는 어땠을까?

그의 피겨 인생 2막, 프리프로그램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올림픽, 세계선수권, 그랑프리파이널을 제패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자신이 세운 기록을 다시 경신하는 방법으로 11차례 세계신기록을 달성하는 등 전인미답의 커리어를 갖게 됐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픔도 많았다.

계속되는 부상, 진통제 맞고 대회 출전

2006년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김연아는 200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 '록산느의 탱고'를 연기해 71.95점이라는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챔프의 등장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튿날 열린 프리에서는 재발한 허리 통증 탓에 완벽한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세계선수권 우승을 염원하던 김연아는 동메달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2007~2008 시즌, 박쥐(쇼트)와 미스 사이공(프리)으로 시니어 두 번째 시즌에 나선 김연아는 그랑프리시리즈와 파이널을 모두 1위로 마무리하며 시니어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는 듯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이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는 고관절 부상이었다. 진통제를 맞아 부은 얼굴로 얼음 위에 섰다. 부상투혼을 발휘한 김연아는 종합 순위 3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그랑프리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세계선수권에서 번번이 챔피언 타이틀을 놓친 김연아는 새 시즌을 앞두고 목표를 세웠다. 인연이 없던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거머쥔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올림픽에 전념하겠다는 다짐이었다. 2008~2009 시즌 김연아는 죽음의 무도(쇼트)와 세헤라자데(프리)를 세상에 선보였다. 검은 의상에 스모키 화장, 강렬한 눈빛으로 죽음의 무도를 연기하는 김연아의 스케이팅에 관객들은 박수로, 언론은 찬사로, 심판은 높은 점수로 답했다. 여성 싱글 선수 최초로 총점 200점을 넘긴 김연아는 마침내 세계선수권대회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다음은 올림픽. 부상에서 벗어난 김연아는 2010 밴쿠버올림픽을 위해 컨디션 조절에 몰두했다. 시즌 중 출전한 모든 그랑프리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여가던 김연아는 올림픽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한 차례의 실수도 없었다. 제임스 본드 메들리(쇼트· 78.50점)와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프리· 150.06점)를 연기한 김연아는 총점 228.56점이라는 경이로운 점수를 받아들고 올림픽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선수 생활을 시작한 뒤 밴쿠버올림픽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김연아는 올림픽이 끝났지만 자유의 몸이 되지 못했다. 올림픽이 끝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이렇다 할 동기를 찾지 못한 김연아는 쇼트에서 평소 하지 않던 실수를 범해 7위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전화위복이 된 것일까. 다음날 열린 프리에서 1위를 차지한 김연아는 대회 2위로 올림픽 시즌을 마감했다. 

올림픽 챔피언이 되어 돌아온 김연아에게 언론은 '현역 연장이냐, 은퇴냐'를 물으며 결단을 촉구했다. 미국에서 훈련을 이어간 김연아는 선수 연장에 관한 결정은 잠시 미룬 채 2011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자신을 응원해준 국민을 위해 연기하겠다던 김연아가 준비한 프로그램은 아리랑을 편곡한 오마주 투 코리아(Homage to Korea)였다. 

한국에 대한 경배. 국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김연아의 피겨 인생이 그렇게 마무리 되는 듯했다. 찬 바람이 불던 3월 마지막 인사를 건넨 김연아는 이후 일정을 묻을 때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소치올림픽까지 선수 연장, 피겨 선수로서 새롭게 시작

그러던 지난 7월, 김연아가 태릉선수촌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김연아는 현역 선수로 복귀해 2014 소치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저는 이제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선수가 아닌,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로 새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중략) 저는 소치올림픽에서 현역 은퇴를 하겠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저의 선수 생활 종착역을 밴쿠버올림픽으로 정했지만 저는 이제 그 종착역을 소치올림픽으로 연장시키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려 합니다." 

김연아 피겨 인생의 갈라쇼 개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팬들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얼음 위로 돌아온 김연아의 용기에 찬사를 보냈다. 이후 김연아는 7살 꼬마를 피겨 선수로 이끈 류종현 코치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3년간 자신을 가르쳤던 은사 신혜숙 코치를 새 지도자로 맞이했다.

코치와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김연아가 일주일 뒤 복귀 무대를 갖는다. 국제빙상연맹의 피겨 룰 개정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술 점수(쇼트 28점· 프리 48점)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 시즌을 건너 뛴 김연아는 기준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5일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리는 NRW 트로피대회에 출전한다. 이 대회를 시작으로 김연아는 내년 1월 전국 남녀 종합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뒤 3월 10일부터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리는 2013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  뱀파이어의 키스와 레 미제라블 안무는 데이비드 윌슨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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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세계선수권 이후 1년 8개월 만에 복귀하는 김연아는 NRW 트로피대회에서 이번 시즌 쇼트프로그램인 뱀파이어의 키스(The Kiss of the Vampire)와 프리프로그램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피겨 선수로서 쇼트와 프리 연기를 완벽하게 마친 김연아의 갈라 쇼 첫 번째 프로그램인 셈이다. 

올림픽 챔피언 타이틀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김연아. 선수로서 모든 명예를 얻은 김연아가 다시 출발선에 섰다. 피겨 선수로서 마지막 여정을 떠나는 김연아의 새로운 도전이 일주일 뒤 시작된다. 

by heyuna 2012. 12. 1. 13:11

K리그 우승팀과 FA컵 챔프의 경기인 만큼 팽팽하게 진행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 포항이 전반전에만 네 골을 성공시키며 일찌감치 승부의 추를 기울였다. 주전을 빼고 1.5군 선수들로 스쿼드를 구성한 서울은 베테랑 선수들이 나선 포항의 맞수가 되지 못했다.

29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43라운드 경기에서 FC서울을 홈으로 불러들인 포항 스틸러스는 조찬호의 해트트릭 활약에 힘입어 5-0 완승을 거뒀다.

선제골은 비교적 이른 시간에 터졌다. 전반 11분 왼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골문 앞에 있던 김광석이 왼발로 살짝 밀어 넣었다. 전반 20분 터진 추가골 기회는 황진성이 만들었고 황진성이 완성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비에게 밀려 넘어진 황진성이 페널티킥 찬스를 얻어냈고 골키퍼 김용대를 속여 골을 만들어냈다.

시즌 11호 골을 성공시킨 황진성은 개인 통산 40골-51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통산 열네 번째로 40(골)-40(도움)클럽에 가입한 선수가 됐다. 황진성은 양손 엄지손가락을 접어 숫자 4를 만든 뒤 40-40클럽 가입 자축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전반 26분 포항이 또 한번 서울의 골망을 흔들었다.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박성호가 헤딩으로 조찬호에게 연결했고, 수비를 따돌린 조찬호가 헤딩슛으로 쐐기골을 만들었다.

3분 뒤 조찬호의 연속골이 터졌다. 황진성-박성호-조찬호로 연결되는 환상적인 조합이었다. 역습 찬스, 황진성이 페널티박스로 달려가던 박성호에게 공을 넘겼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린 패스였다.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이 되자 박성호는 다시 조찬호에게 공을 넘겼고, 조찬호가 깔끔하게 마무리해 포항의 네 번째 골을 꽂아 넣었다.

조찬호의 활약은 후반전에도 계속됐다. 후반 17분, 드리블로 공을 점유해온 조찬호가 이명주에게 패스한 뒤 페널티박스 안으로 뛰어 들었다. 이명주로부터 다시 공을 넘겨받은 조찬호가 수비를 무너뜨리고 그대로 슛으로 연결해 득점에 성공했다. 리그 4, 5, 6호 골을 한 경기에서 만들어 낸 조찬호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서울의 마지막 추격 의지까지 꺾었다.

이날 경기 승리로 포항은 7경기 무패(4승 3무)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서울은 21일 제주전 승리로 K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이후 25일 리그 2위 전북을 상대로 승리하는 등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선전했으나 포항전 패배로 주춤하는 모양새가 됐다. 서울은 내달 2일 부산아이파크를 홈으로 불러들여 K리그 우승팀 자존심 회복에 나설 예정이다.

by heyuna 2012. 11. 29. 21:25

서울이 K리그 왕좌를 탈환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매직넘버 '1'을 남기고 제주와 맞붙은 서울은 정조국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2010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K리그 정상에 올랐다.

2위 전북과 승점차 10점을 유지한 서울은 남은 네 경기 중 1경기 이상 승리하면 자력 우승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서울에게 1승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41라운드 경기에서 제주유나이티드를 홈으로 불러들인 FC서울은 전반 36분 정조국의 결승골에 힘입어 1승을 추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우승을 향한 서울의 열망과 제물이 되지 않겠다는 제주의 의지로 인해 경기는 시작부터 팽팽하게 진행됐다. 전반 6분 하대성이 얻어낸 프리킥을 김진규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제주 골키퍼 전태현의 선방에 막혔다. 5분 뒤 제주가 반격에 나섰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자일이 올린 크로스를 산토스가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볼은 김용대 정면을 향했다.

전반 31분 제주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골키퍼와 경합한 뒤 비어있는 골대를 향해 날린 산토스의 슛을 김진규가 헤딩으로 막아냈다. 이어 흘러나온 공을 서동현이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으나 공은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서울에게는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다.

위기 뒤 기회가 오는 법. 전반 36분 서울의 선제골이 터졌다. 김주영의 프리킥이 골대를 맞고 흘러나오자 골문 앞에 있던 정조국이 볼을 차지해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후 제주는 서동현이 서울의 수비라인을 무너뜨리고 슈팅을 시도하는 등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갔으나 끝내 골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정조국의 골을 지켜낸 서울은 이날 경기 승리로 K리그 우승 확정뿐 아니라 2008년 8월 27일부터 계속된 제주전 무패 행진(10승 5무)을 이어가게 됐다.

한편, 디펜딩 챔피언인 전북 현대는 같은 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홈경기에서 전반전에만 세 골(27분 고창현·42분 마라냥·46분 마라냥)을 내줘 패색이 짙었으나 후반전 이동국의 활약으로 3-3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이날 2골 1도움을 기록한 이동국은 지난 17일 열린 포항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2득점을 올렸다. 또한 K리그 개인 통산 141골을 기록하며 대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by heyuna 2012. 11. 22. 13:42

▲  사직구장에서 롯데자이언츠를 응원하고 있는 여성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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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를 시도하는 롯데 자이언츠 선수를 저지하기 위해 두산 베어스 투수가 견제구를 던지자 롯데 관중석에서 외마디 외침이 터져 나왔다. 

"마! 마! 마!"('이놈아'의 준말 '인마'를 다시 줄여 쓴 말)

3루 뒤 관중석에서 두산 팬들이 송창식의 노래에 맞춰 답한다.

"왜~ 불러~!"

2만 가까운 관중이 "마"를 외치는 함성도 위협적인 욕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여성들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노래를 부를 때도 부산 '아재들'의 거친 목청에 '아지매들'의 알토와 여고생들의 소프라노까지 합창을 이뤄 경기장 안팎으로 울려 퍼진다. 이곳이 바로 영국 공영방송 BBC까지 소개한 야구 응원의 메카, 사직구장이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30년 만에 관중 700만 시대를 열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 한국 야구가 국제대회에서 선전하고, 박찬호·이승엽 등 해외파 선수들이 한국 프로야구에 복귀하자 경기장을 찾는 관중 수는 점점 늘어났다. 여성 관중이 차지하는 비율도 커지고 있다. SMS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지난해 야구장을 찾은 관객 중 여성의 비율은 39.2%에 달했다. 20%를 넘지 못하던 7년 전에 견줘봤을 때 2배로 늘어난 수치다. 

"축구장 찾는 게 삶의 유일한 활력소"

축구도 다르지 않다. 2002 한일월드컵 개최 이후 김남일·안정환 같은 선수들이 국민적 관심을 끈 데 이어 2012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목에 건 뒤 국가대표 선수에 대한 관심은 프로축구 K리그로 이어지고 있다. 

조현진(30·회사원·부산 수영구)씨는 부산 아이파크 소속이던 송종국이 2002 한일월드컵을 치른 뒤 페예노르트 로테르담(네덜란드)으로 이적을 앞두고 고별경기를 치를 때 처음 축구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당시 경기 상대는 포항 스틸러스였어요. 그 경기가 제게는 K리그 첫 관전이었어요. 이전에는 국가대표 경기 정도만 챙겨봤는데 부산에도 지역팀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뒤 자연스레 부산 아이파크를 응원하게 됐어요. 웬만하면 홈 경기는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는 편이에요."

오후 8시에 퇴근해 집에 도착하면 10시. 여가 생활을 즐기기 빠듯한 그에게 축구는 유일한 활력소였다. 축구를 보지 않으면 허전하다는 그는 텔레비전 중계가 적은 K리그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기 시작했다.

"K리그 경기는 텔레비전 중계가 드물어 인터넷으로 봐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게 보느니 직접 경기장을 찾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오게 됐어요. 응원하는 것도 재미있고 선수들 경기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취미도 있고요."

예전엔 담배도 많이 피우고 분위기 험악했지만

▲  11월 8일, 구서여자중학교 학생들이 '2012 아시아 시리즈'에 참가한 롯데자이언츠 경기를 보기 위해 사직구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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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와 케이블스포츠 채널에서 시즌 전 경기를 중계해주는 야구팬들도 비슷한 이유로 경기장을 찾는다. 안방에서 중계를 보는 것보다 현장 응원 분위기를 직접 느끼기 위해 경기장으로 오는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롯데 자이언츠 팬이었다는 조보경(15·구서여중2·부산 금정구)양은 "시즌 중 한 달에 네 번은 가족들과 야구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텔레비전 중계로 보면 자세하고 좋지만, 사직구장은 분위기가 좋아요. 그리고 경기 끝나고 선수들 퇴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고요. 예전에는 아저씨들이 담배도 많이 피우고 분위기가 험악해서 응원하기 불편했는데요... 요즘에는 그런 게 사라져서 응원하기 좋아요."

27년째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고 있다는 신달숙(43·자영업·부산 동구)씨도 "20년 전에는 롯데가 지면 라면 국물을 던지고 욕설이 난무하는 등 경기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오는 게 꺼려졌지만, 지금은 남성적이었던 응원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편한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는다"고 전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관중들 인식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경기장 내부에서 흡연을 금한 뒤 아이들도 야구장에 데리고 다니는데요. 다 같이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함께하는 모습이 교육적으로도 좋은 것 같아서 자주 찾고 있어요."

함께 온 신경희(43·주부·부산 서구)씨도 "예전에는 여성 관중이 적어 야구장에 와도 제대로 환호성을 지르지 못했지만 요즘은 같이 응원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했다.

어린 선수 많은 부산 아이파크는 '아이돌 파크'

▲  11월 11일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부산 vs 경남 경기를 찾은 부산아이파크 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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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스포츠팬의 증가는 응원 문화뿐 아니라 구단의 마케팅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SK와이번스는 송구·타격 등 야구 기본기를 SK 선수 출신에게 직접 배우는 '여성 야구교실'을 열어 여성 팬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두산 베어스는 2009 시즌부터 매월 1회 특정 목요일을 '퀸스데이(Queen's Day)'로 지정해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퀸스데이'에 여성 관중들은 블루 지정석 이하 입장권을 2000원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으며 추첨을 통해 뽑힌 관중은 선수들과 포토타임을 갖는 등 다양한 혜택을 맛볼 수 있다. 구단 차원의 이벤트는 팬심의 변두리에 있던 여성 관중들을 끌어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 관중은 대개 선수에 대한 관심이 종목과 소속팀으로 이어져 경기장을 찾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여성 관중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각 구단은 온 힘을 쏟고 있다.

선수층 나이가 어리고 빼어난 외모를 가진 선수들이 많아 '아이돌 파크'라 불리며 여성 관중을 흡수하고 있는 부산 아이파크는 지난 6월 팬 100여 명과 선수단이 함께 놀이공원에 가 사진도 찍고 놀이기구를 타는 등 서로에게 잊지 못할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참여한 팬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부산 아이파크의 여성 서포터즈 '이지스'에서 활동하는 조영화(23·부경대 법학과)씨는 "여성 팬이 많은 만큼 여성 서포터즈가 있다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지스'를 창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3일 전북전 때부터 공식 활동을 시작했어요. 20명이면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지금 '이지스' 팔로어 수가 900명이 넘었어요. 중·고등학생부터 3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고요. 경기를 보러 서울서 오는 팬도 있어요."

사비로 제작한 홍보자료를 돌리며 서포터즈를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인 그에게는 '축구 전문가' 느낌이 풍기지만 사실 그는 1년 전만 해도 K리그가 있는지도 몰랐단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을 보고 K리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연고지 부산에도 축구팀이 있다기에 경기장을 찾았어요. 중계로 보는 것과 현장은 너무 달랐어요. 어떤 감정인지는 모르겠는데 현장에서 축구를 본 뒤 앞으로 축구장에 안 오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오고 있어요."

'이지스' 회원들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팬과 선수 사이 벽을 허물고, 경기장에 오기 전 다른 팬과 당일 경기 관전 여부 등 정보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여성 관중 한 명은 잠재 관중 서너 명"

▲  부산아이파크 여성서포터즈 '이지스'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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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과거와 달리 커뮤니케이션 환경과 이야기 소재가 풍부해진 게 여성을 스포츠로 끌어오는 데 한몫했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을 활용해 경기나 그 밖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고, 커뮤니티를 통해 스포츠를 소재로 한 스토리 텔링과 이슈 소비 등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스포츠가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소재가 된 게 여성 팬 증가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어 그는 "경기 규칙 등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더라도 경기장에서 함께 응원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환경과 구단 측의 다양한 이벤트로 여성 관중이 늘어났다"며 "여성 팬이 불편하지 않도록 장기적으로 경기장 시설과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게 프로 스포츠 발전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축구는 2002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인프라가 크게 개선됐고, 야구는 구단 마케팅 효과로 경기장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경기장 분위기가 좀 더 가족적인 환경으로 바뀌면서 경기장 문화 자체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경기장을 찾는 것은 스포츠마케팅과 스포츠 문화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여성 한 명은 관중 하나가 아니라 잠재 관중 서너 명 증가의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경기장을 찾으면서 가족 단위로 관람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시설을 만드는 게 프로 스포츠의 활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by heyuna 2012. 11. 22. 13:41

'1위 서울과 승점 좁히기'에 나선 전북이 우세한 경기를 펼칠 것이란 예상을 깨고 포항에 2-3 패배를 당했다.

17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40라운드' 경기서 전북 현대를 상대로 홈 경기를 펼친 포항 스틸러스는 전반 11분 동안 두 골을 몰아넣으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이른 시간, 포항의 발끝에서 선제골이 터졌다. 전반 6분 신형민의 크로스를 받은 고무열이 슈팅 타이밍을 놓치자 볼을 황진성에게 패스했다. 수비 라인을 뚫은 황진성이 슈팅으로 연결해 전북의 골망을 흔들었다.

추가골은 포항의 역습 상황에서 나왔다. 전반 11분, 전북의 공을 가로챈 황진성이 조찬호에게 공을 넘겼고, 조찬호의 패스를 받은 고무열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려 득점으로 연결했다. 역습 이후 단 두 번의 패스로 완성한 완벽한 골이었다.

남은 경기 승리가 절실한 전북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포항의 추가골이 터지고 3분 뒤, 전북의 해결사 이동국이 만회골을 뽑아냈다.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은 전북은 에닝요를 키커로 내세웠다. 에닝요의 킥은 문전 앞에 있던 이동국의 머리 위로 정확하게 배달됐고 이동국이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하나은행 FA컵' 우승으로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확보한 포항 입장에서는 급할 것 없는 경기였지만 선수들의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전반전 내내 전북과 공격을 주고 받던 포항은 전반 41분, 팀의 세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페널티박스 안 좁은 공간에서 포항의 수비를 제치고 네 번의 패스를 연속으로 성공시킨 포항은 마지막 패스를 슛으로 연결했고 슛은 득점으로 이어졌다. 혼전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슛을 성공시킨 주인공은 이명주였다. 포항은 전반에만 세 골을 성공시키며 낙승을 예고했다.

후반과 함께 시작된 전북의 '닥공'

후반전,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이 시작됐다. 전북은 김신영을 투입해 공격력 강화에 주력했다. 후반 29분 박희철이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하면서 전북이 유리한 상황에 놓였으나 포항의 골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김신영과 김정우의 골이 번번이 골대를 빗겨갔다. 희망의 불씨를 살린 주인공은 역시 이동국이었다.

후반 37분 전광환의 크로스를 받은 이동국이 오른발 슛을 날렸다. 신화용 골키퍼가 손 쓸 틈도 없이 포항의 골대로 꽂힌 전북의 추가골은 이동국 개인 통산 139번째 골로 기록됐다.

전북의 공격이 이어졌으나 시간은 더 이상 공격을 허락하지 않았다. 수적 열세에도 세 골을 터트리고 골문을 지킨 포항이 승리를 가져갔다. 최근 4경기 3승 1무로 무패 행진 중인 포항은 이날 승리로 승점 3점을 추가해 수원을 누르고 리그 3위로 올라섰다. 포항은 21일 부산을 상대로 원정 경기에 나서 기분 좋은 행진을 이어갈 예정이다.















by heyuna 2012. 11. 17. 17:58

한국은 '돌아온 최강희의 남자' 이동국의 선제골에도 호주에 전반 43분 동점골, 후반 43분 역전골을 허용해 올해 마지막 A매치를 역전패로 마무리했다.

지난 14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 호주와 맞붙은 한국은 선취골을 따내며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장악하는 듯했으나 전·후반 종료 직전에 골을 허용해 집중력 부족을 드러내며 1-2 역전패를 당했다.

전반 11분, 페널티박스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이승기의 정확한 크로스를 이동국이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연결해 호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로 이동국은 A매치 94번째 출전 경기에서 30호 골 기록을 세웠다.

선제골에 이어 전반 16분, 프리킥 키커로 나선 황진성이 위협적인 슛을 날렸으나 호주 수비벽에 부딪혀 아쉽게 골대를 벗어났다. 2분 뒤 하대성이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는 등 한국은 계속해서 공격 찬스를 만들어갔다.

역대 전적 6승 9무 7패로 호주 우세, 호주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한점 뒤지고 있던 호주는 경기 중반부터 흐름을 리드하며 몇 차례 역습 찬스를 만들었다. 전반 37분, 니키타 루카비츠야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드리블 돌파한 뒤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공은 골대 바깥 그물을 스쳐 지나갔다. 전반 종료 2분 전, 집중력이 떨어진 한국의 수비를 루카비츠야가 놓치지 않았다.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받은 루카비츠야는 비어있는 공간에서 왼발 슛을 시도해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전반전을 1-1로 마무리한 두 팀은 결승골을 위해 후반전, 더욱 고군분투했다. 한국은 김창수·최재수·황석호 등을 교체투입해 다양한 수비진 조합을 실험하기도 했다. 후반전 내내 몇 차례 유효 슈팅을 이어가며 공격을 주고 받던 두 팀은 경기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승부의 균형을 깨뜨렸다.

후반 43분, 프리킥 찬스에서 이어진 호주의 첫 번째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다. 흘러나온 공을 호주가 따내 슈팅을 날리려던 순간, 오프사이드라고 판단한 한국 선수들은 부심의 깃발이 올라가기만 기다리고 있을 뿐 수비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 사이 골 문 앞에 떨어진 공을 로버트 콘스와이트가 골대 안으로 살짝 밀어 넣으며 역전 골을 성공시켰다.

지난 10월 17일 이란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 명단에서 빠졌던 이동국은 이날 경기에서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지키며 선제골을 성공시키는 등 90분간 경기장을 누볐지만 추가 공격포인트는 올리지 못한 채 경기를 끝내야 했다.

최강희 감독은 호주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박주영·기성용 등 유럽파 선수를 제외한 K리거를 중심으로 선발했다. 승패에 부담 없는 평가전이었던 만큼 이날 경기에는 선수 명단 18명 중 정성룡(골키퍼)을 제외한 17명의 선수가 그라운드에 올라 기량을 평가 받았다.

호흡을 맞춘 시간이 적었던 만큼 패스미스로 인한 상대 역습 허용, 무너진 수비라인 등 곳곳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내년 3월 재개되는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까지는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문제점만 보완한다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도 기대해볼 만하다.

by heyuna 2012. 11. 15. 01:19

알 아흘리를 홈으로 불러들인 울산이 4만2천여 명의 관중 앞에서 3골을 폭발시키며 '2012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전반 12분 곽태휘의 선제골로 산뜻하게 경기를 시작한 울산 현대는 후반 22분 하피냐의 추가골과 7분 뒤 터진 김승용의 쐐기골로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를 3-0으로 대파하고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1983년 클럽 창단 이후 처음으로 차지한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었다.

▲  알 아흘리를 3-0으로 제압한 울산 현대가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 SBS ESPN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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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우승으로 K리그는 챔피언스리그 전신인 클럽챔피언십을 포함해 통산 10번째로 아시아 챔피언을 배출했다. 또한 조별리그부터 이어진 12경기에서 무패(10승 2무)를 기록한 울산은 역대 네 번째로 '무패 우승' 타이틀도 거머쥐기도 했다.

결승전다운 팽팽한 긴장감은 없었다. 울산은 경기 초반부터 흐름을 주도해 나갔다. 경기 시작부터 볼 점유율을 높여간 울산을 전반 12분 세트피스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상대방의 반칙으로 얻어낸 프리킥 상황, 김승용이 키커로 나섰다. 페널티박스 왼쪽 외곽에서 올린 김승용의 킥을 문전 앞에 있던 곽태휘가 헤딩으로 연결해 알 아흘리 골망을 흔들었다.

비교적 일찍 선취골을 터뜨린 울산은 경기 중반 집중력이 떨어져 몇 차례 패스미스를 범하기도 했지만 동점골을 허용하지 않은 채 전반전을 마무리 했다. 후반전 들어서도 곽태휘, 이근호, 김신욱을 중심으로 한 울산은 공격의 주도권을 잃지 않았다.

기다리던 추가골은 후반 22분 에스티벤의 발 끝에서 시작됐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에스티벤이 올린 크로스를 김신욱이 헤딩으로 받아 하피냐에게 연결했고 하피냐의 머리를 스친 골은 그대로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7분 뒤, 첫 골 어시스트를 기록한 김승용이 이번에는 직접 골문을 두드렸다. 페널티박스 안 오른쪽에서 이근호가 올린 크로스를 김승용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김승용의 쐐기골로 승부의 균형을 완전히 깨뜨린 울산은 남은 시간 유효슈팅을 몇 차례 더 만들어내는 등 활발한 공격을 이어가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  세번 째 쐐기골을 넣은 뒤 말춤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는 울산 선수들
ⓒ SBS ESPN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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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장 김호곤 감독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살린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며 "축구 인생에서 오늘이 가장 기쁜 날"이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곽태휘가 페어플레이상을 수상했고, 12경기에 출장해 4골 7도움을 기록한 이근호가 대회 MVP로 선정됐다. 또한 이번 대회 우승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2012' 출전 자격을 얻은 울산은 아시아 대표로 대회에 참가해 나머지 5개 대륙 클럽 챔피언들과 자웅을 겨룬다.

울산을 포함해 첼시(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코리치안스(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 오클랜드 시티(OFC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각 리그 우승팀과 개최국 일본 J리그 우승팀 등 총 7개 팀이 참가하는 'FIFA 클럽월드컵 2012'는 내달 6일부터 16일까지 일본 도요타 스타디움과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by heyuna 2012. 11. 12. 00:01

▲  2012-2013 KB 국민카드 프로농구 2라운드 KT vs. 동부 전 경기 모습
ⓒ 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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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가 신인들의 맹활약과 노장 투혼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던 KT의 연승 행진을 막았다.

부산 KT는 지난 6일 부산 사직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2라운드 원주 동부와의 홈 경기에서 1쿼터에만 3점슛 3개를 성공시키며 기선을 제압하는 듯했지만, 2쿼터에 8득점에 그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여 동부에 71-83으로 패했다.

KT는 김현수의 3점슛으로 기분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김현수가 3점슛에 이어 내곽포까지 성공시키며 연속 득점에 성공했고, 조동현도 외곽포 하나를 림에 꽂아 넣었다. 데이비스와 존슨·장재석까지 득점포를 가동하며 KT는 4연승 행진에 청신호를 켜는 듯했다. 

동부, 외곽포·덩크슛으로 2쿼터에만 24득점

점수 차를 9점까지 벌리며 경기를 리드하던 KT는 2쿼터부터 주춤하기 시작했다. KT는 2쿼터에 3점슛 4개를 시도했지만 모두 성공시키지 못했다. 반면 동부는 센슬리가 3점포 두 개를 득점으로 연결시키고, 이승준도 투 핸드 덩크 등 9득점을 기록하며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8득점에 그친 KT에 비해 동부는 2쿼터에만 24점을 몰아넣어 점수 차를 15점으로 벌리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3쿼터. KT의 특급 신인 김현수가 다시 한 번 3점슛을 성공시키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맏형 서장훈도 부상 투혼으로 힘을 보탰다. 3쿼터 10분 내내 코트를 누빈 서장훈은 거친 몸싸움과 함께 골밑슛을 두 차례 성공 시켰다. 3쿼터에 20점을 득점한 KT, 하지만 동부는 KT의 추격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최윤호와 이광재가 3점슛으로 분위기를 동부 쪽으로 돌리면 이승준이 덩크슛으로 KT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동부는 3쿼터에 25점을 득점했다. 45-65, 점수 차는 20점까지 벌어졌다. 

관중 4893명. 일방적인 홈 팬들의 응원 속에서 KT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KT는 4쿼터에만 3점슛을 6번 시도하며 큰 점수 차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다. 신인 장재석이 리바운드 6개를 잡아내 공격 기회를 살렸고, 데이비스는 골밑슛과 자유투 성공으로 7점을 보탰다. KT는 4쿼터에 26점을 기록하는 등 뒷심을 발휘했지만 2쿼터부터 크게 벌어진 점수 차를 뒤집지는 못했다.

김주성, 정규리그 통산 7800득점 돌파

서장훈의 부상 투혼이 KT에 힘을 보탰다면, 동부에는 노장 투혼 김주성이 있었다. 지난 6일 경기에서 33세의 김주성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시간을 코트에서 소화했다. 34분 28초 동안 코트를 누빈 김주성은 이날 10득점을 기록해 프로농구연맹(KBL) 통산 다섯 번째로 7800득점을 돌파한 선수로 기록됐다.

한편, 이날 경기 패배로 4연승 고지를 점령하지 못한 부산 KT는 4승 7패를 기록해 리그 7위를 유지했으며, 리그 9위로 하위권에 머물던 원주 동부는 1승을 더해 2연승을 기록, KT와 함께 공동 7위에 올랐다. 

▲  동부 이승준 선수가 동료 이광재 선수와 함께 준비 운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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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선수들이 경기 시작 전,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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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부 김주성 선수가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해 코트에 쓰러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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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2013 KB 국민카드 프로농구 2라운드 KT vs. 동부 전 경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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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2013 KB 국민카드 프로농구 2라운드 KT vs. 동부 전 경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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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기록]
부산 KT vs. 원주 동부 (11월 6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 관중 4893명)
KT 71 – 83 동부 (17-16, 8-24, 20-25, 26-18)

주요 활약 선수 기록
▲ KT
김현수: 13득점, 4리바운드, 1어시스트
브라이언 데이비스: 13득점, 11리바운드, 1어시스트, 2스틸
장재석: 8득점, 8리바운드, 2어시스트

▲ 동부
줄리안 센슬리: 21득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
이승준: 18득점, 7리바운드, 1스틸
김주성: 10득점, 1리바운드, 4어시스트, 1스틸

by heyuna 2012. 11. 7. 17:19

리그, 컵대회를 통틀어 2010년 7월 28일 이후 수원을 상대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서울이 마침내 7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지난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8라운드 경기에서 수원삼성블루윙즈를 홈으로 불러들인 FC서울은 전반 23분 이상호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후반 40분 정조국의 동점골에 힘입어 1대 1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K리그 슈퍼매치'답게 양 팀은 경기 초반부터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전반 2분 몰리나가 수원의 수비를 제치고 왼발 슛을 날렸으나 수문장 정성룡의 펀칭에 막혔다. 흘러나온 볼을 고병진이 발리슛으로 연결했으나 공은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선제골은 수원의 발에서 나왔다. 전반 23분 라돈치치의 크로스를 받은 이상호가 서울의 수비를 따돌리고 날린 오른발 슈팅이 골 기둥을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서울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전반 종료 8분전 페널티박스 오른쪽 측면에서 차올린 몰리나의 프리킥이 골문 안으로 향하는 듯 했지만 정성룡의 선방에 막히기도 했다.

전반 추가시간 에스쿠데로의 돌파를 막는 과정에서 손을 사용한 양상민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10명으로 경기를 풀어가야 하는 수원 선수들은 후반전 내내 체력 부담을 안고 뛰어다녔다. 수적 우위, 기회를 잡은 서울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후반 21분 몰리나와 교체 투입된 정조국이 4분 뒤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데얀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대 왼쪽으로 살짝 비껴갔다. 후반 40분 정조국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하프라인에서 하대성이 날린 긴 패스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떨어졌다. 공을 받은 정조국이 오프사이드라인을 무너뜨리고 슛을 날렸다. 수원의 골망이 흔들렸다. 2년 만에 나온 수원전 골이었다.

이후 공격찬스를 살리지 못한 두 팀은 추가골을 넣지 못하고 1대 1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지난 2010년 8월 28일 수원에게 4대 2로 패한 이후 수원을 상대로 6경기 연속 무득점 패배를 당했던 서울에게 1득점 무승부는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선방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올 시즌 마지막 슈퍼매치였던 이번 경기에서 승점 1점을 얻은 서울은 24승 9무 5패(승점 81)로 리그 1위를 유지해 우승에 한 발짝 다가섰으며 수원은 19승 10무 9패(승점 67)로 리그 3위를 지켜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by heyuna 2012. 11. 5. 18:39

지난달 18일 케이지씨(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2점차로 승리한 뒤 2주간 4연패를 달리던 케이티(KT)가 마침내 귀중한 1승을 신고했다.

 

부산 KT는 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케이비(KB) 국민카드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79대68로 승리해 연패 행진에서 벗어났다.

 

KT 전창진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신인인 김현수와 장재석을 2군에서 불러들여 구성원을 재정비했다"며 "선수들이 힘을 합쳐 경기하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 감독의 기대대로 김현수와 장재석은 1군 데뷔 무대에서 팀 연패를 끊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KT 신인 장재석 선수가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 KBL 제공


1쿼터 초반 김현수는 전자랜드의 공을 가로채 서장훈에게 연결하는 등 날렵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경기 시작 2분 30초가 지났음에도 양팀 득점이 2:2에 머물자 직접 공격에 나섰다. 수비를 뚫고 쏘아 올린 중거리슛이 그대로 골대(림)를 통과했다. 김현수의 첫 득점이었다.

 

2쿼터에는 장재석이 눈에 띄었다. 장재석은 초반 공격권을 다투는 과정에서 볼 관리를 하지 못해 전자랜드에 공을 빼앗기는 등 긴장한 모습을 보였으나 필요한 순간 득점에 성공해 팀에 힘을 불어넣었다. 2쿼터 중반, 조동현과 김명진이 연이어 외곽포를 날렸지만 득점으로 연결하지는 못했다. 분위기가 전자랜드로 넘어가려는 찰나 장재석이 림을 맞고 나온 조동현의 3점포를 리바운드 해 골밑슛으로 연결했다. 이어 상대방 반칙으로 얻어낸 자유투를 성공시켜 3점 플레이로 마감했다.

 

3쿼터에도 두 팀의 난타전이 이어졌으나 쿼터 종료 6분 40초를 남기고 김현수의 자유투 성공으로 KT는 다시 2점차로 앞섰다. 김현수는 3쿼터에만 2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 4쿼터에는 또 다시 장재석이 맹활약, 팀 승리에 기여했다. 또 지난달 말 삼성에서 트레이드(맞교환) 돼 KT유니폼을 입고 처음 등장한 브라이언 데이비스도 좋은 호흡을 보여주었다.

 

전창진 감독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정신 무장이 잘 돼 있었던 것 같고, 특히 신인 선수들의 공헌이 오늘 팀 승리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뻐했다.

 

한편 이날 경기로 KT는 9위에서 8위(2승 6패)로 한 계단 도약했고, 단독 선두였던 전자랜드는 KGC인삼공사, SK(이상 6승 2패)와 함께 공동 1위가 됐다.


















by heyuna 2012. 11. 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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